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기로운 캐디 생활 : 캐디가 느끼는 성희롱 수준
슬기로운 캐디 생활 : 캐디가 느끼는 성희롱 수준
  • 강태성
  • 승인 2022.11.23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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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디는 어떤 직업인지, 캐디들의 시선으로 바라본 골프는 어떤 운동인지, 캐디 생활을 하면서 애환은 무엇인지 등 현직 캐디에게 듣고 전하는 생생 후기를 통해 다양한 궁금증을 풀어보자.

 

캐디는 여러 부류의 손님들과 함께 라운드를 하기 때문에 직접적으로 겪어보지 않더라도 다양한 직업에 대해 듣게 됩니다. 변호사들과 라운드를 할 때는 법에 대해 배울 수 있으며, 간혹 법률사무소를 찾아가서 상담해야 할 수 있는 일들도 카트 위에서 자문을 받기도 합니다. 주식을 어떻게 하는지 모르는 캐디도 어떤 종목에 투자하면 수익을 거둘 수 있다는 정보를 들을 수도 있는데요. 

하지만 캐디들은 이런 깨알 같은 정보를 습득하는 것보다 성희롱이나 성추행을 하지 않는 골퍼들을 더 선호합니다.

N번방 방지법이 시행된 것과 같이 우리 사회는 성범죄에 대해 더욱 무거운 처벌을 하고 있습니다. 예전에 비해 많은 골퍼가 언어도 순화하고 캐디를 전문직으로 대해주지만, 아직도 성차별적인 언행과 불쾌감이나 혐오감을 느낄 수준의 성희롱은 발생하고 있습니다. 물론 어느 정도 경력이 있는 캐디는 오히려 더 강한 농담으로 맞받아치기도 하지만 신입이나 1~2년 차 캐디에게는 아직도 버거운 골퍼들이 있습니다.

 

기분 나빠도 웃어야 하는 감정 노동자의 비애

 

캐디는 새벽 타임에 경기를 보조하면 12~1시 정도에 업무를 마칠 수 있습니다. 하루에 한 타임만 할 경우에는 이후 자유시간을 가질 수 있으며 돈을 더 벌고 싶다면 오후 타임도 할 수 있습니다.

물론 캐디마다 체력도 다르고 평지, 산악지형 등 골프장 특성에 따라 힘들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캐디를 가장 힘들게 하는 것은 캐디를 보는 시각입니다. 과거보다는 전문직으로 인식하고 경기를 보조하는 역할에 맞게 대우를 해주지만 일부 골퍼는 캐디피를 준다는 것으로 위력을 행사하려고 합니다. 물론 반말 수준은 크게 기분이 상하지도 않을 정도인데,  아무리 기분 나쁜 일이 있어도 웃을 수밖에 없는 캐디는 감정 노동자입니다.

하지만 가장 견딜 수 없는 것은 바로 성희롱입니다. 연락처를 달라거나 따로 만나자고 하는 골퍼들도 있지만, 요즘은 골프장 자체에서 금지하고 있으며 발견될 경우 퇴사 처리가 되기 때문에 캐디와 골퍼 서로가 문제를 만들지 않습니다. 그러나 캐디도 사람인만큼 서로 호감이 생겨 만나는 것에 대해서는 누가 뭐라고 할 수 없는 부분인데요.

다만 19홀을 의미하는 만남일 경우에 제재를 받게 됩니다. 어떤 서비스 직종이라도 마찬가지겠지만 사적인 일로 인상을 쓰고 있거나 손님에게 불친절하게 대한다면 그건 당연히 캐디가 문제입니다. 그러나 손님의 언행으로 인한 불쾌감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신입 캐디일 경우 퇴사 걱정으로 자체 검열

 

