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와 범죄 : 골프용품 사기 사건
골프와 범죄 : 골프용품 사기 사건
  • 김태연
  • 승인 2022.10.21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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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클럽이나 골프웨어 등 각종 골프용품을 판매한다고 속이고 피해자를 등쳐먹거나 가짜를 판매하는 골프용품 사기는 그야말로 골프계의 병폐이다. 예나 지금이나 골프용품 사기 사건은 끊이지 않고 있으며, 잊을만하면 대규모의 사건이 터지며 수많은 피해자를 양산하고 있기 때문이다.

 

골프용품 사기의 역사는 오래되었다. 90년대에도 국내에서 제조한 골프채에 세관 통관 필증을 부착하는 수법으로 수입품인 양 속여 시중에 판매한 사기 범죄 사건이 있었고, 2000년대에도 세관 직원을 사칭해 고속도로 등지에서 저렴한 골프채 등을 세관에서 압수한 고급물품으로 속여 팔아 거액을 챙긴 범죄자들이 검거된 바 있다. 이후 2010년대에도, 2020년대에도 골프용품 사기 사건은 계속 발생하고 있다. 과연 골프용품 사기를 뿌리 뽑는 건 불가능한 일일까? 몇몇 사건을 통해 골프용품 사기의 현황을 알아보자.

 

학생선수 경력을 악용한 사기

 

먼저 작년 4월 A 씨가 저지른 사건부터 살펴보자. A 씨는 고교생까지 골프 선수로 활동했다가 부상으로 선수 생활을 그만둔 경력을 가졌고, 이 경력을 범죄에 악용했다. A 씨는 골프채를 판매한다며 인터넷에 허위로 글을 올린 후, 입금자의 돈만 받아 가로채는 수법으로 197명에게서 6,500만원 상당을 받아 챙긴 혐의를 받았다. A 씨는 경찰의 추적을 따돌리려 선불폰 수십 개와 전화번호 연결계좌 수십 개를 번갈아 쓰기도 했으며, 계좌에 입금된 돈을 바로 찾지 않고 재이체를 한 후에야 비로소 사용하는 치밀함을 보였다. 또한, 선수 시절 발급받은 한국프로골프협회 선수등록증을 이용해 구매자들의 신뢰를 얻는 등, 지능적이고 상습적인 사기 범죄를 이어가다 결국 체포되었다.

 

인터넷 중고거래 사기

 

올해에도 골프용품 사기 사건은 여럿 발생했다. 특히 인터넷 중고거래를 이용해 골프용품 사기를 저지르고 잠적하는 탓에 용의자의 신원조차 파악되지 않은 경우도 적지 않다. 한 번 피해자를 등치는 것에 그치지 않고 환불을 위한 자금이 필요하다며 추가 입금을 요구해 피해 규모를 키우는 사기 수법도 보고되었고, 자신의 얼굴 사진, 명함, 택배 송장 등을 보여주며 신뢰를 산 후 돈을 받아 잠적하고, 이후 사기꾼의 각종 신상정보와 택배 송장까지 가짜로 여겨진 사례까지 있다. 피의자의 존재가 명확히 드러나거나 검거되었다면 추가 범행은 막을 수 있지만, 잇따른 범행에도 피의자의 존재조차 드러나지 않은 사건도 있어 추가 범행의 우려도 크다.

 

짝퉁 골프용품 사건

 

법적으로 ‘사기죄’가 성립될 가능성은 낮지만, 구매자로서는 사기 피해를 본 것과 다를 바 없는 짝퉁 골프용품도 줄지 않고 있다. 

9월 4일 경기도 공정특별사법경찰단(특사경)은 6월부터 짝퉁 제품 제조와 판매 행위를 집중 수사한 결과, 13명을 상표법 위반 혐의로 형사입건하고 14억 2,000만원 상당의 물건을 압수했다고 밝혔다. 수사는 수원, 용인, 성남, 화성, 부천, 시흥 등 6개 시의 도심 상업 밀집지역 15곳에서 이뤄졌으며, 여러 매장에서 구매자로 가장하고 탐문 수사를 벌이는 등, 전방위적으로 진행되었다. 그 결과 골프 브랜드가 1, 2위를 독식하는 ‘불명예’를 기록했다. 1위를 차지한 브랜드가 1,610점을 기록한 타이틀리스트, 그다음이 119점을 기록한 PXG였다. 

업계에서는 현재 짝퉁 골프웨어 시장 규모가 1,000억 원대를 넘을 것으로 보고 있다. 또 골프클럽이나 골프공 등 다른 용품들도 짝퉁이 횡횡함을 고려하면, 짝퉁 골프용품 시장 규모는 훨씬 클 것이며, 그 피해는 고스란히 정품 제조사와 짝퉁 구매자들의 몫이다. 이에 골프용품 제조사들은 짝퉁 박멸에 사활을 걸고 있지만, 큰 성과는 거두지 못하고 있다. 골프 열풍과 함께 골프용품에 대한 수요가 크게 늘었고, 이에 편승해 짝퉁 상품이 더욱 기승을 부리고 있기 때문이다. 

소비자들의 경계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지만, 그 또한 한계가 있다. 육안으로 보기에 짝퉁 티가 나는 상품은 소비자가 쉽게 구분할 수 있지만, 육안으로 티가 나지 않는 짝퉁 상품을 소비자가 쉽게 알아채기 어렵다. 실사용 시, 혹은 제품을 분해하면 짝퉁 여부를 알 수 있다지만 중고든 새 제품이든 구매 전 사용하는 건 여의치 않은 경우가 많고, 분해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특히 온라인 거래를 한다면 더더욱 짝퉁에 취약해질 수밖에 없다.

 

골프용품 사기 대응법

 

골프용품 사기는 줄어들기는커녕, 점점 심각해지는 추세다. 특히 과거에는 골프용품의 판매는 주로 오프라인에서 이루어졌기에 검증된 정품 매장만을 이용하는 방법을 통해 대처할 수 있었다. 검증된 정품 매장에서 사기를 치거나 짝퉁을 취급할 가능성은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온라인 거래의 비중이 커지고, 코로나 사태 이후 비대면 거래가 대세가 되며 골프용품 사기는 더욱 기승을 부리고 있으며, 막기도 더 까다로워졌다. 

그렇다면 골프용품 사기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무엇보다 관련자들이 각자의 위치에서 대처에 최선을 다할 필요가 있다. 국가에서는 사기꾼이나 짝퉁 제조사나 판매자들의 단속에 전력을 기울이고, 각 제조사도 국가와 적극 공조하며 사기나 짝퉁 피해를 줄이도록 노력해야 한다. 

소비자의 노력도 중요하다. 사기나 짝퉁 피해를 줄이기 위해서 경계를 게을리하지 말아야 하며, 저렴하다는 이유로 알면서 짝퉁을 구입하는 것도 피해야 한다. 

중고 상품을 구입할 때도 믿을 수 있는 플랫폼이거나 구매자인지 철저히 확인하며, 온라인 거래라면 더욱 경계할 필요가 있다. 나아가 골프용품을 구매할 때 ‘최저가의 유혹’에 넘어가는 대신 다소 비싸도 오프라인 정품 매장만을 고집하는 것도 고려할 만하다.

시간이 지나도 좀처럼 줄지 않는 골프용품 사기 사건. 단시일 내 뿌리 뽑기 어렵다면, 관련자 모두의 지속적인 관심과 행동으로 차근차근 줄여나가는 게 유일한 해결 방법일 것이다.

 

 

GJ 김태연 이미지 GettyImag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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