골퍼의 꿈, 페블비치를 가다
골퍼의 꿈, 페블비치를 가다
  • Vincent Kim
  • 승인 2023.06.28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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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에 한 번은 간다’ 아니 ‘언젠가 한 번은 가보고 싶은 페블비치(Pebble Beach).’ 많은 골퍼가 ‘페블비치가 최고’, ‘페블비치는 다르다’고 칭송하는 그곳을 지난 4월, 4박 5일로 다녀왔습니다. 생애 첫 페블비치 여행기를 생생하게 전합니다.

 

페블비치(Pebble Beach)를 향하여

 

 

미국 캘리포니아주 몬터레이카운티에 위치한 페블비치는 캘리포니아 LA로부터 대략 325마일(523km) 북쪽에 위치해있고, 샌프란시스코로부터는 123마일(197km) 남쪽에 자리 잡고 있습니다. 페블비치는 LA에서는 차로 가면 거의 5~6시간 이상이 소요되는데, 가는 길에 경치 좋은 태평양 연안의 1번 국도를 타게 되면 10시간도 부족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 일행은 LA국제공항(LAX)에서 페블비치 인근에 있는 몬테레이 리저널 공항으로 비행기를 타고 이동했습니다.

페블비치는 멋진 골프장들뿐만 아니라 몬터레이 반도를 한 바퀴 도는 17마일 드라이브 코스가 아름다운 것으로도 유명한데, 이 드라이브 코스에는 태평양에 인접한 해안가와 유명한 골프장들, 그리고 사이프러스(cypress, 키 큰 상록수의 일종) 숲과 고급스러운 집들 등 여러 경치 좋은 곳이 많습니다. 

그중 론 사이프러스(Lone Cypress:홀로 선 사이프러스 나무)는 오랫동안 랜드마크로 손꼽혀왔는데, 17마일 드라이브의 중간 지점에 있는 이 상징적인 나무는 1919년 이후 페블비치 리조트의 로고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지난 130년간 17마일 드라이브를 통해 많은 여행객이 이 나무를 찾았는데, 이 나무의 나이는 그 보다 두 배로 추정된다고 합니다.

페블비치 해안에는 3개의 유명한 골프코스가 있는데 바로 페블비치 골프링크스(Pebble Beach Golf Links), 스파이글래스 힐 골프코스(Spyglass Hill Golf Course), 더 링스 앳 스페니시 베이(The Links at Spanish Bay)입니다. 이번 일정 중에 세 곳을 모두 돌아보았습니다.

 

더 링스 앳 스페니시 베이

(The Links at Spanish Bay)

 

우리 일행이 첫째 날 골프를 친 코스는 더 링스 앳 스페니시 베이입니다. 이 코스는 우리가 묵었던 숙소 더 인 앳 스페니시 베이(The Inn at Spanish Bay)에 붙어있는 코스로 스코틀랜드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링크스 코스입니다. 

포어캐디의 도움 없이는 어디로 티샷을 해야 할지 페널티 에어리어가 어디부터 시작되는지 등을 알지 못해 헤매기 십상인 코스였는데 다행히 친절하고 재미있는 캐디를 만나 즐겁게 라운드를 했습니다. 일단 코스 컨디션도 좋았고, 바닷가에 바로 접해있는 코스라 바닷가 뷰, 커다란 파도 소리, 시원한 바람이 라운드의 즐거움을 더해주었습니다. 

18홀을 마칠 즈음 해가 고즈넉이 넘어가고 있었는데 멀리서 백파이프(bagpipe) 연주가 들려와 마치 스코틀랜드 바닷가에 와 있는듯한 황홀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스파이글래스 힐 골프코스

(Spyglass Hill Golf Course)

 

 

둘째 날 라운드한 스파이글래스 힐 골프코스는 말 그대로 나지막한 산에 자리 잡은 코스인데, 다른 이름있는 골프장들에 비해 클럽하우스가 작고 조용해 오히려 코스에 대한 자부심이 있어 보였습니다. 

파5인 첫 홀에서 티샷을 할 때만 해도 이 코스는 페블비치에 위치한 골프장인데도 산속에 있는 골프장처럼 업앤다운이 있는 코스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페어웨이로 나가보니 멀리 바닷가 해변이 보이는 확 트인 뷰가 인상적이었습니다. 

