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증가하는 골프장 농약 사용량 해결책은 없을까?
매년 증가하는 골프장 농약 사용량 해결책은 없을까?
  • 김상현
  • 승인 2023.01.13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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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골프장의 농약 논란은 현재 진행형이다. 심지어 농약 검사의 신뢰성이나 기준에 대한 논란까지 제기되고 있다. 대체 그 이유는 무엇이며, 해결책은 없을까.

 

한국의 골프장 농약 검사는 건기(4~6월)와 우기(7~9월)로 나눠 연 2회 시행되고 있다. 검사 결과 고독성 농약이 검출되면 1,000만원 이하, 잔디 사용 금지 농약이 검출되면 100만원 이하 과태료가 부과된다. 

그러나 최근 국내 골프장에서 고독성, 잔디사용 금지 농약을 쓰다 적발된 사례는 거의 없다. 덕분에 지자체에서 시행하는 골프장 농약 검사 결과 ‘지자체 내 모든 골프장 무사통과’가 당연한 일로 여겨진다.

2022년에도 마찬가지였다. 전국 각지에서 시행된 골프장 농약 검사 결과가 공개되었지만, 고독성 및 잔디 사용 금지 농약이 검출된 사례는 전무하다.

이 정도면 한국 골프장의 고질병으로 여겨진 농약 논란은 이제 먼 나라 이야기 같기도 하다.

 

골프장 농약 논란이 현재 진행형인 이유

 

하지만 국내 골프장의 농약 논란은 현재 진행형이다. 심지어 농약 검사의 신뢰성이나 기준에 대한 논란까지 제기되고 있다. 대체 그 이유는 무엇일까. 

가장 큰 논란은 골프장 농약 검사의 기준이 미비하다는 점이다. 현재 골프장 농약 검사는 ‘농약관리법 시행령 제20조 제4항’에 따라 맹독성, 고독성, 잔디 사용 금지 농약 사용만 금지하고 있으며, 농약 사용량에 대한 규제는 없다. 즉, 금지 농약을 쓰지만 않으면 아무리 많은 농약을 써도 법으로 제재할 방법이 없다. 

이 때문에 국내 골프장의 농약 사용량은 매년 높아지는 추세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김영진 국회의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국내 골프장의 농약 총 사용량은 2018년에는 170.1톤, 2019년에는 186.1톤, 2020년에는 202.1톤을 기록해 200톤을 넘겼다.

2018년에 골프장이 528곳, 2019년에는 539곳, 2020년도에는 541곳으로 집계된 것을 고려하면, 골프장 숫자가 늘어나는 것 이상으로 농약 사용이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무작정 농약 사용량을 줄이라고 할 수 없는 이유

 

그렇다고 무작정 농약 사용량을 줄이라고 요구할 수도 없다. 국내 골프장이 좋아서 농약을 많이 쓰는 건 아니기 때문이다. 매년 심각해지는 기상이변으로 날씨를 예측하기 어려워지면서, 적당한 시기에 적당히 농약을 써서 최대의 효과를 내는 것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예상치 못한 폭우로 기껏 뿌린 농약이 예상치 못한 빗물에 씻겨나가 어쩔 수 없이 새로 농약을 뿌리는 일도 흔하다. 농약 사용량이 증가하는 데 골프장도 할 말은 있는 셈이다.

 

커지는 환경오염 논란

 

무슨 이유에서든 골프장 농약 사용량이 증가하면서 잔류 농약 등 환경오염 논란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김선태 충남도의원은 보건환경연구원에 대한 행정세무감사에서 “2022년 보건환경연구원이 도내 31개 골프장을 대상으로 실시한 농약 잔류량 검사 결과 토양 및 수질 271건 중 86건에서 농약 잔류가 검출됐고 농약 잔류가 검출되지 않은 골프장은 3개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농약 잔류의 주원인이 과도한 농약 사용으로 꼽히는 만큼, 골프장의 과도한 농약 사용으로 말미암은 부작용이 점점 커지고 있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골프장 농약 검사 신뢰도에 대한 의구심

 

골프장 농약 검사의 신뢰도에 대한 의구심도 제기되었다. 최근 경상북도문화관광공사에서 운영하는 A 골프장은 다른 골프장처럼 농약 사용량을 보고하고 공개했는데, 환경부 토양지하수 정보시스템에 공개된 농약 사용량은 2019년 479kg, 2020년 340kg이었다. 환경부 토양지하수 정보시스템에 공개된 정보는 환경부의 규정에 따라 관할 기초 시군이 허위 작성 여부 등을 살피고 조사한 후 상부에 보고하고, 상부에서 다시 한번 살핀 후 환경부에 보고하는 시스템으로 되어 있다. 즉, 환경부 토양지하수 정보시스템에 공개된 농약 사용량은 신뢰할 수 있는 데이터로 여겨졌다.

그런데 경북도의회 행정사무감사에서 A 골프장의 농약 사용을 살핀 결과, 수치가 크게 다르게 나타났다. 2019년에는 약 2,800kg, 2020년에는 약 3,200kg에 달한 것으로 보고된 것이다. 환경부 자료보다 많게는 10배나 차이가 난 건 물론, 전해와 비교하면 실제로는 농약 사용이 늘었음에도, 오히려 줄어든 것처럼 발표된 셈이다. 이에 경상북도문화관광공사 관계자는 자체적으로 쓰는 농약과 외주용역에서 쓰는 농약이 있는데, 이 때문에 농약량을 산정하고 신고하는 데 문제가 있는 것 같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몇 퍼센트의 오차도 아니고 10배나 오차가 발생한 건 어떤 이유가 있든 의구심 어린 시선을 받을 수밖에 없다.

 

농약 관련 문제 해결 위한 묘수는 없을까

 

이처럼 골프장 농약 사용량을 둘러싼 논란이 커지고 있지만, 정부나 지자체에서는 ‘업계의 자정’을 기대하는 정도로만 대응하고 있다. 지자체와 골프장이 농약 사용량 저감 협약 등을 맺기도 하고, 환경부가 나서 화학농약 사용을 줄이도록 유도하기도 한다. 

특히 환경부는 2020년 기준 ‘화학농약 사용 저감 우수 골프장’ 50개소를 선정해 발표하기도 했다. 화학농약을 사용하지 않는 골프장, 단위 면적당 농약 사용량이 적은 화학농약 저사용 골프장, 2015년부터 5년간 농약 평균 사용량 대비 2020년 농약 사용량 감축이 큰 농약 감축 우수업체를 소개하여 자정을 유도한 것이다. 하지만 매년 골프장 농약 사용량이 증가하고 있는 만큼, 이러한 정책이 실효성이 있다고 보긴 어렵다.

골프장 농약 사용량이 증가한다고 무작정 골프장 탓만 할 수는 없다. 국내 대부분의 골프장이 아직은 농약을 많이 써야 필드가 제대로 관리되는 구조라 당장 국내의 모든 골프장에 친환경, 저농약 운영을 강요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친환경 작물보호제 사용을 늘리는 것, 농약 사용을 줄이고도 관리가 잘 되는 새로운 잔디 품종을 개발하는 것 등이 대안으로 꼽히지만, 아직 갈 길은 멀어 보인다. 

매년 증가하는 골프장 농약 사용량은 아직 골프장도, 정부나 지자체도 풀기 어려운 난제가 되고 있다. 이 난제를 풀 ‘신의 한 수’는 과연 존재할까.

 

 

GJ 김상현 이미지 GettyImag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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