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카트비 10만원 시대에 살고 있다
우리는 카트비 10만원 시대에 살고 있다
  • 나도혜
  • 승인 2024.03.21 1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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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우리는 카트비 10만원 시대에 살고 있다. 이는 미래 예측도 아니고, 일부만의 이야기도 아니다. 골프장 중 거의 절반이 카트비 10만원이나 그 이상을 받는, 말 그대로 카트비 10만원 시대다.

 

카트비 10만원은 현실

 

2월 한국골프장경영협회(KGBA)는 ‘2023년 전국 골프장 카트 종합보고서’를 내놓았다. 보고서에 따르면 전국 533개 골프장 운영 내역을 조사한 결과, 대상 골프장 중 220곳의 카트비가 10만원, 4인 플레이 기준 1인당 2만 5,000원을 부담해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역별로는 경기도가 10만원의 카트비를 받는 곳이 103곳으로 가장 많았고, 2위는 강원(35곳), 3위는 제주(28곳), 이어 충북(25곳), 경남(15곳), 충남(10곳), 경북과 전남(이상 1곳) 순이었다.

9만원의 카트비를 받는 골프장은 168곳, 8만원 이하를 받는 곳은 122곳이었다. 모두 합치면 290곳의 골프장이 9만원 이하의 카트피를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전남은 41곳 가운데 40곳, 전북은 28곳 중 26곳이 9만원 이하 카트피를 받는 등 대부분의 골프장이 9만원 이하의 카트비를 받았다.

11만원 이상의 카트비를 받는 곳도 여럿 있었다. 대중형은 15곳, 회원제는 7곳의 골프장이 11만원 이상을 받았다. 특히 일부 골프장은 리무진 6인승 전동카트를 도입하면서 전체적인 이용료가 올랐다. 

물론 아직 조사대상 골프장 중 카트비가 10만원 이상인 곳보다는 10만원 이하인 곳이 더 많다. 하지만 10만원에 육박하는 9만원을 받는 골프장까지 합치면 사실상 조사 대상 골프장의 대부분을 차지했다. 여기에 조사 대상 골프장 중 10만원을 받는 곳이 가장 많았음을 고려하면, ‘카트비 10만원 시대’라는 표현은 과장이 아닌 엄연한 현실이다.

혹자에게는 놀랄 뉴스겠지만, 혹자에게는 무덤덤한 뉴스일 것이다. 사실 처음 나온 이야기가 아니기 때문이다. 사실 카트비 10만원 시대가 현실로 드러난 건 어제오늘 이야기가 아니기 때문이다.

 

카트비 상승의 주된 원인은 무엇

 

지난 해 7월에 발표된 한국레저산업연구소의 ‘국내 골프장의 팀당 카트 대여료 현황’ 자료도 이를 뒷받침한다. 이 자료에 따르면 대중골프장 카트비는 2010년 7만 3,000원에서 2023년 7월 기준 9만 4,700원을 기록하며 13년 만에 29.7%가 올랐다. 회원제 골프장도 같은 기간 동안 7만 8,900원에서 9만 7,900원으로 24.1% 올랐다. 이때부터 카트비 10만원은 현실이었던 셈이고, 최근 발표된 한국골프장경영협회 자료는 이를 뒷받침한 것에 불과할 수도 있다.

어쩌다 우리는 카트비 10만원 시대에 살게 되었을까?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다. 물가 상승, 더 비싼 카트비를 받을 수 있는 리무진 카트의 도입 등도 이유가 될 수 있다. 하지만 물가 상승이나 아직은 소수의 골프장만 운용하는 리무진 카트가 카트비 10만원 시대의 주된 원인은 아니다. 가장 큰 원인은 따로 있다. 바로 카트비를 올려 수익성을 극대화하려는 골프장의 상술이다.

