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 슬럼프 : 프로들의 슬럼프 탈출
골프 슬럼프 : 프로들의 슬럼프 탈출
  • 김태연
  • 승인 2023.06.08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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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골퍼들도 피할 수 없는 슬럼프! 톱 프로들이 겪은 슬럼프와 슬럼프 극복 스토리를 통해 타산지석의 교훈을 얻자.

 

슬럼프는 아마추어와 프로를 가리지 않는다. 사실 프로 쪽이 훨씬 심각하다. 아마추어 골퍼에게도 골프는 소중한 취미, 나아가 삶에 있어 큰 의미겠지만, 프로골퍼에게 골프란 문자 그대로 자신의 존재 의의이자 밥벌이니 말이다. 

짧은 부진이라면 모를까, 오랜 슬럼프는 본인의 경력, 인기, 명성, 수입 등과 직결된 문제라 부담이 더 클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슬럼프를 겪은 프로 선수는 어떻게든 빨리 슬럼프에서 벗어나기 위해 노력하지만, 슬럼프를 이겨내고 화려하게 복귀하기도 하고, 안타깝게도 끝내 이겨내지 못하고 은퇴하기도 한다. 슬럼프를 겪은 톱 프로골퍼들은 어떻게 슬럼프를 탈출했을까.

 

랄프 걸달

19세에 프로가 된 랄프 걸달(1911~1987)은 PGA 투어 통산 16승을 기록하는 등 시대를 대표하는 골프 선수 중 한 명이었다. 하지만 걸달은 커리어 중 두 번의 큰 슬럼프를 겪었다. 

첫 번째는 1933년이었다. 1933년 US 오픈에 출전한 그는 우승을 코앞에 두고 실수를 하여 조니 굿맨에게 우승을 빼앗겼다. 이후 한동안 슬럼프에 빠졌고, 심지어 골프를 그만두고 다른 직업을 찾기까지 했다.

하지만 피나는 노력 끝에 1936년 컴백한 걸달은 당시 메이저나 그에 버금가는 수준의 대회로 인정받던 웨스턴 오픈에서 3년 연속 우승하는 등 슬럼프를 이겨내고 전성기를 맞이했다. US 오픈에서 2회, 마스터스에서 1회 우승을 차지하며 총 3번의 메이저 우승까지 기록했다. 

이후 걸달은 다시 한번 극심한 슬럼프를 겪었다. 두 번째 슬럼프는 치명적이었다. 동료 선수인 폴 루냔이 ‘랄프 걸달은 세계 최고에서 전혀 공을 치지 못하는 선수가 되었다’고 이야기할 만큼 기량 저하가 심각했다. 

결국, 걸달은 프로의 세계에서 은퇴했고, 이후 골프 강사로 여생을 보냈다. 걸달을 은퇴로 몰아넣은 두 번째 슬럼프는 지나치게 완벽한 스윙에 집착하다 발생한 일명 분석 마비형 슬럼프라는 설이 유력하지만, 걸달 본인은 다르게 생각했다. 그는 언론 인터뷰에서 자신이 겪은 두 번째 슬럼프는 젊은 나이에 수많은 우승을 차지한 후 목적의식을 잃어버린 탓에 생겼다고 말했다.

 

타이거우즈

골프계의 고트(GOAT)로 꼽히는 타이거 우즈도 슬럼프를 여러 번 겪었다. 고트의 의미가 낯선 이들을 위해 부연하자면 ‘Greatest Of All Times’의 단어 앞 글자를 딴 용어로 ‘역사상 가장 훌륭한 선수’ 혹은 ‘최고의 선수’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2009년 사상 최악의 성추문에 휩싸이면서 겪은 슬럼프가 유명하지만, 그 이전에도 여러 번 슬럼프를 겪거나 슬럼프설에 휩싸이기도 했다. 우즈의 커리어를 ‘화려하게 비상했다가 어떻게 슬럼프를 겪었으며, 어떻게 극복했는가’로 요약할 수도 있다. 

성추문 이전에 주로 그의 발목을 잡은 건 건강이었다. 역동적인 스윙 폼을 대가로 얻은 허리와 무릎 부상은 커리어 내내 그를 괴롭히며 여러 번 슬럼프를 겪게 했고, 우즈는 여러 번 스윙 폼을 바꾸면서 극복해 나갔다.

