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한호 칼럼] 골퍼들이 다시 찾고 싶은 골프장 만들기
[박한호 칼럼] 골퍼들이 다시 찾고 싶은 골프장 만들기
  • 박한호
  • 승인 2024.01.15 1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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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비스업종의 제일 우선순위는 고객이고 골프장이 지속적으로 발전을 하려면 재방문율이 높아야 한다. 그러려면 일단 한 번이라도 방문한 고객들에게 감동을 주고 그 감동을 잊지 못해 다시 찾아오도록 하는 것이 최선의 마케팅이 아닐까.

 

배려의 차이

 

지난 늦가을, 골프장에 다녀오다 일행들과 자주 가던 시골 마을 빵집에 들렀다. 아무 생각 없이 들어간 가게 안 분위기는 북적거리던 평소와 다르게 주방 쪽 등만 밝혀진 채 사장님 혼자 일을 하고 있었다. 

정기휴일이라 느지막이 다음 날 재료 준비를 하고자 잠시 나왔다고 했다. 인사를 하고 나오려는데 ‘빵은 없어도 커피는 드릴 수 있으니 한잔들하고 가시라’며 환하게 웃는 손은 벌써 커피머신으로 향하고 있었다. 계산을 하려는 내게 평소 자주 오시는 손님들께 커피 한 잔을 대접 못 하겠냐며 한사코 돈 받기를 거절했다. 정기휴일을 고객들에게 제대로 알리지 못한 잘못도 있고, 설사 알고 오셨다 하더라도 내 집에 오신 손님을 그냥 보낼 수 없다는 말에 그 시골빵집 사장님의 푸근한 인심을 또 한 번 느낄 수 있었다.

이달 초, 밤새 추적추적 비가 섞여 내렸던 날 강원도 모 골프장엘 갔다. 골프장 초입에 들어서자 눈이 제법 하얗게 덮인 코스가 차창 밖으로 펼쳐졌다. 클럽하우스에는 많은 사람이 웅성거리고 있었다. 

높은 지역이라 간밤에 비가 아닌 눈이 내렸고 그 눈이 녹지 않아 정상적인 플레이가 어려우니 취소할 팀은 취소해도 된다는 것이었다. 취소를 하려니 두 시간여를 달려온 것이 아쉽지만 그냥 플레이하기도 힘들 것 같아 한참을 망설이다 그냥 돌아오기로 했다. 

조금 일찍 판단해 예약자들에게 알려주었다면 많은 사람이 여기까지 오는 수고를 덜 수 있지 않겠냐는 항의성 질문에 프런트 직원은 방금 전 결정되었다며 발뺌을 했다. 오전 11시경이었는데 그 시간까지 의사 결정을 미루었다는 것이 더 이해가 안 되었다. 그날 몇 팀이 골프장까지 왔다가 돌아갔는지 알 수 없으나 너무 책임감 없는 처사에 되돌아오는 내내 언짢았다. 

자기네들의 늦은 판단으로 불편을 겪을 많은 고객에 대해 깊이 고민을 하지 않은 것 같아 속도 상했다. 한편 어쩔 수 없는 사정이었다면 추운 날 골프장까지 와서 라운드를 못 하고 돌아가는 고객들에게 정중하게 죄송하다는 인사를 하며 따듯한 커피 한잔이라도 대접해 주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세심한 배려가 있었다면 오랜 시간 달려와 그냥 돌아가는 서운함은 누그러지고 대접받은 그 커피 한잔에 대한 좋은 기억만 남았을지도 모른다. 그 커피 한 잔이 골프장 이미지 제고에 엄청난 도움이 되고 골퍼들은 그날 못한 라운드의 아쉬움을 달래기 위해 다시 찾고 싶은 골프장으로 마음에 담아둘 수도 있을 것이다.

 

악천후는 고객 몫

 

작년 겨울 많은 눈이 내린 며칠 뒤, 골프를 치고 싶어 이천 모 골프장에 제설상황에 대해 문의를 했다. 눈은 대부분 다 치웠고 군데군데 잔설만 조금 있기 때문에 플레이에는 전혀 지장이 없다고 했다. 

그 말을 믿고 눈 때문에 어려울 것이라는 지인들을 설득해 도착한 골프장 코스는 도저히 플레이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눈이 그대로 쌓여 있었다. 제설작업을 하고 잔설만 일부 남았다고 하더니 반대로 군데군데 잔디가 잔설처럼 조금씩 보이뿐 그냥 하얀 눈밭 그대로였다. 속은 것 같아 화가 나 취소를 하겠다고 하니 ‘지금 취소하면 노쇼(No Show)로 처리돼 앞으로 6개월간 부킹과 내장이 제한된다’는 단호한 답이 돌아왔다. 

