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가 골프를 배우기 싫은 이유
그가 골프를 배우기 싫은 이유
  • 전은미
  • 승인 2024.01.17 1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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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에 매력을 느끼지 못하는 사람에게 골프 권유는 부담이 될 수 있다. 일부 커뮤니티를 뜨겁게 달구고 있는 ‘골프를 배우기 싫은 이유’에 대해 살펴보며, 혹시 주변 지인들에게 골프의 매력에 대해 과도하게 어필하고 있었던 것은 아닌지 되돌아보자.

 

코로나19를 기점으로 골프의 대중화가 급속도로 진전되면서 골프 입문에 대해 부담을 느끼는 이들도 많아지고 있다. 자꾸만 골프를 배워볼 것을 권유하는 지인들의 오지랖은 골프를 치지 않는 사람들에게 부담이 아닐 수 없다.

실제로 골프는 러닝이나 등산처럼 손쉽게 즐길 수 있는 영역의 스포츠가 아님이 분명하다. 하지만 일부 골퍼들이 ‘골프를 치지 않는 사람은 바보다’라는 식의 논리를 설파하면서 이에 대한 반감 역시 커지고 있다.

왜 골프 입문에 부담을 느낄까. 

 

타고난 몸치에게 골프 권유는 고통 그 자체

 

우리는 소위 춤이나 스포츠 등에서 간단한 몸놀림조차 제대로 구사하지 못하는 이들에게 ‘몸치’라는 말을 쓴다. 

누구나 남들 앞에서 자신에게 익숙하지 않은 상황에 노출되거나 우스꽝스러운 모습을 보이는 것을 피하고 싶어하는 것은 당연하다. 몸치로 태어난 이들은 남들 앞에서 몸을 쓰는 행위를 해야 하는 상황이 고통스러울 수밖에 없으니, ‘골프’를 권유받는 순간 스트레스가 시작된다.

골프는 매번 자신의 컨디션이나 날씨 등 수많은 변수에 대비해 알맞은 클럽을 선택해야 한다는 까다로움이 있다.

 

내 자신이 싫어지는 스포츠

 

골프는 1~2년 연습한다고 해서 실력이 느는 스포츠가 아니라는 점 역시 대중들이 선뜻 골프를 시작하기 어려운 이유 중 하나이다. 골프 애호가로 소문난 이들마저 ‘골프는 나 자신이 얼마나 쓸모없는 사람인지를 깨달을 수 있는 운동’이라고 이야기할 정도이니, 실패에서 좌절감을 크게 느끼는 이들에게는 고통 그 자체라고 할 수 있다. 

같은 이유로 매사에 승부욕으로 불타오르는 사람들에게도 골프는 스트레스가 될 수 있다. 단기간에 실력을 향상시킬 수 없을 뿐만 아니라, 날씨같이 내가 의도하지 않은 상황으로도 스코어가 180도 달라질 수 있으니 애타는 마음만 커질 뿐이다.

반대로 승부욕이 전혀 없는 사람들에게도 골프는 지루한 스포츠로 느껴질 수 있다. 18홀 기준 4시간이 넘는 시간 동안 라운드를 돌아야 하고, 골프장을 오가는 시간까지 감안하면 재미도 없는 일에 하루를 고스란히 반납하는 상황이 되기 때문이다.

 

업무 때문에 불려간 라운드는 최악

 

직장 상사와의 관계 유지나 거래처 관리 등을 위해 라운드에 나섰다면 고통은 더욱 심해진다. 평소 골프에 아무런 관심도, 흥미도 없는 사람이 접대를 위해 골프를 치고 있노라면 ‘집에 가고 싶다’라는 생각만이 절실해질 뿐이다.

초보자의 경우 잘 치지도 못하는 골프 실력을 친하지도 않은 사람들에게 보인다는 것이 부끄러울 것이고, 반대로 프로 수준으로 골프를 잘 치는 사람들이라면 상대방의 기분을 상하게 하지 않기 위해 우연을 가장한 실수를 반복해야 하니 골프 본연의 재미를 느끼는 것은 불가능하다. 

평일 내내 격무에 시달리다 겨우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주말이 됐는데 라운드에 불려 나간다면 상황은 정말 최악이다. 특히 골퍼들에게 성수기로 불리는 봄, 가을은 가족이나 연인과 함께 나들이를 떠나기 좋은 계절이니, 업무상의 이유로 주말을 반납하는 일을 달가워하는 직장인은 없을 것이다.

 

집돌이는 웁니다

 

휴식시간에 활동적인 일을 하면서 에너지를 충전하는 유형의 사람이라면 골프 실력이 좋지 않더라도 즐거움을 느낄 수 있다. 실제로 한동안 2030 골퍼들 사이에서 스코어에 연연하지 않고 명랑하게 라운드를 즐긴다는 뜻의 ‘명랑골프’라는 말이 대세였다. 대부분의 골프장은 자연경관이 뛰어나고, 봄이나 가을 성수기에는 벚꽃이나 단풍 등을 구경하며 ‘인생샷’을 남길 수도 있으니 라운드를 나가는 것이 유쾌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하지만 퇴근 후나 주말에 집에 누워서 에너지를 충전하는 유형의 사람들에게는 외출 자체가 고통이다. 아무리 날씨가 좋고 풍경이 아름다워도 내 방 안에 누워서 뒹굴거리는 것만큼 달콤한 휴식은 없기 때문이다.

주말에 충분한 휴식을 취하지 않으면 다음 주 업무에 차질이 생긴다는 ‘저질체력’들에게도 라운드는 부담 그 자체다. 주변 친구나 동료, 가족 등에 등 떠밀려 라운드를 나갔다 오면 온몸이 천근만근이 되어 골프에 대한 일말의 애정마저 떨어진다는 이들도 있다.

 

상류층의 여가생활

 

골프가 예전에 비해 대중화가 됐다고 해도 여전히 상류층의 여가생활이라는 인식을 벗기는 힘들다. 골프클럽을 세트로 구비하고, 계절에 맞는 골프웨어나 골프화 등을 준비하려면 비용적인 부담이 만만치 않다.

골프가 경제적으로 부담되는 이유가 이뿐이랴. 매번 라운드를 나설 때마다 부담해야 하는 캐디피나 그린피, 카드비는 한 달 생활비가 휘청일 정도로 큰 부담이 되기도 한다. 특히 2030 골린이들이 라운드를 나갔다 오면, 오고 가며 쓰는 교통비나 밥값 등을 메꾸기 위해 평일에 삼각김밥으로 연명해야 생활이 유지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최근 대출 금리나 물가 등이 천정부지로 치솟으면서 경제적 부담을 느끼는 이들이 많아진 만큼 골프가 또 하나의 대세처럼 자리 잡은 상황이 모두에게 달가울 수는 없는 일이다.

 

강요는 금물

 

골프의 매력에 흠뻑 빠질수록 주변 사람들에게 골프의 매력을 설파하는 일을 자제하는 것이 중요하다. 누군가에게는 엄청난 부담이나 스트레스로 다가올 수 있는 영역이기 때문이다.

물론 이는 골프에 국한되는 문제는 아니다. 자신의 취향이나 생각을 타인에게 강요하는 행위는 인간관계를 망치거나 평판을 깎아 먹을 수 있는 일이라는 사실을 명심하자.

 

 

GJ 전은미 이미지 GettyImag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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