하지만 문제의 2009년 11월, 전대미문의 성추문과 함께 우즈의 커리어는 추락했다. 이후 3년 넘게 공식 대회에서 우승을 기록하지 못하는 최악의 슬럼프를 겪었다. 2011년 마스터스에서는 한 갤러리가 우즈에게 핫도그를 집어 던지는 웃지 못할 사건이 벌어질 만큼 세간의 웃음거리가 된 가운데 제 실력을 발휘할 수 있을 리 없었다. 여기에 건강 문제까지 겹쳐 ‘이대로 우즈는 은퇴할 것’이라는 비관적인 전망까지 나왔다. 

그러나 우즈는 포기하지 않고 스윙 훈련을 계속했으며 재기에 나섰다. 이후 2012년 아놀드 파머 인비테이셔널에서의 우승, 2013년 플레이어스 챔피언십 우승 등 다시 좋은 모습을 보여주었지만, 안타깝게도 또다시 슬럼프를 겪었다. 2014~2015년경에는 우즈가 입스를 겪는 게 아니냐는 설이 진지하게 제기되기도 했다. 

하지만 2018년 재기에 성공했고, 2019년 마스터스 토너먼트에서 오랜만에 메이저 우승을 차지하며 ‘클래스는 영원하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최근 우즈는 슬럼프가 아닌, 교통사고 부상 후유증을 극복하고 다시 실력을 끌어올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박세리

말이 필요 없는 한국 골프 역사상 최고의 선수 중 한 명이자 국민 영웅이었던 박세리도 여러 번 슬럼프를 겪었다. 국민 영웅으로 등극했던 1998년의 영광 이후, 1999년에 잠시 부진을 겪은 후 슬럼프가 아니냐는 우려를 사기도 했고, 이후로도 몇 번 슬럼프를 겪었다.

가장 지독한 슬럼프는 2004년에 찾아왔다. 박세리가 명예의 전당 요건을 채운 직후 슬럼프가 찾아왔고, 그야말로 박세리의 커리어 사상 최악의 위기였다. 자기관리와 노력과 무관하게 찾아온 슬럼프는 박세리 스스로의 표현처럼 ‘모든 것을 포기하고 대인 기피증까지 생길 정도’로 심각했다. 

이후 2년 동안 슬럼프에 시달린 박세리는 처음에는 아니라고 부정하다가, 뒤늦게 인정하고 무너졌다가, 다 내려놓고 자신을 칭찬하는 긍정적인 자세 속에서 천천히 회복해 나갔다. 

이렇게 슬럼프를 극복한 박세리는 2006년 LPGA 맥도날드 챔피언십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부활했고, 이후 2007년 제이미 파 오웬스와 2010년 벨 마이크 LPGA 클래식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2016년 은퇴한 박세리는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2016), 도쿄올림픽(2020)에서 대표팀 감독을 역임했으며, 왕성한 방송 활동 외에도 유소년 골프 육성, 유튜브 세리TV 등으로 골프 대중화에 앞장서고 있다.

 

고진영

최근에 슬럼프를 겪은 선수로는 고진영이 있다. 2018년 LPGA 투어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고진영은 2019년엔 한국 선수 중 다섯 번째로 여자골프 세계랭킹 1위에 올랐다. 또한, 고진영은 지금까지 세계랭킹 1위를 달성한 5명의 한국 선수 가운데 최장(153주) 1위 기록을 보유 중이다.

데뷔 이후 승승장구하던 그녀는 2022년 시즌 초까지만 해도 준수한 모습을 보였지만, 여름부터 흔들리기 시작하며 4개 대회에 출전해 3개 대회에서 컷 탈락, 나머지 1개 대회에서 기권하는 등 심각한 부진을 겪으며 2022년 하반기 내내 슬럼프에 시달렸다. 

슬럼프의 주된 원인은 손목 부상과 무너진 스윙이었고, 악바리 고진영은 2022년 시즌 후 몇 달 동안 부상 회복과 무너진 스윙을 바로잡는 데 전념했다. 

결국, 2023년 HSBC 위민스 월드 챔피언십에서 우승을 차지하고 다른 대회에서도 준수한 성적을 기록하는 등 작년의 슬럼프를 극복했다는 평을 받고 있다.

 

 

GJ 김태연 이미지 GettyImag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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