지난해 한국레저산업연구소가 ‘국내 골프장의 팀당 카트 대여료 현황’을 발표하며 “골프장 측이 그린피를 추가로 인상하기 어려워지면서 카트비 인상으로 수익을 극대화하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듯, 골프장의 상술을 빼놓고 전체적인 물가 상승 등의 책임을 빼놓을 수는 없다. 또 리무진 카트 역시 따지고 보면 상술이라는 비난에서 자유롭기 어렵다. 한국레저산업연구소에 따르면 15곳의 골프장에서 리무진 카트를 사용하고 있는데, 리무진 카트비는 16~36만원으로 책정되어 일반 카트비보다 훨씬 비싼 비용을 받고 있었다는 게 이를 증명한다.

 

카트비 부담은 골퍼몫?

 

골프장 입장에서 카트비는 올리기도 쉽고 이익도 확실한 편이다. 현재 절대다수의 국내 골프장에서 카트는 골퍼가 원하든 안 원하든, 사실상 꼭 타야 하는 필수품 취급이다. 카트 선택제 골프장보다는 노캐디나 캐디 선택제 골프장을 찾는 게 쉬울 것이다. 이러니 골퍼로서는 카트비도 그린피처럼 꼭 지출해야 하는 비용이다. 또 그린피를 함부로 올리는 건 법으로 제재를 받을 수 있지만, 카트비는 아직 별다른 제재 수단이 없다. 

그 결과는 카트비 부담은 고스란히 골퍼가 떠안고 있다. 한국레저산업연구소는 2022년 전체 골프장의 카트피 수입액은 약 1조 1,509억원을 기록, 전체 매출액의 14.9%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했다. 카트비가 골프장에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 골퍼에게는 지갑을 털어가는 원흉이 된 꼴이다.

물론 지금처럼 전동 카트를 타고 편히 라운드를 돌고 싶어 하는 골퍼도 많고, 산악 코스가 많은 한국 지형상 카트가 꼭 필요한 골프장도 여럿 있다. 널찍한 리무진 카트를 이용하고 싶어 하는 골퍼도 분명 있을 것이다. 

문제는 카트비가 지나치게 비싸졌고, 또 사실상 카트비를 내지 않고 골프를 치는 게 국내에서는 거의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지금으로선 카트비를 아끼며 골프를 치는 것보다는 캐디피를 아끼는 쪽이 더 현실적이고, 이러한 골퍼의 처지를 이용해 골프장이 카트비를 계속 올려 자신들의 이익을 극대화하고 있다고 본다면 과연 지나친 시각일까? 아마도 그렇지 않다고 대답하는 골퍼가 더 많을 것이다.

골프장이 카트를 운용하는 게 나쁜 건 아니고, 카트비도 물론 받을 수 있다. 수요가 있다면 리무진 카트도 얼마든지 운용할 수 있다. 하지만 골프를 치려면 카트를 꼭 이용해야 하는 구조를 만들어 놓은 후, 카트비를 계속 올리며 이익을 극대화하는 상술은 골퍼에게는 공정하지도 않고, 나아가 비윤리적이다. 보다 공정하고, 또 골퍼의 부담을 덜 수 있는 카트 문화의 도입과 비용 책정이 절실하다.

 

 

GJ 나도혜 이미지 GettyImag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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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문철 2024-03-28 07:19:04
카트비를 별도로 표기. 청구하는 대한민국 전체 골프장! 이는 외국골프장도 마찬가지이지만 외국은 카트 선택이 가능해서 별도로 운영하지만 우리는 예외없이 절대 카트 사용국 ! 그린피에 카트료 포함된 입장료 라고 표기하여 운영 하는게 한국은 올바른 표현 입니다

김해 2024-03-23 19:22:16
어제 태국에서 2주 골프를 즐기고 돌아왔다. 75000원에 그린피,카트,멋진 3식, 오래된 곳이지만 골프리조트 숙박이 다 제공된다.
한국 골퍼들이 얼마나 많은지.
이대로 가면 한국 골프장은 곧 고객들을 잃어갈것이다.

골프조아 2024-03-22 14:14:23
한국골프장 50%망하고 50%는 문닫는다는 소식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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