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을만하면 일어나는 골프장 성범죄와 해법
잊을만하면 일어나는 골프장 성범죄와 해법
  • 김상현
  • 승인 2024.01.24 1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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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류를 막론하고 성범죄는 근절되어야 할 사회악이다. 그럼에도 성범죄는 업계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자주 일어나고 있다. 골프장도 예외는 아니다. 골프장에서는 어떤 성범죄가 주로 일어나며, 또 어떻게 막을 수 있을까.

 

강제추행 사건

 

골프장에서 가장 흔한 성범죄는 아마도 추행 사건일 것이다. 추행에는 몇 가지 종류가 있는데, 그중에서도 폭행이나 협박을 통해 상대를 추행하는 ‘강제추행’이 가장 흔하다. 꼭 피해자를 구타하거나 강경하게 협박하는 수준이 아니라 타인이 저항하지 못하거나 어려운 상황에서 추행하기만 해도 강제추행은 성립된다. 이 때문에 상대적으로 ‘약자’ 입장인 캐디나 하급 직원 대상으로 자주 일어난다.

올해 10월, 라운드 중 여성캐디를 강제추행한 60대 남성들이 집행유예나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이들은 전남의 한 골프장에서 여성 캐디를 번갈아가며 추행한 혐의로 기소됐다. 피의자들은 함께 라운드를 돌던 중 골프용품으로 피해자의 신체 부위를 고의로 건드리거나 팔을 붙잡는 등의 행동을 하였고, 이에 피해자가 항의하자 성희롱 발언도 한 것으로 조사되었다. 결국, 재판에 넘겨진 피의자들은 각각 집행유예와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올해 4월에는 같은 골프장에서 일하는 캐디가 거부함에도, 강제로 추행한 팀장(캐디 마스터)이 강제추행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 피의자는 한 식당에서 회식 중 손으로 여성 캐디의 신체를 만지거나 쓰다듬는 등의 행위를 하였고, 여성의 배 부위를 두드리며 볼을 꼬집는 등의 행동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피의자는 법정에서 술에 취해 본인의 행동이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주장했고, 범행 후 4개월이 지난 후 고소한 점을 볼 때 사건이 과장되었다고도 주장했다. 또한, 어깨, 배, 허벅지에 대한 추행은 무죄라는 주장도 펼쳤다. 하지만 재판부는 피해자의 법정 진술이 구체적이고 일관적이라는 점. 평소 술자리에서 피고인이 다른 남자 직원의 뺨을 때린 것도 기억하지 못할 정도로 만취한 것을 볼 때 공소사실과 같은 행위를 하고도 기억하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 만취했다는 이유만으로 책임이 조각된다고 볼 수 없다는 점 등을 근거로, 유죄 판결과 함께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불법 촬영 사건

 

불법 촬영 사건도 종종 일어난다. 말 그대로 불법적으로, 피해자 몰래 피해자의 신체를 몰래 촬영하였다가 문제가 되는 경우다. 

2015년 한 골프장에서 피의자가 마지막 퍼팅을 앞둔 피해자에게 “퍼팅 자세를 교정해주겠다” 라며 접근한 후 치마 속을 휴대전화로 촬영한 사건이 있었다. 당시 현장에는 피해자와 피의자 둘만 있었고, 이후 경찰은 피의자가 피해자의 항의에 현장에서 사진을 삭제한 것으로 보고 피의자의 휴대전화에 대한 디지털 포렌식을 의뢰하고 여죄를 캐는 등 수사를 진행했다.

2012년에는 골프장 여자 화장실을 돌면서 피해자를 상습적으로 촬영한 피의자가 검거되었다. 사건을 수사한 경찰에 따르면 피의자는 경북의 한 골프장 여자 화장실에 침입해 자신의 휴대폰 카메라로 용변을 보는 여자들의 모습을 촬영하는가 하면, 그 외에도 대구, 경북 지역 골프장 등을 돌면서 여자 화장실에 침입하여 21회에 걸쳐 동영상을 촬영한 혐의가 드러나기도 했다.

 

성폭행 사건

 

강간 사건도 가끔 발생한다. 올해 2월, 한 골프연습장에서 공범 한 명과 함께 20대 여성을 성폭행하고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피의자가 범행 후 오랜 시간이 지난 뒤에 비로소 유죄 판결을 받았다. 사건 당시에는 범인이 검거되지 않아 ‘미제 사건’ 취급을 받았고, 이후 뒤늦게 DNA 증거를 통해 피의자의 신원이 드러나며 뒤늦게 기소되었다. 하지만 사건이 타인을 의도적으로 살해한 ‘살인’이냐, ‘치사’냐에 따라 공소시효가 지났다고도 볼 수 있고, 지나지 않았다고도 볼 수 있어 논란이 컸다. 1심에서는 이 사건을 ‘치사’로 보고 공소시효가 지났다는 이유로 피의자에게 무죄 및 면소 판결을 내렸지만, 항소심은 이 사건을 ‘살인’으로 보고, 피의자에게 유죄 판결과 함께 징역 15년을 선고했다.

2014년에는 전국을 다니며 골프장 여자 캐디 기숙사만을 골라 금품을 훔치고, 또 성폭행을 일삼은 피의자가 검거되었다. 당시 피의자는 강원도의 한 골프장 여자기숙사에서 빈집을 골라 베란다 창문으로 침입하여 현금 등을 훔치는 등 전국 각지의 골프장 여자 기숙사에서 금품을 훔쳤고, 여기에 강간까지 저질렀다가 강도강간 혐의로 기소되었다.

 

골프장 성범죄를 줄이려면

 

이처럼 골프장 성범죄 사건은 다양하게, 또 잊을만하면 발생하고 있다. 물론 골프장이 다른 업계나 장소보다 특별히 성범죄가 잦거나, 심각하다고 볼 근거는 없다. 하지만 잊을만하면 성범죄가 일어나는 만큼, 이를 발본색원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골프장 성범죄 상당수가 ‘성범죄를 심각하게 여기지 않는 잘못된 선입견’에서 출발함을 기억해야겠다. 특히 추행 사건이 이렇다. 불법 촬영이나 강간이 불법임을 모르는 사람은 없겠지만, 추행은 아직도 적잖은 사람들이 ‘이 정도면 불법은 아니다’ 혹은 ‘심각한 불법은 아니다’라고 생각한다고 많은 법조인이 지적한다. 하지만 피의자가 보기에 별것 아닌 것으로 보였던 행위가 법으로는 명백한 ‘강제추행’에 해당하고, 결국 사법 처리에 이르는 일이 많다.

결국, 골프장 성범죄 사건을 줄이려면 제도적 대응과 개인적 대응이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 골프장에서는 고객이나 직원이 성범죄를 저지르는 것을 막기 위한 관리 감독 및 교육 등을 게을리하지 말아야 한다. 또한, 직원이나 이용객도 ‘타인에게 허락받지 않고 행하는 모든 성적 행위도 범죄가 될 수 있다’라는 법 논리, 나아가 상식을 분명히 기억하고 잘못된 행동을 하지 않도록 해야겠다.

 

 

GJ 김상현 이미지 GettyImag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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