모래와 나무가 만나는 스파이글래스 힐 코스는 첫 5홀은 바닷가에 인접해 있고, 나머지 홀은 나무들이 크고 울창한 숲에 위치해 있었습니다. 무엇보다 임팩트 순간의 소리와 공이 날아가는 소리가 조용한 숲속에 울려 퍼지던 것이 기억에 남습니다. 소위 ‘골프 치는 맛’은 이 코스가 최고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페블비치 골프링크스

(Pebble Beach Golf Links)

 

 

셋째 날엔 페블비치 골프링크스에서 라운드를 했습니다. 페블비치 골프링크스는 US 오픈을 포함해 여러 프로골프대회를 개최한 코스라 미디어를 통해서 여러 번 보아서인지 홀들이 낯설게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게다가 페블비치를 방문하기 전에 ‘페블비치 100% 즐기기 위한 프로젝트’로 스크린골프로 몇 번 쳐봤었던 터라 모든 홀이 친근한 느낌마저 들었습니다. “아, 실제로 이렇게 생긴 홀이구나….” 루브르 박물관에서 모나리자를 직접 보는듯한 기분이었다고 할까요? 

구름 사이로 보이는 파란 하늘, 이 하늘을 담은 바다와 해안 절벽, 그리고 하얗게 부서지는 파도, 초록초록한 홀들과 이름도 알 수 없는 야생화가 빚어낸 풍광, 멀리서 들려오는 파도 소리와 바람 소리, 새들도 한몫하며 공간을 채우고, 파르르 하게 잘린 잔디 내음과 날으는 양탄자를 밟는 듯한 기분 좋게 부드러운 느낌까지….

정말 오감을 만족시키는 코스였습니다. 이번에 돌아본 코스 중 풍광은 역시 페블비치 골프링크스가가 최고인 것 같습니다. 

 

페블비치 골프링크스 18번홀을 걷다

 

 

페블비치엔 우리가 묵었던 더 인 앳 스페니시 베이 말고 페블비치 골프링크스에 있는 더 로지 앳 페블비치(The Lodge at Pebble Beach)가 있습니다. 그곳엔 페블비치 골프링크스 18번홀 전경이 내다보이는 식당들이 있고, 18번홀 그린 가까이까지 가서 사진을 찍을 수도 있습니다. 

20여 년 전에 서부 해안가를 차로 돌며 17마일 드라이브도 구경하고 페블비치 골프링크스 클럽하우스도 들어가 보고 18번홀 그린 옆에서 사진을 찍은 적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더 가까이 갈 수 없도록 나무로 만들어진 경계선이 있어 그 팬스에서 마음만 그 경계선을 넘어 18번홀을 걸었던 기억이 나서 더욱더 특별하게 다가왔습니다.    

캘리포니아의 강렬한 노을이 배경이 되어 더더욱 분위기가 고조되었고, ‘후회 없는 티샷을 해야지’하고 마음먹고 휘두른 드라이버는 그림처럼 공을 페어웨이 한가운데로 보냈습니다. 

“이걸로 되었다. 충분해….”라는 생각을 갖고 티잉그라운드에서부터 걷는데 “정말 이래서 페블비치, 페블비치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러프도 페어웨이도 한 마디로 황홀하게 좋았습니다. 

페블비치 18번홀에서 유틸리티 클럽으로 200야드를 보내고, 샌드웨지로 파온에 성공했습니다. 비록 5야드 버디 펏은 성공하지 못했지만, 정말 이 한 홀로 충분했고,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멋진 추억이 완성되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지금도 매 홀을 돌며 사진을 찍으며 아이들처럼 좋아했었던 웃음소리가 귓전에 맴도는 듯합니다.

 

평생에 한 번 누릴 수 있는 경험

 

 

페블비치를 다녀온 후 피드백을 원하는 페블비치로부터 온 이메일에는 “평생에 한 번 누릴 수 있는 경험(once in a lifetime experience)”을 제공하고 싶어 하는 리조트의 바람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사실 저에게도 페블비치는 정말 평생에 한 번, 언젠가 꼭 한 번은 가보고 싶은 버킷리스트였습니다. 

