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와 범죄 : 내기골프 논란
골프와 범죄 : 내기골프 논란
  • 나도혜
  • 승인 2022.10.24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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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기골프를 둘러싼 논란은 잊을만하면 터져 나오는 골프계의 고질병 중 하나이다.

 

내기골프가 꼭 나쁜 건 아니다. 내기를 넘어 도박이 되어서는 안 되겠지만, 소소한 수준의 내기는 골프의 묘미 중 하나로 취급된다. 오죽하면 스크린골프 프로그램에 따로 ‘내기 룰’이 마련되어 있겠는가.

하지만 지나친 내기는 금물이다. 특히 내기를 넘어 도박 수준에 이르는 건 절대로 금물이다. 형법 제246조에 따르면 ‘도박을 한 사람은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다만, 일시오락 정도에 불과한 경우에는 예외로 한다’라고 규정되어 있다. 이 규정은 일시 오락에 불과한 소액의 내기는 법적으로 문제없지만, 상습적이거나 액수가 커 문자 그대로 도박 수준에 이른다면 범죄가 된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단순 내기라도 상황에 따라 범죄가 될 수 있는데, 피해자의 금전을 갈취하기 위해 벌이는 사기 범죄라면 더 말할 것도 없다.

 

사기인가? 단순 내기인가?

 

하지만 내기골프를 둘러싼 논란은 잊을만하면 터져 나오는 골프계의 고질병 중 하나이다. 접대의 일환으로 내기를 하고 일부러 져 주는 관행이 사회적 문제가 된 예도 있고, 지나치게 큰 액수로 내기골프를 치거나, 한발 더 나아가 사기 골프를 치다가 피의자들이 검거된 예도 있다. 전자도 문제지만, 후자가 훨씬 심각한 문제다. 

사실 사기가 아닌 단순 내기골프라면, 액수가 다소 크거나 자주 내기골프를 쳤다 해도 꼭 ‘도박’이라 할 수는 없다. 법조계에서도 의견이 엇갈리는 사안이다. 2003년 대법원은 상습적으로 내기골프를 즐긴 기업인에 대해 집행유예를 선고하는 등, 도박죄를 적용해 처벌을 명령했다. 피의자가 한 타당 수십만원을 걸고, 여러 번에 걸쳐서 내기골프를 하여 그 액수가 10억원대에 달한 것으로 추정되었고, 이 액수와 상습성을 근거로 유죄 판결을 내린 것이다. 

반면에 수억원 대의 내기골프가 문제가 되어 재판부까지 갔지만, 재판부에서 ‘도덕적으로 비판받을 행위이지만 도박으로는 볼 수는 없다’며 무죄가 선고된 사례도 있다. 법조계에서도 내기골프에 대한 시각이 엇갈리고 있음을 잘 보여준 사례다.

하지만 어떤 경우에도 불법인 내기골프도 있다. 바로 사기가 동반된 내기골프다. 이는 액수나 상습성이 문제일 뿐 어쨌든 실력으로 승부를 겨루는 내기골프나, 일부러 져 주는 내기 접대 골프와는 차원이 다른 문제다. 말 그대로 피해자를 기망하고 등쳐먹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심지어 피해자를 속이기 위해 마약을 먹이는 악질적인 사기 범죄까지 발생하고 있다.

 

마약 이용한 내기골프 사기 사건

 

최근 발생한 내기골프 사기 사건을 살펴보자. 지난 4월 조폭 출신인 A 씨는 익산의 한 골프장에서 자신과 오랜 시간 동안 알고 지내던 B 씨에게 로라제팜을 커피에 타 마시게 했다. 로라제팜은 향정신성의약품 중 하나로서 강력한 진정 및 수면 효과가 있으며 기억상실을 유발하기도 한다. 이 때문에 우울증이나 불면증 몇몇 질환에 쓰이기는 하나, 법적으로 엄격히 제한을 받고 있다. 

A 씨는 이러한 로라제팜을 B 씨에게 먹인 후 내기골프를 제안해 3,000만원을 편취했다. 이후 조사에서 A 씨는 범행에 이용한 로라제팜을 처방받아 일당에게 건넸지만 직접 내기골프에는 참여하지 않았다는 점, A 씨와 함께 기소된 나머지 1명이 바람잡이 역할을 하며 내기골프에 참여한 점 등이 밝혀졌다. 이들은 몸 상태가 나빠진 B 씨는 게임 중단 의사를 표했음에도, 얼음물과 두통약을 주면서 B 씨가 계속 골프를 치도록 하여 거금을 뜯어내었고, 이후 추가로 더 돈을 뜯어내려다 실패한 것으로 드러나기도 했다.

이는 내기골프 범죄 중에서도 죄질이 나쁜 유형이다. 단순히 피해자를 속인 것을 넘어 불법 약물을 이용해 범죄를 저질렀고 추가 범행까지 시도했다. 게다가 피의자가 조폭이라는 점 또한 큰 문제가 될 수 있다. 필로폰이나 헤로인처럼 문자 그대로 ‘마약’이 쓰인 게 아니라 의사의 처방 하에 사용할 수 있는 약물이 쓰이긴 했지만, 불법적으로 쓰였다면 마약이 쓰인 것과 다를 바 없다. 실제로 이 사건을 수사한 검찰에서는 본 사건을 ‘마약류 범죄’로 규정하면서, 이후에도 마약류 범죄를 엄중히 다룰 것이라 밝히기도 했다.

사실 이런 유형의 사건이 처음은 아니다. 사기 내기 도박은 물론, 피해자에게 마약을 먹여 정신을 혼미하게 한 뒤 골프를 이용해 돈을 뜯어내는 유형의 범죄도 전례가 있다. 2004년에는 재력가에게 접근해 내기골프를 하여 도박심리를 자극한 후, 필로폰을 몰래 마시게 하여 본격적으로 돈을 뜯어내는 유형의 사기 범죄가 적발된 바 있었다. 그리고 2019년에는 수도권 일대 11개소의 골프장을 돌면서 피해자들에게 마약 탄 음료수를 먹이고 내기골프를 쳐 돈을 뜯어낸 사기도박단이 검거되기도 했다.

 

내기골프에 대한 경고

 

이런 사건이 처음이 아니라는 게 더 큰 문제다. 이미 비슷한 범죄가 여럿 발생한 바 있고, 또 잊을만하면 내기골프로 말미암은 논란이 불거지는 가운데, 동종범죄 중에서도 죄질이 나쁜 마약 사기 범죄가 다시 발생했으니 말이다. 더군다나 최근 대한민국에서 마약 범죄가 급증하고 있고, 이에 마약에 대한 경계심이 커지는 가운데 다시 마약이 동원된 사기 내기골프 사건이 발생했다는 건, 여러모로 우려되는 부분이다.

내기골프는 분명 골프 문화의 한 부분이다. 모든 내기골프가 나쁘다거나, 금지해야 한다는 이야기는 당치도 않다. 하지만 내기 문화는 적당히 즐길 때만 문화로 인정받을 수 있는 법이다. 내기를 과도하게 즐기면 ‘도박 범죄’가 되며, 나아가 마약 등이 얽힌다면 ‘강력 범죄’가 되는 건 순식간이다. 건강한 골프문화를 만들고 이어나가기 위해서라도, 선을 넘은 내기골프에 대한 골프계의 경계가 필요한 때다.

 

 

GJ 나도혜 이미지 GettyImag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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