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규모 투자 유치 PGA, 끝나지 않은 LIV 골프와의 경쟁
대규모 투자 유치 PGA, 끝나지 않은 LIV 골프와의 경쟁
  • 심종열
  • 승인 2024.02.09 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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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세계 골프계에서 중요한 이슈 중 하나는 PGA와 신흥 골프투어 LIV 골프의 합병 관련 소식이었다. 합병과 관련해 자금력을 가진 사우디아라비아 국부 펀드의 의도대로 협상이 타결될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던 가운데 PGA가 최근 세계적인 스포츠 투자그룹으로부터 막대한 자금 투자를 유치하며 새 국면을 맡았다.

 

LIV 골프의 성장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의 투자를 받고 있는 LIV 골프는 막강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빠르게 성장했다. 이를 위해 LIV 골프는 PGA의 상위 랭커들을 영입했다. 상당수 PGA 스타들이 대형 계약을 맺고 LIV 골프로 이적했다.

이와 관련해 PGA에서는 LIV 골프와 그곳으로 이적한 선수들에 대해 돈으로 스포츠 골프의 오랜 역사와 전통을 무너뜨린다는 이유로 강한 비판을 했다. LIV 골프로 이적한 선수들은 PGA 출전이 불허되고 세계 랭킹 포인트에서도 불이익을 받았다. 하지만 LIV 골프의 자금력은 계속 PGA의 영역을 잠식했다.

우수한 선수들이 하나둘 LIV 골프로 향했고 한때 LIV 골프를 강하게 비판했던 스타 선수도 그 대열에 합류했다. PGA의 상위 랭커들을 중심으로 이런 흐름에 반대하고 PGA의 결속력을 강화하는 노력을 하고 있지만, 돈으로 가치가 증명되는 프로의 세계에서 명분만으로 선수들을 설득하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PGA와 LIV의 합병 움직임

 

PGA는 대중적으로 인기가 있는 상위 랭커들에게 별도의 수당을 지급하는 등 선수 이탈 방지를 위해 안간힘을 다했지만, 돈의 힘을 완전히 이겨낼 수 없었다. 결국, PGA는 LIV 골프의 운영 주체라 할 수 있는 사우디아라비아 국부 펀드 측과 협상에 나섰고 PGA와 LIV의 합병에 대한 원칙적 합의를 했다.

당연히 미국 내 여론이 들끓었다. 골프의 종주국은 아니지만, 현대 골프를 주도하고 있는 미국이 돈에 굴복했다는 비판이 줄을 이었고 미국 정치권도 이에 가세했다. 하지만 PGA로서도 커지는 LIV 골프의 존재를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대신 PGA는 합병되는 투어의 경영권을 PGA가 가져가는 것으로 최소한의 자존심을 지켰다. 하지만, 사우디아라비아 국부 펀드가 자금줄이 되는 상황애서 독자적인 경영권을 유지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였다.

이런 상황은 스포츠워싱의 일환이라는 비판에도 최근 막강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국제적인 스포츠 이벤트를 연달아 개최하고, 세계에서 가장 보편성을 가진 구기 스포츠, 축구에 대한 막대한 투자를 하고 있는 사우디아라비아의 거센 바람이 미국인들이 큰 자부심을 가지고 있는 골프에도 밀어닥친 예라 할 수 있었다.

이렇게 합병에는 합의했지만, 구체적인 시행방안과 리그 운영 등 세부적인 문제와 관련해서는 협상 타결 소식이 들리지 않았다. 투어 운영의 주도권과 관련해 양측의 줄다리기가 팽팽하게 전개되는 것으로 보였다. 물론, 자금력을 가진 사우디아라비아 국부 펀드의 의도대로 협상이 타결될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다.

실제로 LIV 골프는 최근에도 PGA 스타 선수들의 영입을 멈추지 않았다. 그들의 위세를 과시하고 협상에서 보다 유리한 위치를 점하기 위한 일이었다. 지명도 있는 선수들을 많이 보유한다는 그만큼 상징성이 클 수 있었다.

 

PGA의 반격

 

이런 LIV 골프의 공세에 PGA가 반격에 나섰다. PGA는 최근 세계적인 스포츠 투자그룹으로부터 막대한 자금 투자를 유치했다. 이를 통해 PGA는 독자적인 투어 운영을 위한 힘을 얻었다. LIV 골프와의 경쟁에서 PGA의 목소리가 상대적으로 적어질 수밖에 없었던 요인을 상당 부분 완화시켰다.

이를 통해 PGA는 향후 협상에서 보다 힘을 받게 됐다. 투어의 재정적 능력 향상은 협상력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PGA의 가치를 인정받았다는 점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PGA에 투자를 하기로 한 투자그룹은 이미 세계 프로스포츠 시장에서 다수의 프로팀을 보유하고 있다. 투자를 통한 수익 창출을 목적으로 하는 만큼 수익성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고 PGA에 대한 투자는 향후 전망을 밝게 본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더 나아가 PGA와 LIV가 통합한다 해도 투자 대비 지분을 확보할 수 있다. 그 지분은 PGA 측에 우호적일 수밖에 없고 이는 향후 투어 통합 시 PGA의 경영권 유지에 큰 힘이 될 수 있다.

이는 LIV 골프 측을 긴장하게 할 수 있는 일이다. 일부 PGA 선수들인 기존의 강경 태도를 내려놓고 LIV 골프에 유화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지만, 본질적으로 두 단체는 경쟁 구도에 있기 때문이다. 통합이 된다 해도 주도권을 놓고 대립할 가능성이 크다. 자금력으로 PGA를 압박했던 LIV 골프가 통합 후 그렸던 그림이 달라질 수 있다.

대규모 자금 유치는 일단 LIV 골프에 밀리던 PGA가 더 자신감을 가질 수 있게 할 것으로 보인다. 협상에서도 보다 여유를 가질 수 있고 당장 대회 상금 규모나 선수들에 대한 처우 개선에도 보다 전향적으로 나설 기반을 마련했다. 이는 선수들의 이탈을 방지하는 효과도 있다.

 

프로스포츠에 시사하는 점

 

이런 상황은 프로스포츠가 하나의 산업임을 실감하게 한다. 특히, 수익 창출이 가능한 프로스포츠에는 막대한 자금이 몰려들고 있기 때문이다. 자금의 유입은 해당 프로스포츠를 발전시키고 그에 비례해 또 다른 수익을 창출하게 하고 있다.

우리 프로스포츠도 이를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여전히 우리 프로스포츠는 기업들의 자금력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인기 프로스포츠로 발전하고 있다고 하지만, 우리나라 프로골프 역시 자생력 면에서는 부족함이 있다. 독자적인 브랜드나 마케팅 전개는 여전히 한계가 있고 자체적으로 가치를 높여 수익을 창출하지 못하고 있다.

당장은 기업들의 계속되는 후원과 광고 홍보비 유입 등으로 풍족한 환경이지만, 이는 외적 변수가 취약할 수밖에 없다. 경기 상황에 따라 투어의 재정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 이는 최고 인기 프로스포츠인 프로야구도 마찬가지다.

이 점에서 PGA와 LIV 골프의 경쟁은 한편으로는 부러운 마음도 생긴다. 그만큼 프로골프가 산업적으로 가치가 있음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한편으로는 선수들의 국제경기 선전으로 높은 인기를 구가하고 있는 우리 골프의 구조적 취약성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한다.

앞으로 PGA와 LIV 골프의 관계가 어떻게 정립될지 이는 2024년에도 세계 골프계의 중요한 이슈가 될 것으로 보인다.

 

 

GJ 심종열 이미지 GettyImag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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