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 올림픽 여자골프 출전권 비상
파리 올림픽 여자골프 출전권 비상
  • 나도혜
  • 승인 2024.03.14 1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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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한국은 더 이상 ‘여자골프 세계최강국’이 아니라는 이야기가 적지 않다. 올해 들어서도 한국 여자골프는 쉽사리 위상을 되찾지 못하고 있으며 현 상태가 이어지면 파리 올림픽 여자골프에 4명이 출전하는 게 쉽지 않을 전망이다.

 

위태로운 여자골프 강국의 영광

 

스포츠계에 영원한 최강자는 없다. 정상의 자리에서 전 세계를 호령했던 선수도 혹은 노화로, 혹은 자신보다 더 뛰어난 선수가 등장하면 정상에서 내려오게 된다. 개인이 아닌 단체나 국가도 정상을 영원히 지키는 건 어렵다. 특정 단체나 국가가 특정 종목의 정상을 수십 년 동안 독식하기도 하지만, 결국 정상의 자리에서 미끄러지거나, 강력한 라이벌의 등장으로 정상에서 내려오는 일도 드물지 않다.

최근 한국은 더 이상 ‘여자골프 세계최강국’이 아니라는 이야기가 적지 않다. 어제오늘 이야기가 아니며, 2021년 즈음부터 ‘독보적인 세계 최강국’ 자리는 슬슬 위태로웠던 건 사실이다. LPGA 투어 국가별 우승 횟수를 보면 명확해진다. 2014년 한국은 LPGA 10승을 기록하며 세계 여자골프 최강국의 자리를 본격적으로 넘보았고, 2015년에는 LPGA 15승을 달성하며, 미국을 제치고 시즌 최다 우승국이 되었고, 여자골프의 패권이 미국에서 한국으로 넘어온 순간이었다. 이후 한국은 2020년까지 6년 연속으로 LPGA 최다 우승국을 차지했고, 박인비와 고진영이라는 ‘시대의 지배자’도 배출했다.

그런데 2021년, 한국은 7승을 기록하며 8승을 기록한 미국에 1위 자리를 넘겨주었다. 여기에 메이저 대회에서는 무관에 그쳤고 같은 해 태국이 4승을 기록하며 무서운 신예로 떠오르는 등, 한국의 독주 태세는 이 시기에 막을 내렸다. 이후 2022년에는 4승, 2023년에는 5승을 기록하며 14~20시즌처럼 독보적인 모습은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냉정히 평가하면 한국 여자골프는 여전히 세계적인 수준이지만, 세계 정상에서 독주 태세이던 시절과 비교하면 위상이 떨어진 게 사실이다.

 

올시즌 한국 여자골프 성적표

 

올해에도 한국 여자골프는 쉽사리 위상을 되찾지 못하고 있다. 지난 3월 5일 발표된 여자골프 세계 랭킹을 살펴보면, 그 전주와 1~9위 순위는 달라지지 않았다. 한국 선수 중 고진영이 6위로 가장 높은 순위를 차지했고, 김효주도 9위를 그대로 지켰다. 그런데 10~20위 순위가 바뀌었다. 지난주 15위였던 양희영이 16위로, 16위였던 신지애는 18위로 순위가 하락했다. 세계 1위는 릴리아 부(미국), 이어 넬리 코다(미국), 셀린 부티에(프랑스), 인뤄닝(중국), 이민지(호주) 등이 최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이처럼 10~20위권 순위가 바뀌고, 한국 선수의 순위가 떨어진 이유는 3월 3일 막을 내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HSBC 위민스 월드 챔피언십 결과 때문이다. 이 대회 우승자인 해나 그린(호주)은 지난주 29위에서 17위로 12계단 상승했고, 공동 3위인 하타오카 나사(일본)도 두 계단 올라 15위를 차지했다. 반면에 공동 29위였던 양희영, 공동 41위인 신지애는 그만큼 순위가 떨어졌다. 다만 린시유(중국), 메건 캉(미국)등도 10~20위권에서 지난주 한 계단씩 순위가 떨어질 만큼, 최근 이 순위권의 경쟁이 유독 치열하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세계 랭킹 순위가 오르내리는 건 어제오늘 일이 아님에도, 최근 세계 랭킹 순위가 주목받고, 특히 한국 선수의 순위 하락이 걱정을 사는 이유가 있다. 바로 올해 열릴 파리 올림픽 출전권과 직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파리 올림픽 여자골프 출전권의 행방

 

파리 올림픽 여자골프 출전권은 6월 24일 발표될 세계 랭킹에 따라 결정된다. 우선 각 나라당 2명씩 출전권이 부여되고, 세계 15위 안에 든 골퍼가 많은 나라는 최대 4명까지 올림픽 출전권을 받는다.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서 골프가 정식 종목으로 복귀한 이래, 2021년 도쿄 올림픽까지 한국 여자골프는 모두 4명씩 출전했다.

그런데 올해는 올림픽에 4명이 출전하는 게 쉽지 않을 전망이다. 15위 안에 한국 선수 4명이 들어야 4명이 출전할 수 있는데, 지금 순위대로라면 고진영과 김효주 두 명만 파리 올림픽에 출전하게 된다. 10~20위권에 있는 양희영과 신지애가 혹은 30위권에 있는 유해란 등이 분투하여 15위 안에 들어야 출전권을 늘릴 수 있다. 3개월 안에 한국 선수가 추가로 순위를 끌어올리지 못하면, 올해 파리 올림픽은 두 명의 한국 선수가 분투해야 한다.

물론 6월까지는 아직 여러 대회가 남았으니 속단은 금물이다. 고진영과 김효주의 출전권은 안정적이라 평가되며, 10~20위권의 경쟁이 치열한 만큼 한두 번의 대회 우승으로 순식간에 상위권에 오를 수도 있다. 다만 2021년 도쿄 올림픽까지는 여자골프에 한국 선수 4명이 출전하는 게 당연시되었는데, 올해에는 4명이 아닌 2명 출전을 걱정해야 한다는 건 분명 아쉬운 대목이다. 한국 여자골프의 위상이 2020년까지의 ‘전성기’에 미치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또 하나의 단면이다.

 

달라진 위상의 원인

 

한국 여자골프의 위상이 예전만 못한 가장 큰 이유로 꼽히는 건 더딘 세대교체다. 지난해 LPGA 투어 신인왕 유해란, 올해 LPGA 투어에 데뷔하는 이소미, 성유진, 임진희처럼 LPGA에 진출하는 한국 선수는 꾸준히 나오지만, 그 기세가 폭발적이지는 않다. 아이러니하게도, 한국 선수가 LPGA에 도전하지 않는 주된 이유 중 하나로 꼽히는 건 국내 KLPGA 투어의 호황이다. KLPGA 대회 수도 늘고, 상금 규모도 커진 만큼 국내 무대에서도 충분한 인기와 금전적 보상을 누릴 수 있기에 그만큼 젊은 선수의 LPGA 도전이 줄어들었다는 분석이다.

과연 한국 여자골프는 과거 14~20년에 보여준 ‘세계 최강’의 위용을 되찾을 수 있을까. 당분간은 쉽지 않아 보인다.

 

 

GJ 나도혜 이미지 GettyImag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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