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기 골프 : 내기 골프를 둘러싼 논란
내기 골프 : 내기 골프를 둘러싼 논란
  • 나도혜
  • 승인 2023.06.26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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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기 골프는 골프 문화인가, 혹은 도박인가. 이 논란의 가장 큰 쟁점은 ‘어떤 내기가 골프 문화이며, 어떤 내기가 도박이냐’라는 점이다.

 

골프 문화와 도박 사이

 

내기 골프에는 두 가지 상반된 이미지가 있다. 바로 ‘골프 문화’와 ‘도박’이다. 사실 정상적인 내기 골프는 엄연히 골프 문화의 하나이기 때문에, 내기 골프를 즐기는 사람으로서는 내기 골프에 도박 이미지가 씌워지는 것만으로도 불쾌할 수 있다. 분명 자신은 재미로 내기 골프를 적당히 즐길 뿐인데, ‘내기’에 포커스를 맞춰 비윤리적인 행동을 한 것으로 의심받고, 심지어 ‘도박’을 한 게 아니냐는 소리를 듣는데 기분 좋을 사람은 없다. 하지만 ‘내기 골프 도박’이 분명 존재한다는 것과, 이로 말미암은 논란이 적지 않다는 사실을 부인할 수는 없다.

내기 골프는 골프 문화인가, 혹은 도박인가. 이 논란의 가장 큰 쟁점은 ‘어떤 내기가 골프 문화이며, 어떤 내기가 도박이냐’라는 점이다. 이는 골프계는 물론, 법조계에서도 자주 나오는 이야깃거리다. 잊을 만하면 언론에서 ‘내기 골프는 도박인가?’라는 주제를 언급하고, 변호사들이 내기 골프에 대한 의견을 표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내기 골프에 대한 법적 접근

 

그렇다면 법적인 관점에서 내기 골프의 도박성을 판단하는 기준은 무엇일까? 크게 세 가지를 꼽을 수 있다. 우연성, 상습성, 그리고 판돈의 규모다. 우연성이란 ‘재물을 걸고 우연에 의하여 재물의 득실을 결정하는 개념’이 성립하느냐를 뜻한다. 상습성은 말 그대로 상습적으로 이루어졌느냐를 뜻하며, 판돈은 문자 그대로 판돈이 얼마나 걸렸느냐를 따진다. 명확하기보다는 두루뭉술한 기준이며, 이 때문에 법조계도 내기 골프의 도박 여부에 대해 분명히 설명하기는 어려워한다. 그저 ‘모든 내기 골프가 불법 도박은 아니지만, 정도가 심하면 도박이 될 수 있다’는 식으로 이야기할 뿐이다.

분명한 점은 상식적인 내기 골프를 즐겼을 뿐인데 도박꾼 취급받을 가능성은 없다는 점이다. 친구끼리 가끔 내기 골프를 하면서 스트로크로 타당 1천~1만원 규모로 즐기고, 멤버 중 누구도 사기를 치지 않았는데 도박죄가 적용되어 처벌된 사례는 눈 씻고 찾아봐도 없다. 

 

내기골프가 상습 도박으로 규정된 사건

 

반면에 상습적이거나, 규모가 크거나, 사기성이 존재하는 내기 도박이라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2005년 큰 논란이 된 내기 골프 사건을 살펴보자. 이 사건은 피의자들이 억대의 돈을 걸고 내기 골프를 치다 결국 도박 혐의로 재판정에서 서게 되었고, 검찰은 피의자들에게 상습도박 혐의를 적용하여 징역 2~3년씩을 구형하며 재판정에 엄벌을 요구한 사건이다.

놀랍게도, 1심 재판부에서는 이 사건 피의자들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대체 어떻게 억대 내기 골프를 친 피의자들이 무죄 판결을 받을 수 있었을까? 이유는 간단하다. 1심 재판부는 이 사건을 ‘도덕적인 비난을 할 수 있는 사건’으로 보았을 뿐, ‘범죄’라고 보지 않았기 때문이다.

