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기 골프 : 내기 골프의 빛과 그림자
내기 골프 : 내기 골프의 빛과 그림자
  • 김상현
  • 승인 2023.06.23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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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서 가벼운 내기 골프는 도박이 아니라, 골프 문화의 한 부분으로 인정받고 있다. 그럼 내기 골프의 장점과 단점, 문제점은 무엇일까?

 

한국에서의 내기 골프

 

골프를 치지 않는 사람이라면, 내기 골프와 도박을 동의어로 생각할지 모른다. 더군다나 언론에도 수시로 보도하는 ‘도박성 내기 골프’ 사건 등을 접한 사람이라면, 내기 골프는 무조건 도박이라고 선입견을 품을 수도 있지만, 골프를 치는 사람은 모든 내기 골프가 도박이 아니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만일 모든 내기 골프가 도박이라면, 한국의 골퍼 대부분이 도박죄로 경찰 조사를 받거나 재판정에 서야 할 것이다.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가벼운 내기 골프는 도박이 아니라, 골프 문화의 한 부분으로 인정받고 있다. 

특히 골프를 치며 사람들과 교류하다 보면 으레 가벼운 내기를 하기 마련이고, 이는 엄연히 골프 문화이자 재밋거리로 받아들여진다. 이렇다 보니 지인들 간의 가벼운 내기 골프는 최소한 한국에서는 ‘악’이 아니며, 하다못해 ‘필요악’도 아니다. 엄연한 골프 문화의 하나로 보아야 한다. 

 

내기 골프의 장점

 

실제로 골프 전문가 중에서도 내기 골프의 장점을 찬양(?)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그렇다면 내기 골프의 장점은 무엇일까?

가장 큰 장점이자, 내기 골프의 존재 의의는 바로 ‘재미’다. 밥값이든, 음료수값이든 홀당 소액이든 일단 내기를 하면 재미가 배가된다. 2009년 국민대학교의 연구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78.8%가 ‘내기 골프가 재미있다’라고 대답하기도 했다. 게임이 정상적으로 진행되고 모두가 룰을 잘 지킨다는 전제하에, 동반자와 그만큼 더 많은 교류를 나누고 가까워지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점. 골프 룰과는 별개로 다양한 ‘내기 룰’이 적용되어, 골프를 더 다채롭게 즐길 수 있다는 점도 재미를 높이는 요인으로 꼽힌다.

또한, 내기 골프는 경기력 향상에 도움이 될 수 있다. 실제로 내기 골프가 경기력 향상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데 많은 골퍼가 동의한다. 내기라는 목적이 생기면 당장 집중력 향상은 물론, 향후 경기력 향상에도 이바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밥값 정도의 소액 내기라 해도 일단 내기가 걸렸다면 한 번 공을 칠 때마다 좀 더 집중하게 되고, 스코어를 높이기 위해 자신의 장단점을 세세히 파악하면서 경기를 하게 된다. 이처럼 집중력을 발휘하면서, 또 자신의 장단점까지 파악하면서 경기를 하는 것만으로도 경기력 향상에 도움이 될 수 있다. 

물론 ‘내기 골프를 치면 저절로 실력이 늘어난다’는 뜻은 아니다. 내기 골프를 통해 얻은 경험을 바탕으로 연습하거나, 자신을 돌아보는 노력을 병행해야 제대로 된 실력 향상을 기대할 수 있다.

 

내기 골프의 단점

 

하지만 내기 골프가 무조건 좋다고 할 수만은 없다. 내기 골프의 단점과 문제점도 분명 존재하기 때문이다. 심지어 이 때문에 법적 문제를 겪을 수도 있다.

내기 골프의 가장 큰 단점이자 문제점은 역시 ‘도박’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모든 내기 골프가 도박이라는 건 ‘거짓’이지만, 일부 내기 골프가 도박이라는 건 ‘참’이다. 그저 윤리적으로 도박이 아니냐는 말을 듣는 수준을 넘어, 도박죄로 처벌받을 수도 있다.

 

내기 골프 관련 판례

 

한 판례를 살펴보자. 이 사건은 A 씨가 내기 골프를 하다 무려 20억원에 달하는 돈을 잃으면서 시작되었다. 심지어 A 씨는 잃은 돈을 따 주겠다는 내기 골프 상대 B 씨의 제안에 B 씨에게 따로 거액을 지급하기까지 했다. 이후 A 씨는 B 씨, 그리고 공범으로 지목된 C 씨 등을 사기, 상습도박, 상습도박 방조죄 등으로 고소했고, 그 결과 B 씨와 C 씨는 해당 혐의로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하지만 검찰에서는 거액을 잃은 A 씨도 상습도박 혐의로 기소했고, 결국 A 씨 역시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A 씨는 골프 초보인 자신이 B 씨 등을 상대로 질 것이 뻔한 게임을 한 것이라 ‘도박’이라는 개념이 성립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도박죄에서 요구하는 우연은 당사자 사이에 있어서 결과를 확실히 예견하거나 자유로이 지배할 수 없는 성질을 가리키는 것으로서 선수들의 기량 등을 모두 고려하더라도 골프경기의 결과를 확실히 예견할 수는 없다”는 이유로, A 씨에게 벌금형을 선고했다.

물론 이 사건은 대단히 극단적인 케이스다. 피해 금액만 20억원에 달했고, 도박은 물론 사기 혐의까지 있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이 정도의 돈이 오가지 않아도, 또 사기를 친 게 아니라 순수한 내기 골프였다 해도 도박으로 인정되어 관련자들이 처벌된 사건이 적지 않다.

 

내기 골프와 도박 사이

 

사실 내기 골프의 도박성을 따지는 기준은 모호하다. 공권력에서는 규모가 크거나 상습적인 내기는 도박으로 보지만 ‘일시적인 오락’은 도박으로 보지 않는다고 한다. 문제는 ‘일시적인 오락’의 기준이 뚜렷하지 않다는 점이다. 

일반적으로 보통 밥값, 술값 등을 걸고 가끔 하는 내기 골프는 말 그대로 일시적인 오락으로 여겨지며, 도박으로 여겨지지 않는다. 하지만 액수가 커지거나 지나치게 상습적인 내기 골프는 ‘일시적인 오락’을 넘어섰다는 이유로 도박으로 여겨질 수 있다.

 

내기 골프와 스트레스

 

내기 골프의 또 하나의 단점이자 문제점은 치는 사람에게 스트레스와 부담을 안겨줄 수 있다는 점이다. 앞서 언급한 2009년 국민대 연구 조사에서 응답자의 78.8%가 ‘내기 골프가 재미있다’고 대답했지만, 응답자의 71.3%가 내기 골프 시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응답했다. 도박으로 의심받을 만큼 액수가 커졌다면 말할 필요도 없고, 그 정도가 아니라 해도 내기를 했다는 것만으로도 스트레스를 받는 골퍼가 많다. 때문에 내기 골프로 스트레스를 받은 나머지 골프를 그만두는 골퍼도 있고, 내기 골프 때문에 분쟁이 일어나 상대와의 관계가 파탄 나기도 한다.

내기 골프와 도박은 엄연히 구분되어야 한다. 선을 넘지 않은 내기 골프는 골프 문화이자, 골프의 큰 재밋거리다. 하지만 선을 넘은 내기 골프는 도박이 될 수도 있고, 스트레스가 될 수도 있다. 내기 골프를 치는 건 좋지만, 선을 넘지 않으며 ‘골프 문화로서의 내기 골프’를 즐기는 지혜를 갖춰야 하겠다.

 

 

GJ 김상현 이미지 GettyImag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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