갑자기 ‘영화 메디슨 카운티의 다리’에 나오는 “이런 확신은 일생에 딱 한 번만 옵니다.(This kind of certainty comes but just once in a lifetime)”란 대사가 생각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이런 감정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페블비치의 또 다른 이면은 ‘다 좋은데 너무 비싸다’고 정리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방 하나에 최소 960달러, 그리고 골프장 내 숙소에 묵지 않으면 페블비치 코스를 예약하기도 어렵습니다. 기본 그린피 625달러, 카트비 55달러, 포어캐디 각 52.50달러, 거기에 캐디에게 주는 팁이 각각 35~50달러 정도로 페블비치 골프링크스에서 골프를 치는데 든 비용(카트비 면제)은 총 727.50달러였습니다. 또 스파이그래스 힐은 총 567.50달러, 스페니시 베이는 총 437.50달러였습니다. 그래서인지 미국에서 가장 비싼 골프장 Top 10에는 늘 페블비치와 스파이그래스 힐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Cart path only

 

미국 내 골프장엔 대부분 2인 카트로 그린 50야드까지는 들어갈 수 있는데 특별히 코스 관리를 위해 1번과 10번홀은 카트 도로로만 다닐 수 있도록 ‘cart path only’란 사인을 두기도 합니다. 그리고 비가 좀 오면 cart path only를 모든 홀에 적용하기도 하고요. 

그런데 페블비치 골프링크스와 스파이그래스 힐 골프코스는 365일 카트 도로만 사용 가능합니다. 그래서 업앤다운이 좀 있는 구장이지만 열심히 걸어야 하는데…. 이걸 불평해서는 안 되겠지요?(웃음)

 

페블비치의 성수기

 

 

우리 일행이 페블비치에 방문했던 4월은 ‘세컨드 베스트 시즌’이라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가장 좋은 시기는 언제인지 궁금해 물어보니 9월에서 11월이라고 합니다. 

그때의 페블비치는 어떨지? 좀 더 따뜻하고, 파란 하늘에 하얀 파도가 더욱 매력 있을 듯 합니다. 이제 인생의 골프 버킷리스트를 하나 지웠는데 또 다른 항목을 추가하고 있는 나를 발견하게 됩니다. 새로 추가된 골프 버킷리스트는 바로 ‘가을에 페블비치 가기’.

이번에 4박 5일을 머물며 페블비치 지역에 위치한 3개의 유명한 코스에서 하루씩 골프를 치고, 중간에 델몬테 골프코스(Del Monte Golf Course), 그리고 마지막 날에 아쉬움을 달래며 스파이그래스 힐(Spyglass Hil)에서 한 번 더 라운드를 했습니다. 

페블비치 골프장에서는 18홀을 모두 마치면 페블비치 로고가 박혀있는 백텍(bag tag) 메달을 수여합니다. 이번엔 7월에 있을 78회 US 여자오픈 기념 메달이었는데, 다음엔 어떤 메달을 줄까 궁금해지네요.

 

페블비치와 할리우드 스타

 

 

페블비치에 있는 골프샵 몇 군데를 돌아보다 아놀드 파머(Arnold Palmer)의 일생에 대한 책을 하나 발견했습니다. 제목은 “A Life Well Played - My Stories” 그의 이야기는 골프와 인생, 그리고 비즈니스로 이루어져 있었습니다. 이 책을 빠르게 훑어보며 언젠가 나의 이야기도 인생과 골프, 그리고 변호사로 정리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생겼습니다. 

돌아오는 공항에서 한 직원이 “유명 연예인 누구를 보았나요?”라고 묻더라고요. 그만큼 페블비치에 거주하거나 별장을 가지고 있는 할리우드 스타들이 많은데,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배우인 클린트 이스트우드(Clint Eastwood)는 페블비치에 지분이 있는 대표적인 연예인입니다. 이번엔 만나지 못했지만, 다음번엔 그렌토리노(Gran Torino)를 몰고 있는 그를 만나게 될지도 모릅니다. 

페블비치 로고인 ‘Lone Cypress(홀로 선 사이프러스 나무)’처럼 페블비치는 영원히 오롯이 제 마음 속에 남아있을 것 같습니다.

 

 

GJ 글·사진 Vincent 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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