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기로운 캐디 생활 : 캐디 꼭 필요한가요?
슬기로운 캐디 생활 : 캐디 꼭 필요한가요?
  • 강태성
  • 승인 2022.12.27 18:0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캐디는 어떤 직업인지, 캐디들의 시선으로 바라본 골프는 어떤 운동인지, 캐디 생활을 하면서 애환은 무엇인지 등 현직 캐디에게 듣고 전하는 생생 후기를 통해 다양한 궁금증을 풀어보자.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해 수혜를 입은 업종 중의 하나가 바로 골프 산업입니다. 이를 부인하는 사람은 아마 없을 듯한데요. 해외여행을 가지 못한 2030세대의 유입으로 인해 골프 인구는 더욱 늘어났으며 골프의류나 골프용품의 매출도 증가했다고 하니까요. 그린피가 20만원을 넘긴 골프장도 많아 부담이 되긴 하지만 대중제 골프장도 늘어났고 이른 시간 타임을 부킹하면 그래도 다소 저렴하기 때문에 골프 인구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입니다. 이와 관련해서 캐디피도 많이 올랐죠. 

 

캐디피가 오르는 이유 중 하나는 수급 문제

 

사실 캐디피가 오른 이유는 단순히 코로나 때문만은 아닙니다. 수요 공급의 법칙에 따라 시장의 가격은 움직이듯이 캐디도 수급이 원활하지 못하기 때문에 올랐다고 보는 게 1차적으로는 맞다고 생각해요. 정부에서는 대중제 골프장을 확대하려고 하며 노캐디 골프장도 늘어나고 있죠. 그런데 골프장 입장에서는 아무 준비도 없이 대중제나 노캐디로 시스템을 바꾸기는 어렵습니다. 

또한, 준비를 철저하게 한다고 해도 매출과 직결되는 부분이기 때문에 고민이 많을 수밖에 없어요. 간단하게 말해서 캐디가 있다면 7~10분 간격으로 하루 80팀 정도를 소화할 수 있지만, 캐디가 없다면 상상할 수 없죠. 

수요가 많다는 의미는 티오프에 여유가 없을 정도로 부킹이 모두 이뤄졌다는 뜻입니다. 만약 신입 캐디나 경력이 적은 캐디가 경기 운영을 보조할 경우 7~8분이었던 팀당 간격은 계속 늘어나게 됩니다. 이렇게 되면 빨리 라운드를 진행하기 위해 고객들에게 무리한 요구를 할 수 있습니다. 

이 경우 당연히 서비스의 질은 떨어지고 매출에 타격을 입죠. 그래서 경력 있고 경기 운영을 원활하게 하는 캐디를 모집하게 됩니다. 일을 잘하는 캐디가 똑같은 캐디피를 준다면 굳이 옮길 필요가 없겠죠. 그렇기 때문에 골프장에서는 기존에 받던 캐디피보다 더 높은 금액을 보장해서 수급하게 됩니다. 말하자면 캐디피로 12만원을 받고 있었다면 우리 골프장은 13만원으로 고객들에게 공지하겠다고 모집공고를 내는 것입니다. 그럼 다른 골프장은 14만원, 15만원을 제시하게 되니까 결국 캐디피는 오르게 된 것이죠. 

많이들 아시겠지만, 캐디피는 골프장에서 나눠 갖는 것이 아니고 현금으로 캐디가 손님에게 받는 돈입니다. 골프장에서 떼어가는 것도 아닌데 굳이 욕을 먹어가면서까지 올릴 필요가 없는데도 캐디피가 오르는 이유가 바로 이것입니다. 물론 원천징수에 따른 종합소득세나 4대 보험 납부 등도 영향을 미치긴 했지만, 기본적으로 캐디가 부족하다는 것이 캐디피 인상의 원인이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캐디의 필요성에 대해서 논란은 많습니다.      

 

캐디 동반 라운드를 찬성하는 이유

 

앞서 말한 하루 80팀 정도의 전체 경기를 예정대로 소화하려면 캐디가 동반해야 가능합니다. 캐디의 경기 운영 능력을 떠나 앞 팀과 뒤 팀 사이의 7~8분 간격을 유지하려면 캐디가 필요하죠. 골프장 입장에서도 그렇지만 플레이어들의 입장에서도 거리를 알려주거나 무벌타, 드롭 가능 여부 등 로컬룰에 대해 안내를 해주기 때문에 경기를 원활하게 풀어나갈 수 있습니다. 더구나 스코어를 정확히 기재하기 때문에 자칫 동반자들의 다툼을 방지할 수 있으며 내기를 할 때도 중재자의 역할을 할 수 있죠. 또한, 앞 팀과 뒤 팀의 상황을 체크하고 카트 이동 중에도 안전사고를 예방할 수 있습니다. 

또한, 초보 골퍼들은 잘 모를 수 있지만, 캐디는 페어웨이나 그린을 보수하는 역할도 수행합니다. 물론 심각하게 손상된 곳은 운영팀에서 처리하겠지만 간단하게 보수할 수 있는 부분은 캐디가 처리하기 때문에 다음 팀의 경기에도 문제가 없어집니다. 그래서 캐디는 라운드에 윤활유 같은 존재라고 볼 수 있죠. 물론 골퍼들과 케미가 잘 맞았을 때 얘기며 캐디도 사람이기 때문에 기분 나쁜 일이 있다면 고객들이 만족하지 못할 수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캐디 지정제 얘기도 나오고 있긴 하지만 현실적으로는 불가능해 보입니다. 풀어야 할 문제들이 많죠. 이에 반해 캐디의 필요성에 대해 탐탁하게 생각하지 않는 입장도 분명히 있습니다.

 

캐디 없어도 충분히 라운드 가능하다는 입장

 

싱글 플레이어로 구성된 팀이라면 사실 캐디가 필요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거리 측정기까지 있다면 스스로 해결할 수 있기 때문에 그린에서 라인을 보는 것도 직접 해결하죠. 더구나 OB나 해저드에 빠지는 경우는 거의 없기 때문에 경기 속도도 골프장에서 원하는 수준으로 가능합니다. 특히 외국에서 오래 골프를 친 골퍼들은 캐디 없이 라운드하는 것에 익숙해져 있기 때문에 캐디의 필요성에 대해 의문을 가집니다. 

만약 싱글 플레이어와 신입 캐디 조합이라면 오히려 골퍼들은 캐디피를 받아야겠다고 할 수도 있습니다. 90대 후반 이내의 스코어를 기록하는 골퍼들도 때로는 캐디피가 아깝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노캐디 골프장을 선호하기도 합니다. 라운드 내내 스마트폰을 보는 캐디, 대화도 없이 딱 할 말만 하는 캐디, 4~5시간 내내 이런 캐디와 라운드를 하고 싶지 않죠. 그린피, 캐디피 다 냈는데 왜 이렇게 빨리 치라고 다그치냐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린피는 골프장을 이용하는 비용이지 마음껏 할 것 다 하면서 정해진 시간을 넘기면서까지 사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벌타 지역으로 공이 날아갔으면 빨리 포기하고 드롭하여 경기를 속개하고, 조금 거리는 있지만, 컨시드를 줘서 홀아웃하는 것도 골퍼에게 필요한 매너입니다. 오케이를 주면 캐디가 감사하다고 말하는 이유가 바로 이것 때문입니다.

 

 

GJ 강태성 이미지 GettyImages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하단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