미꾸라지 한 마리가 온 웅덩이를 흐린다는 말처럼 하나의 사건이 발생하면 대부분이 그렇지 않은데도 그 분야에 있는 모든 사람이 그럴 것이라는 오명을 쓰기도 합니다. 손이 이쁘다는 말까지만 하면 되는데, 만져줄 때 남자친구가 좋아하겠다거나 입술이 이쁘다는 말을 하면서 애인이 행복하겠다는 말을 하는 골퍼도 있습니다. 물론 캐디의 신체를 이쁘다거나 밉다는 말을 하는 것 자체를 하지 말아야 하지만 좋은 표현이라고 넘길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 이후에 하는 말은 성행위를 암시하기 때문에 단연코 성희롱 발언인데요. 신입이나 초보 캐디의 경우에는 이런 문제를 경기과에 알렸을 때 오히려 자신에게 문책이나 심지어 퇴사를 당할 수 있다는 불안감으로 인해 자기 스스로 참고 마는 경우가 많습니다.

더구나 해당 골퍼가 사회적 지위를 이용해 압박할 경우, 괜히 문제를 삼지는 않을까 하고 자기 검열을 하기도 하는데요. 손에 땀이 나서 장갑을 벗을 때 그 모습을 본 골퍼가 캐디에게 벗으니까 시원하겠다고 하는 발언도 성희롱이 됩니다. 골퍼 입장에서는 웃자고 한 농담이라고 할 수 있지만 무심코 던진 돌에 개구리는 맞아 죽는 것이며 본인의 딸이 그런 성적인 농담의 대상이 되었다고 하면 가만히 있을 사람이 있을까요?

 

골프장에서도 성희롱에 대한 적극적인 대처

 

백번 잘해주다가 한 번 잘못하면 그 한 번이 기억에 남습니다. 백 번을 잘못하다가 한 번을 잘해주면 그 한 번도 기억에 남게 되는데요. 캐디들도 매너가 좋았던 골퍼들보다는 반말을 하거나 성희롱을 했던 소위 진상 고객들이 더 기억에 남습니다.

요즘은 남자 캐디들도 많이 있어서 여성 골퍼들끼리 라운드를 하는 팀에 배정되기도 하는데요. 나이를 불문하고 캐디 오빠라고 부르는 것이나 피부가 좋다거나 밤에도 힘을 잘 쓰냐고 묻는 것도 성희롱에 해당합니다. 퍼팅을 한 후에 공이 홀컵에 들어가지 않았을 때, 왜 구멍에 안 들어가냐면서 캐디는 잘 들어가냐고 묻는다면 명백히 형사처분을 받을 수준의 성희롱입니다.

캐디의 성별을 떠나 서로 죽이 맞아 음담패설을 하는 것은 두 사람이 알아서 수위를 조절하면 되지만 그날 4~5시간 동안 라운드를 하기 위해 골프장을 찾은 고객과 그 고객들의 경기 운영을 원활하게 보조하는 캐디는 각자의 역할이 있습니다.

코로나로 인해 골프장을 찾는 사람들이 많아졌습니다. 젊은 세대들도 골프를 배워 머리를 올리기 위해 골프장을 많이 방문합니다. 이중에 캐디의 역할은 자신의 수발을 들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골프장을 찾는 고객들도 더러 있는데요. 기본적인 매너나 경기 규칙은 스스로 알아본 후에 라운드를 해야 합니다.

자신은 처음 골프장을 찾았기 때문에 캐디가 모든 것을 알아서 해줘야 하는 건 아닙니다. 초보운전자도 신호와 교통법규를 알고 준수하면서 운전을 해야 하는 것처럼 캐디는 하인이 아닌 경기를 원활하게 운영하는 전문직 노동자라는 사실을 잊지 않았으면 합니다.

 

 

GJ 강태성 이미지 GettyImag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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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1-24 14:24:45
골프장에선 성희롱 신경이나 쓰나? 손님 떨어질까봐 노심초사하지 캐디는 소모품으로 간주한다

서영호 2022-11-24 07:23:36
머리올린다는 표현은 잘못사용하신거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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