1심 재판부 판결문에서 “상습도박죄가 성립하려면 내기 골프가 도박이라는 전제가 필요하다”, “도박은 화투나 카지노처럼 승패의 결정적인 부분이 우연에 좌우돼야 하는데, 운동경기는 경기자의 기능과 기량이 지배적으로 승패에 영향을 끼치므로 운동경기인 내기 골프는 도박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즉, 이 사건에서는 도박의 요건 중 하나인 ‘우연성’을 충족시키지 않기 때문에, 액수가 크다고 도박죄로는 처벌할 수 없다고 본 것이다. 비록 재판부에서 무죄 판결과 함께 “귀족스포츠로 인식되고 있는 골프를 하면서 다액의 재물을 건 행위는 도덕적으로 비난받아 마땅하다”라고 토를 달기는 했지만, 억대 내기 골프가 무죄 판결이 나왔다는 것만으로도 큰 논란이 되었다.

 

억대 내기 골프 사건의 최후

 

하지만 이 유명한 사건에는 후일담이 있다. 무죄 판결이 내려진 건 1심뿐이며, 2심과 3심에서는 유죄 판결이 내려졌다. 2심 재판부는 이 사건을 “골프는 기량에 대한 의존도가 높지만, 경기 결과를 확실히 예견할 수 없는 등 승패를 예측하기 어렵기 때문에 도박으로 봐야 한다”고 판단하고 유죄 판결과 함께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즉, 내기 골프에도 우연성이 성립된다고 볼 수 있고, 이를 근거로 도박죄 유죄를 선고한 것이다. 대법원도 2심 판결이 합당하다고 보고 피의자들에 대한 유죄 판결을 확정 지었다. 이렇게 한때 큰 논란이 된 ‘억대 내기 골프 사건’은 유죄로 마무리되었고, 상식을 넘어선 규모의 내기 골프는 결국 도박이고 또 처벌될 수 있음이 증명되었다.

 

상식과 법 지키기

 

판돈이 크고 우연성이 존재한다는 이유만으로도 유죄 판결이 내려질 수 있으니, 사기성이 더해진 경우는 말할 것도 없다. 실제로 내기 골프 사기 사건도 드물지 않다. 참가자들 사이에 실력 차이가 크게 나 사실상 승부가 결정된 가운데, 초보자를 꼬드겨 엄청난 경제적 피해를 일으킨 사건도 있고, 피해자에게 몰래 약물을 먹여, 정신이 몽롱해진 틈을 타 판돈을 높이는 수법으로 막대한 돈을 뜯어낸 사건도 있다. 이처럼 도박뿐만이 아니라 사기나 약물 범죄가 함께 이루어진 사건은 당연히 심각한 범죄로 여겨지며, 그만큼 처벌도 엄격하다. 

‘내기 골프는 골프 문화다’, ‘내기 골프는 도박이다’. 

이 두 가지 명제는 모순되지만 어떻게 즐기느냐에 따라 내기 골프는 즐거운 문화가 될 수도 있고, 비도덕적인 행위가 될 수도 있으며, 법적 처벌을 받아야 할 도박 행위로 여겨질 수도 있다. 

내기 골프를 즐기는 건 나쁘지 않다. 하지만 상식과 법은 꼭 지켜야 한다. 골프에 대한 상식이 있는 사람이라면 내기 골프가 골프 문화라는 것을 알고 있다. 하지만 판돈이 지나치게 커지거나, 지나치게 상습적으로 즐기는 건 문제가 될 수 있다는 것 역시 상식으로 기억해야 한다. 만일 상식을 넘어 법적 잣대를 넘어서는 순간, 범죄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상식과 법을 지키며, 자제력을 발휘하는 게 내기 골프를 골프 문화이자 재미로 즐기는 방법이다.

 

 

GJ 나도혜 이미지 GettyImag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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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석 2023-07-17 00:40:57
내기 골프를 문화라고 하다니 말이 안나온다. 그건 문화가 아니고 끊어야 할 악습이라고. 세상에 이리도 내기 좋아하는 종족들이 있을까? 어쨌든 남의돈 따먹으려는 못된 심뽀를 가진 미개한 것들. 모이기만 하면 고스톱, 포카, 온갖 내기에 미친 것들

안귀 2023-06-26 17:21:17
골프를 좋아하는 골린이입니다.매번 골프 이슈화 내용의 질의를 잘 다뤄 주는것같습니다.
골프의 내기도박 전 사라졌음 하는 마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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