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공 비거리 규제’ 아마추어에도 확대 적용되나?
‘골프공 비거리 규제’ 아마추어에도 확대 적용되나?
  • 김상현
  • 승인 2024.01.22 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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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SGA와 R&A의 비거리 제한 정책은 골프클럽과 골프공에 집중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최근 논란이 될 소식 하나가 전해졌다. 바로 골프공 비거리 규제가 강화될 예정이며, 이 정책을 프로는 물론, 아마추어에게도 확대 적용한다는 소식이다.

 

골프공의 역사는 비거리 상승 역사

 

골프공의 역사는 ‘비거리 상승의 역사’라 해도 지나치지 않다. 골프공의 역사는 최초의 골프공으로 여겨지는 나무나 가죽 공에서 시작하여 가죽과 깃털로 만든 ‘페더리볼’, 그리고 ‘구티 볼’, ‘하스켈볼’, 현재 널리 쓰이는 ‘솔리드 코어볼’ 까지 여러 번 세대교체를 거쳤다. 이렇게 새로 등장한 공이 기존의 공을 밀어낸 이유는 결국 ‘비거리’와 ‘가성비’에서 우위를 점했기 때문이다.

지금은 솔리드 코어볼, 즉 코어에 고무와 플라스틱층을 씌운 구조의 골프공이 득세하고 있다. 솔리드 코어 볼이 1960년대 처음 등장한 이래 기본적인 개념은 유지되고 있지만, 계속 발전하고 있다. 내부 구조를 몇 겹으로 쌓았느냐에 따라 2피스, 3피스, 4피스, 심지어 5피스 공도 있다. 내부 구조는 물론 골프공 겉면의 오돌토돌한 딤플의 구조, 또 공의 무게도 비거리에 변수가 된다.

 

제도적인 비거리 제한 움직임

 

골퍼의 입장에서는 골프공 비거리가 끝없이 늘어나기를 원할 것이다. 하지만 이런 일을 용납하지 못하는 곳이 있다. 바로 세계 골프 규칙과 골프 장비 성능 등을 관장하는 미국골프협회(USGA)와 R&A다. 이들은 현재 골프계의 지나친 비거리 상승 현상을 꾸준히 문제 삼고 있고, 다방면으로 비거리를 제한하기 위해 움직이고 있다. 프로들의 비거리가 지나치게 높아지면서 골프의 다양성과 묘미를 상실케 하는 데다, 대회 운영마저 어려워지고 있다고 보고 있기 때문이다. 

비거리를 결정하는 요인은 크게 세 가지다. 바로 선수 본인의 실력과 피지컬, 골프클럽, 그리고 골프공이다. 

이 중 선수의 실력이나 정상적으로 키운 피지컬을 제한하는 건 말도 안 되는 이야기다. 따라서 USGA와 R&A의 비거리 제한 정책은 골프클럽과 골프공에 집중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최근 논란이 될 소식 하나가 전해졌다. 바로 골프공 비거리 규제가 강화될 예정이며, 이 정책이 프로는 물론, 아마추어에게도 확대 적용한다는 소식이다.

12월 3일(한국시간) 미국의 한 골프전문지는 USGA와 R&A가 조만간 골프공 반발력을 일정 수준 이하로 제한하는 규칙 개정안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이 개정안은 시속 125마일(약 201.2㎞)의 스윙 스피드로 때렸을 때 비거리가 317야드 이상 날아가지 않도록 골프공 비거리를 제한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이 개정안이 정말 시행되면 프로 업계에 격변이 일어날 것으로 보인다. 이 규정이 시행되면 현재 프로 선수가 쓰는 공을 모두 바꿔야 하기 때문이다. 정말 이 규정이 시행되면, PGA 정상급 선수들의 드라이버 티샷 거리가 15야드가량 줄어들 것이라는 예측까지 나온다.

이것뿐이라면, 새삼 놀랄 소식은 아니다. 지난해 3월에 같은 내용이 공개되었고, 한바탕 논란이 된 바가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논란이 재점화 된 이유는 간단하다. 이 규정을 아마추어에게도 적용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해당 보도에 따르면 USGA와 R&A는 이 규정을 2028년부터 프로 등 엘리트 골프 선수에게 우선 적용하고, 2030년부터는 일반 아마추어 골퍼에게도 확대 적용할 방침이다. 또 아마추어 골퍼가 이 규정을 따르면 약 5%의 비거리 손실을 볼 것으로 예측했다. 겨우 5%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드라이버샷이 200야드만 넘어도 10야드 가까이, 혹은 그 이상이 줄어들 수 있다는 뜻이다. 당연히 아이언샷 등의 비거리도 줄어들 수밖에 없다.

 

골프공 비거리 규제에 강경한 이유

 

USGA와 R&A가 이처럼 골프공 비거리 규제에 강경하게 나서는 이유는 확고하다. 비거리가 지나치게 늘어나고 있어 골프의 본질이 훼손되고, 이는 골프의 발전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우려가 크기 때문이다. 골프 역사상 가장 위대한 선수로 꼽히는 잭 니클라우스도 골프공 비거리 제한 정책에 찬성한다는 의견을 표할 만큼 적잖은 공감을 사고 있다. 프로의 평균 비거리가 갈수록 늘어나며 골프장 전장도 계속 길어져, 프로 대회 코스가 8천 야드에 육박하고 있으니 말이다.

 

이해당사자들의 반대

 

하지만 이 정책이 USGA와 R&A의 의도대로 시행될 것이라는 보장은 없다. 반발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현역 선수는 물론, 해설가, 골프 기자, 골프공 제조사 등 숱한 이해당사자들이 반대하고 있다. 

특히 PGA 투어는 사실상 단체 차원에서 이 정책에 반대하고 있다. 키건 브래들리는 “USGA와 R&A는 시대를 역행하고 있다. 이보다 더 멍청한 짓이 없다”라며 직격탄을 날렸고, 리키 파울러도 “비거리가 덜 나는 걸 누가 좋아하겠나. 끔찍한 일”이라며 명백한 반대 의사를 표했다. 타이거 우즈 역시 “나는 평생 스윙 스피드를 높이려고 노력했다. PGA 투어의 (반대) 입장은 알고 있다. 하지만 결정은 그들(USGA, R&A)이 한다” 라며 완곡하게나마 반대 의사를 표했다. 

로리 맥길로이처럼 비거리 제한에 공개적으로 찬성하는 현역 선수는 소수다.

하물며 아마추어까지 골프공 비거리 제한 정책이 확대되면, 아마추어의 반발이 거세질 건 불을 보듯 뻔하다. 해당 매체에서 600명의 골퍼를 대상으로 한 설문 조사에 따르면 64.6%가 비거리 제한 골프공을 쓰지 않겠다고 답했다. 설령 규칙이 바뀌어도, 이를 지키지 않겠다는 뜻이다. 

일부러 골프공 성능을 낮춰서라도 비거리를 줄여야 한다는 USGA와 R&A의 의견은 분명 일리가 있다. 또 비거리가 높을수록 이익인 선수, 단체, 제조사 등이 이 정책에 반대하는 것도 당연하다. 이 때문에 정책을 둘러싼 논란이 불가피한 가운데, 아마추어에까지 불똥이 튄 모양새다.

아직 USGA와 R&A가 골프공 성능 규제 방침을 확정한 건 아니며, 앞으로 얼마든지 상황이 변할 수 있다. 프로는 물론, 아마추어에도 불똥이 튄 골프공 비거리 규제 정책은 앞으로 어떤 결과를 맞이할까.

 

 

GJ 김상현 이미지 GettyImag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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