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골프장 환경파괴 논란 중심에 선 농약
다시 골프장 환경파괴 논란 중심에 선 농약
  • 김상현
  • 승인 2022.12.13 17:0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국가와 골프장의 대응으로 골프장의 농약 논란은 사라지지는 않았을지언정, 크게 수그러든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최근 들어 골프장 농약 논란이 다시 골프장 환경파괴 논란의 중심에 서고 있다.

 

골프장 농약 논란의 시작

 

골프장이 환경을 파괴한다는 논란, 그중에서도 농약 논란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아니, 과거에는 지금보다 논란이 훨씬 컸다. 언론에서 골프장을 비판하는 이유, 그리고 지역 주민이 골프장 건설을 반대하는 가장 큰 이유가 농약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과거 언론 보도를 살피면 골프장에서 농약을 과도하게 사용하고, 심지어 맹독성 농약마저 과도하게 사용하며 수질 오염을 일으키고 있으며, 골프장 이용객과 종사자, 주변 주민의 건강이 우려된다는 뉴스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골프장 환경파괴 논란의 중심에 농약이 있었던 것이다.

이에 국가도, 또 골프장도 농약 문제를 심각하게 바라보았고, 대응에 나섰다. 덕분에 골프장의 불법 농약 문제는 거의 해결되었고, 그만큼 골프장의 농약 논란은 사라지지는 않았을지언정, 크게 수그러든 것으로 보였다.

 

최근 문제시된 골프장 농약 사용량 증가

 

하지만 최근 들어 골프장 농약 논란이 다시 골프장 환경파괴 논란의 중심에 서고 있다. 이유는 분명하다. 불법 농약 문제는 해결되었지만, 과도한 농약 사용 문제는 현재 진행형이기 때문이다.

최근 발표된 골프장 농약 사용량 통계는 왜 골프장 농약 논란이 쉽사리 수그러들지 않는지 잘 보여주었다. 지난 9월 20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김영진 의원(더불어민주당)이 환경부에서 제출받은 ‘골프장 농약 사용 실태’ 자료에 따르면, 2020년 전국 541개 골프장에서 사용된 농약은 총 202.1톤으로 집계되었다. 또 시판되는 용기에 표기되는 용량인 실물량(순수 농약+기타 첨가물 등)으로 환산할 시, 685톤에 달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 수치는 직전 해인 2019년에 사용된 186.1톤보다 약 16톤, 비율로는 8.6%가 증가한 것이다. 최근 골프붐과 함께 골프장이 늘어났고, 그에 비례해 농약 사용량도 자연스레 늘어난 것으로 분석되었다. 최근 10년간 전국 골프장은 2011년 421곳이었지만, 2020년 541곳으로 28.5%가 늘어난 것이 이러한 분석을 뒷받침한다.

 

맹독성 농약 사용 논란

 

골프장에서 쓰이는 농약 양은 물론, 해악이 큰 농약을 쓰고 있다는 논란도 적지 않다. 2020년 국내 골프장에서 사용된 농약은 총 286개 품목이다. 살균제인 ‘클로로탈로닐’ 사용량이 13.7톤으로 가장 많았고, 역시 살균제 ‘티오파네이트메틸(13.2톤)’과 ‘이프로디온(11.3톤)’, 살충제 ‘페니트로티온(10.8톤)’이 뒤를 이었다.

이 중 가장 많이 사용된 것으로 조사된 클로로타로닐부터가 논란이다. 실제로 해외에서는 클로로타로닐에 대한 경계의 목소리가 높다. 눈에 큰 자극을 유발하고, 흡입 시에도 상당한 자극을 일으킬 수 있으며, 동물 실험 결과 신장의 손상과 종양이 발생하였다는 보고도 있다. 거기에다 발암 가능성에 대한 우려, 꿀벌 개체 수 감소 및 수질오염에 대한 우려 또한 높다. 이에 따라 유럽 연합에서는 2019년부터 클로로타로닐 사용 금지를 결의했다. 세 번째로 많이 사용되는 농약 ‘이프로디온’도 EU에서 상당히 엄격하게 관리하는 농약으로 알려졌다.

 

농약 사용 규정의 허점

 

이처럼 농약 사용량은 점점 늘어나며, 유독성 논란도 있음에도 이를 제지할 수 있는 규정은 아직 없다. 현재 국가에서 골프장 농약을 제재하는 건 어디까지나 법에 규정된 맹독성, 혹은 고독성 농약의 사용 여부이지, 농약을 뿌리는 양이나 횟수까지 제한하고 있지는 않다. 또 환경부에 등록된 고독성 농약은 2022년 4월 기준 모두 99개이며 이 중 클로로타로닐 등은 금지 리스트에 없다. 즉 논란이 큰 클로로타로닐을 마구 사용해도 법적으로 이를 제지할 방법은 지금으로선 없다.

이 때문에 일선 골프장에서 농약을 과도히 사용하고, 그로 말미암은 부작용도 점점 현실화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를 뒷받침하는 근거 중 하나가 바로 잔류농약이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그린, 페어웨이, 해저드나 골프장에서 쓰인 물이 외부로 나가는 유출구에서 잔류농약이 검출된 골프장은 전체의 90%에 달하는 487곳으로 조사되었다.

‘농약을 많이 쓰는 만큼 많이 유출되는 악순환’이 이어지는 셈이다. 게다가 골프장들이 환경 규제를 제대로 지키지 않아 적발되는 경우도 2018년에 3건에서 2022년에 70건으로 급증하는 등, 골프장의 전반적인 환경파괴 논란이 점점 되살아날 조짐마저 보인다.

 

농약 사용 문제의 해법은?

 

골프장의 과도한 농약 사용을 둘러싼 논란이 커지는 가운데, 일선 골프장에서는 어쩔 수 없는 일이라 호소하고 있다. 기상이변 때문에 농약을 많이 쓰지 않으면 그린을 관리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비가 많이 오고, 또 자주 오는 탓에 기껏 뿌린 농약이 씻겨 내려가 더 자주 뿌려줘야 하며, 날씨 예측도 점점 어려워져 맑을 줄 알고 농약을 뿌렸다가 폭우가 쏟아져 씻겨 내려가고, 이에 농약을 다시 치는 일도 드물지 않다. 무작정 농약을 금지하거나, 줄이는 것을 강제하는 방법만으로는 이 문제를 풀기 어려운 이유다.

그렇다면 골프장 농약 논란은 어떻게 풀어야 할까. 지금처럼 논란이 불거지고, 또 쉽사리 가라앉지 않으면 국가에서 이에 관한 규정을 신설할 가능성이 크다. 특히 기상이변으로 말미암은 물 부족 우려가 커지는 상황에서 수질오염에 대한 경계가 높아지고 있음을 고려하면 더욱 그렇다. 그 전에 골프장이 먼저 움직여 논란을 줄이는 게 바람직하다.

현실적으로 당장 전국 모든 골프장에 ‘무농약’이나 ‘저농약’을 요구할 수는 없다. 하지만 골프장 농약 논란을 가벼이 보거나 무시하는 것도 금물이다. 골프장 농약 논란이 더욱 커져, 마침내 국가에서 철퇴를 드는 일이 없도록, 업계의 선제대응이 요구된다.

 

 

GJ 김상현 이미지 GettyImages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하단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