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한호 칼럼] 노캐디 라운드 시기상조인가?
[박한호 칼럼] 노캐디 라운드 시기상조인가?
  • 박한호
  • 승인 2024.02.13 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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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캐디 선택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이야기해온 필자도 최근 노캐디 팀의 늦은 진행을 눈앞에서 경험한 이후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노캐디제 운영에 앞서 골퍼들 스스로 적합한 매너와 에티켓을 갖춰야 하지 않을까.

 

지난 가을, 이천의 모 골프장에서 라운드를 하다 일몰로 3홀을 남겨놓고 끝내야만 했다. 티오프 시간으로 볼 때 해가 지기 전에 18홀 플레이를 충분히 할 수 있었음에도 홀마다 계속 지체되어 우리 팀을 포함해 적어도 6~7팀 정도가 정해진 플레이를 다 마치지 못한 것이다. 클럽하우스에 들어와 사유를 들어보니 그날 오후 노캐디 팀이 몇 팀 있었는데 그 팀들의 진행이 문제가 되어 그렇게 되었다고 했다. 

그다음 주, 라운드를 하다가 의자에 자리 잡고 앉아 간식을 먹느라 PAR 3홀 그린이 비었는데도 티샷을 하지 않고 있는 앞 팀을 만났다. 늦은 시간이었기에 자칫하면 지난번과 같이 뒤로 몇 팀이 18홀을 못 마칠 듯해 빨리 진행하는 것이 좋겠다고 독촉을 했다. 눈치가 보였던지 부랴부랴 서둘러 티샷을 하고 나가느라 어질러 논 음식물쓰레기를 채 치우지 않아 그것은 뒤 팀인 우리들 몫이 되어버렸다. 그 팀 역시 노캐디 라운드였다.

 

골퍼 64.7% 노캐디 선호

 

우리나라 골퍼들 64.7%가 노캐디 플레이를 선호한다는 설문 조사 결과가 있었다. 골프비용이 오르며 노캐디를 원하는 골퍼들이 과반수 이상인 것이다. 

하지만 노캐디 도입에 난색을 하는 골프장이 많다. 라운드를 하며 기본적인 부분조차 지키지 않는 골퍼들로 인해 진행에 엄청난 차질을 초래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중간에 끼어있는 노캐디 팀 중 몇 팀만 진행에 문제가 되면 그날 남은 모든 팀이 제 시간에 라운드를 마치지 못할 수 있다고 한다. 라이트 시설이 있는 골프장의 경우는 그나마 대처가 가능하지만 없는 곳은 골퍼들의 항의는 물론 잔여 홀의 그린피 환불까지 해야 하기에 노캐디 팀을 확대하기가 머뭇거려진다는 것이다. 두어 번 비슷한 경험을 하고 보니 그 고충을 알 수 있을 것도 같았다. 

2022년 일 년 동안 골프장에서 라운드를 한 골퍼가 5,058만 명이고 골퍼들이 지출한 캐디비의 총 규모는 대략 2조원 정도로 추정된다. 이 금액은 유원골프재단과 서울대학교 스포츠산업 연구센터가 함께 연구한 한국골프산업 백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전체 골프 시장규모인 20조 6천억의 약 10% 정도가 되고 2022년도 우리나라 스크린골프 시장 전체금액과 거의 비슷하다.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엄청난 금액이다. 2~3년 동안 그린피는 물론 카트비와 캐디비도 계속 인상되어왔다. 전동카트는 우리나라 골프장 지형상 선택의 여지가 없으니 그나마 캐디피의 부담이라도 덜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을 것이다. 골프장들도 캐디 수급이 어려워 노캐디제 도입이나 확대를 검토하고, 시범 운영도 해보며 가능 여부를 살피고 있지만, 아직 골퍼들의 인식과 협조가 미흡해 시행을 미루고 있는 곳이 많다고 한다.  

