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인지 vs 렉시 톰슨 : 두 선수의 다른 눈물
전인지 vs 렉시 톰슨 : 두 선수의 다른 눈물
  • Vincent Kim
  • 승인 2022.08.03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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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저대회 KPMG 위민스 PGA 챔피언십에서의 전인지의 3년 8개월 만의 우승! 전인지가 승리 확정 후 감격의 눈물을 흘리고 있을 때, 선두를 다툰 렉시 톰슨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눈물을 흘리고 있었을 것입니다.

 

렉시와의 일화

 

가장 이쁘고 섹시한 여자 골프 선수를 뽑으면 늘 10위 안에 선정되는 렉시 톰슨. 특히 어린 팬들에게 사인을 해주며 늘 다정하게 대해주는 것으로도 많이 알려진 멋진 선수입니다.

그녀의 키는 183cm라고 하는데, 2018년 기아클래식(Kia Classic) 프로암 전날 열린 페어링 파티에서 본 렉시는 킬 힐까지 신어서 190cm는 되어 보였습니다.

당시 사진을 같이 찍지 않으려는 저를 보고 “Oh~ Don't be shy(부끄러워하지 마세요)”라고 했었는데, 사실 저는 “I don't want to look bad with you(너와 함께 나쁘게 보이고 싶지 않아)”라고 말하고 싶었죠. T.T(김 변의 눈물)

 

논란의 중심이 된 사건

 

개인적으로는 렉시 톰슨을 생각하면 안타까웠던 경기 장면이 몇가지 떠오르네요. 2017년 4월 메이저대회인 ANA 인스퍼레이션(ANA Inspiration : 현 The Chevron Championship) 마지막 날 12홀을 마치고 3타차 선두였던 렉시 톰슨.

하지만 3라운드가 끝나고 재방송을 보던 한 시청자가 “3라운드 경기 중 렉시 톰슨이 짧은 퍼팅을 남겨두고 볼 마크를 하고 공을 집었다 다시 놓으면서 엄지손톱 정도의 오차 범위로 공을 잘못 놓았다”고 제보했습니다. 

이로 인해, 렉시 톰슨은 그린에서 공을 원래대로 놓고 쳐야 하는 규정을 위반했다고 해서 2벌타. 이어서, 스코어카드를 잘못 기입한 후 사인해 이를 제출했다고 또 2벌타. 결국, 3타차 선두에서 1타차 2등으로 떨어진 후 가까스로 한국의 유소연과 플레이오프에 진출하게 됩니다. 하지만 멘탈이 흔들린 탓인지 이 대결에서 결국 버디를 한 유소연에게 우승을 헌납하죠.

이어 2017년 9월 인디 위민스 인 테크 챔피언십(Indy Women in Tech Championship)에서 렉시가 티샷한 공이 물에 빠졌고, 원래 드롭해야 하는 지점보다 한참 더 앞에서 공을 드롭했다는 의심을 받은 적이 있습니다.

당시에 그녀가 여유로운 스코어로 선두를 달리고 있었으므로 대세에 지장은 없었지만 만일 근소한 차이였다면 논란은 충분히 더 있었을 수도 있을 것입니다.

또한, 렉시는 2017년 11월 CME 그룹 투어 챔피언십(CME Group Tour Championship)에서 마지막 50cm 퍼팅을 놓친 바 있습니다. 이로 인해 우승도 날리고 상금도 날리고 여러 특별상 수상 기회를 날려버렸던 그녀. 

한마디로 2억원짜리 퍼팅이었던 셈이죠. 아마추어 골퍼들끼리였으면 벌써 오케이를 주었을 거리였는데 말이죠. 이래저래 그녀에게 2017년은 잔인한 해였던 것 같습니다.

 

렉시 톰슨의 실수

 

지난 6월 27일 막을 내린 메이저대회 KPMG 위민스 PGA 챔피언십(KPMG Women's PGA Championship)에서 그녀는 또 한 번 고배를 마셨습니다. 전인지가 우승 후 감격의 눈물을 흘리고 있을 때, 렉시 톰슨은 미디어와의 인터뷰도 거절한 채 보이지 않는 곳에서 눈물을 흘리고 있었을 것입니다.

KPMG 위민스 PGA 챔피언십 마지막 날 2위인 전인지에 2타차로 앞서고 있었던 렉시는 14번홀에서 60cm 정도 되는 숏퍼팅을 놓칩니다. 후반에 두 번의 중요한 숏펏을 놓치며 4개의 보기를 범한 그녀는 두 타 리드를 지키지 못하고 전인지에게 한 타 차로 메이저 우승컵을 헌납하게 된 것입니다. 전인지 선수에겐 기쁨이, 렉시 톰슨 선수에겐 아픔이 되었네요.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2홀을 남기고 이 조엔 슬로우 플레이를 경고하는 시간을 재기 시작했고, 결국 마지막 홀에 들어섰을 때는 렉시는 동반 플레이를 했던 최혜진과 함께 2,000달러의 벌금이 부과되었음을 통보받게 되었었다네요.

이날의 여파인지 렉시 톰슨은 이 대회 이후에 열린 메이저대회인 아문디 에비앙 챔피언십(The Amundi Evian Championship)에 불참했습니다.

 

전인지의 부활

 

사실 이 대회에서 큰 중압감을 느낀 사람은 렉시 톰슨만은 아니었습니다. 마지막 라운드가 시작되고 전인지는 보기만 4개를 범합니다.

“오랜만에 좋은 성적을 내면서 전인지 선수의 중압감이 얼마나 클까?” 하는 생각이 들었는데요. 그러다 렉시 톰슨의 후반 실수를 보면서 “렉시도 이런 심리적 압박에 약한 면이 있는데…” 하는 생각이 들어 전인지의 재역전 우승을 기대했습니다.

또 이 대회에서 두 선수의 플레이를 보면서 “골프는 정말 멘탈 게임이구나!”라는 걸 다시 한번 깨닫게 되었습니다.

전인지의 3년 8개월 만의 우승, 그것도 메이저대회! 경기 후 인터뷰에서 그녀는 “기대에 부응해야겠다는 부담감이 정말로 대단했다”고 말합니다. 그간 얼마나 힘들어 했었는지 인터뷰 중 전인지의 눈물을 보며 조금이나마 가늠해 보았습니다. 늘 환하게 웃는 모습 속에 그 힘든 마음의 고통을 숨기고 있었을 우리 플라잉 덤보! 그녀가 인터뷰 내내 흘리는 눈물에 저도 어찌나 몰입이 되던지. “It is okay not to be okay. (괜찮지 않아도 괜찮아요)”라고 말해주고 싶었습니다. 

그동안 은퇴를 생각할 정도로 힘들어했던 플라잉 덤보! 하지만 선수도 팬들도 모두 포기하지 않았었죠. 앞으로도 우리 덤보 전인지 선수가 힘차게 날아오르기를 기대합니다.

 

 

GJ Vincent Kim 이미지 GettyImag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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