그렇지 않아도 부킹이 엄청 어려운 시기에 6개월 동안이나 내장 못 하는 벌칙을 받을 수 없어 툴툴거리며 플레이를 해야 했다. 18홀 내내 정말 호갱(?) 취급을 당하는 것 같은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골프장 말을 그대로 믿고 부킹을 한 바보라는 동반자들의 놀림은 돌아올 때까지 멈출 줄 몰랐다.

비가 와서 예약된 라운드를 취소하려고 골프장에 문의하면 거의 대부분 ‘여기는 비가 안 온다’는 답을 들을 때가 많다. 우리나라 비는 골프장만 피해 가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 적도 있다. 그 말을 믿고 골프장에 도착하면 여지없이 비가 내리곤 한다. ‘방금 전부터 왔어요.’ 어느 골프장이나 똑같은 멘트다. 

지금도 수도권 모 골프장은 아무리 악천후라도 반드시 골프장에 가서 취소해야 하는 곳도 있다. 유선상으로는 취소를 받아 주지 않고 도착해 취소하지 않으면 노쇼로 처리한다. 날씨가 안 좋아 코스는 폐쇄해도 기왕 온 김에 클럽하우스 식당에서 동반자들과 식사라도 하고 가길 바라기 때문이란 믿지 못할 말도 있다. 

 

골프장은 예외?

 

얼마 전 광장시장에서 형편없는 모둠전 한 접시를 15,000원이나 받았다고 온 언론이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시장 전체가 발칵 뒤집혀 급기야 상인회에서 그 점포에 대해 10일간 영업정지를 시켰다고 한다. 

모 예능 프로그램에서는 지방축제 중 전통 과자를 너무 비싸게 판 시장상인 때문에 한동안 시끄럽기도 했다. 

그 후 각 지역 축제에는 공정 가격 감시단까지 운영하며 그런 행태를 막고자 노력하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골프장만은 예외다. 아무리 형편없는 음식을 시중보다 몇 배 비싸게 받는다고 난리를 쳐도 사회적으로 별다른 반응이 없다. 두 시간이나 달려간 골프장이 눈 때문에 플레이할 수 없어 많은 사람이 되돌아 나와도 누구 하나 죄송하다는 인사를 할 줄 모르는 무감각한 서비스 정신으로 영업을 하는 곳이 골프장이다. 

눈은 다 치웠으니 걱정하지 말고 오라던 골프장은 발목까지 눈이 그대로 쌓여 있는 상태로 영업을 하면서도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아무리 악천후라도 골프장에 와서 취소해야 한다는 말도 안 되는 규정으로 유세를 부리는 골프장은 지금도 잘만 나간다. 일반적 사회 분위기에서는 도저히 용납될 수 없는 행태건만 유독 골프장들의 이런 못된 횡포를 고발하는 언론이나 시정을 권고하는 정부 기관은 없다. 

 

서비스 마인드가 필요해

 

시골 마을에서 자그마한 빵집을 운영하는 주인도 정기휴일을 잘못 알고 찾아온 고객에게 오히려 미안하다며 따듯한 커피를 대접하기도 한다. 몇 년째 수백억 매출에 그 매출의 절반 이상 이익을 내고 있는 알짜업종 골프장에서는 추운 날 먼 길 헛걸음을 한 고객들에게 송구한 마음을 담아 원가로 따지면 몇 푼 안 되는 커피 한잔 대접할 생각은 왜 못할까 하는 아쉬움이 든다. 

서비스업종의 제일 우선순위는 고객이고 지속적으로 발전을 하려면 재방문율이 높아야 한다. 그러려면 일단 한 번이라도 방문한 고객들에게 감동을 주고 그 감동을 잊지 못해 다시 찾아오도록 하는 것이 최선의 마케팅이라고 본다. 고객은 자그마한 것에 감사하고 감동한다. 그것을 알지 못한다면 서비스업을 할 자격이 없다. 또 늘 지금처럼 호황일 것이라 생각하면 오산이다.

겨울 골프가 시작되었다. 코스에 눈을 치워 놓지도 않고 내 알 바 아니라는 마음으로 고객을 받을 생각하지 말고 더 원활하게 플레이할 수 있도록 관리해야 한다. 만약 그럴 자신이 없다면 아예 문을 닫는 것이 맞다.

 

 

GJ 박한호 이미지 GettyImag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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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놈 2024-01-15 14:33:58
정말 골프장 음식 형편없이 맛도없고
비싸다
그런데 울며 겨자먹기 식이다

고쳐라

고치라고

어디다 올려야 고치겠나

두둘겨 맞아도 소용없다

득단의 조치가 필요한가보다ㅜㅜ

골린이 2024-01-15 13:55:09
한국 골프장의 안하무인은 공감. 오전에 비오고 오후 폭우 예정이라 오후 티 취소 연락해도 와야 한다함. 4명 시간 비용 지들이 책임도 안지면서..노쇼? 그냥 안가고 그 골프장은 없다치고 살아야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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