 

캐디의 기원

 

골프에서 동반자와 함께 빠지지 않는 캐디는 최초의 여성 골퍼라는 수식어를 가지고 있는 스코틀랜드 여왕인 메리 스튜어트 (1542~1587년) 시대에 처음으로 생겨났다 한다. 1457년 영국의 제임스 2세가 군사훈련을 게을리하게 된다는 이유로 내려진 골프금지령이 발효되었던 시절이었음에도 골프를 너무 좋아한 메리 스튜어트는 이를 개의치 않고 골프를 즐겼다고 한다. 여왕이 골프를 칠 때면 프랑스에서 데려온 호위병이 골프클럽을 들어주었는데 그 호위병이 프랑스 육사 생도인 카데(Cadets)였다. 카데는 프랑스어로 생도 또는 막내를 뜻하는데 이 카데가 카디(Cady), 캐디(Caddy)라는 명칭으로 변화를 거쳐 캐디(Caddie)가 됐다는 게 가장 유력한 설이다. 

 

우리나라 최초 하우스캐디

 

조선시대 초기 수양대군이 단종을 몰아내고 왕위를 찬탈한 1400년도 중반에 영국에서는 골프 금지령이 내려졌고, 임진왜란이 일어나기 수년 전까지 영국 여왕 메리 스튜어트는 캐디를 동반해 골프를 친 기록이 있다. 이렇듯 골프와 캐디는 오랜 역사를 갖고 있지만, 우리나라의 하우스캐디는 1963년 국내 1호 골프장인 서울CC에서 처음 선보였다. 과거에 캐디는 클럽을 전달하고 골퍼들의 여러 가지 잡다한 일들을 도와주는 비교적 단순한 일을 했다. 하지만 지금은 점차 전문직으로 자리를 잡아가고 상당한 수입이 보장되는 프로 투어캐디들도 각광받는 직업 중 하나가 되었다. 

 

노캐디제의 아이러니

 

골퍼들은 골프의 부대비용이 부담된다며 캐디와 카트의 선택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골프장이 산악 지역에 있어 현실적으로 개인 카트를 끌고 플레이를 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또한, 처음 골프를 배울 때부터 캐디의 도움에 익숙해져 있는 대부분 골퍼가 노캐디로 라운드를 하기도 역시 쉽지 않다. 골프 인구는 늘고 신규 캐디 수급도 어려우니 그들의 봉사료가 오르는 것은 자연스런 현상이다. 그렇기에 그 부담을 덜고자 노캐디나 선택제로 해야 한다는 제안이 나오고 동감을 하는 이들도 많다. 하지만 실제로 골퍼들이 캐디 없이 원활히 라운드할 수 있는지 우리 골퍼들 스스로 진단해 봐야 할 것 같다. 

스윙할 때마다 거리를 물어봐야 하고, 퍼터도 라인을 맞춰주어야만 할 수 있고, 앞 팀이 시야에서 사라져도 서두르지 않고, 시도 때도 없이 멀리건을 남발하며 마냥 플레이 시간을 늦추는 골퍼들이 있는 한 노캐디제의 도입은 어렵다. 기회가 있을 때마다 캐디 선택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이야기해온 필자도 최근 노캐디 팀의 늦은 진행을 눈앞에서 경험한 이후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골퍼들 스스로 노캐디제 운영에 적합한 매너나 에티켓을 갖추었는지를 먼저 확인하고 그런 주장을 펼쳐야 할 것 같다.

 

 

GJ 박한호 이미지 GettyImag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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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창규 2024-03-12 17:31:38
일본.태국.필리핀.라오스.캄보디아 노캐디. 라운딩 해도
전혀 문제없이 원활하게 운영되는데요
한국만 운영이 않되나요
이상한 나라에 엘리스 인가요

홍건선 2024-03-07 06:54:45
일본 골프치러가는 한국 골퍼들 노캐디 진행에 아무 문제없는데 왜 국내 노캐디가 문제인가요 사람들이 틀린 사람들인가요

닉키 2024-02-19 11:58:39
지금도 노캐디하는데 있는데 한번 가봐라. 아주 개판이다 그냥. 골프장에서 캐디제를 운영하는 이유를 알 수 있다. 아주 그냥 대놓고 볼 몇개씩 치고 다니면서 진행 다 막고 있는다.
좁아터진 땅덩어리에 골프인구 대비 골프장이 적어서 우리나라는 어쩔 수 없다. 골프장이 많아서 풀부킹이 안차야 노캐디제를 운영하지. 이건 기자가 기사 쓴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님.

이유운 2024-02-17 08:53:48
일본사람들의 매너를 배워야함

김성진 2024-02-17 05:11:00
노케디 운영시 플레이 시간이 늘어납니다
골프장에서 진해요원 1명만 카트 내지는 바이크로 코스를 돌아주면 해결되리라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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