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가동된 대청호 골프장 건설 계획
재가동된 대청호 골프장 건설 계획
  • 김상현
  • 승인 2024.01.10 18:43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골프장을 지으려다 반대에 부딪치고, 심지어 삽을 떴음에도 반대가 계속되는 일은 너무나도 흔하다. 10년 만에 재가동된 대청호 골프장 건설 계획이 이번에는 성공할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골프장 건설에 대한 대립

 

‘XXX 골프장 건설 계획 반대’ 골프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에게나 익숙할, 너무나도 흔한 레퍼토리다. 골프장을 지으려다 반대에 부딪치고, 심지어 삽을 떴음에도 반대가 계속되는 일은 너무나도 흔하다. 심지어 계획이 확정되거나 삽을 뜬 후에도 이어지는 반대에 부딪혀 잠시, 혹은 영구히 사업이 중단되는 일도 있다. 사실 골프장 계획부터 삽을 뜨고, 완공까지 어떤 반대 세력과도 부딪치지 않고 무사히 완공되는 골프장이 그렇지 않은 골프장보다 적지 않을까 싶다.

골프계는 이런 ‘골프장 반대파’가 달가울 리 없다. 철저히 골프계 입장에서 보면 골프장 건설 반대론자들은 ‘한국 골프장 공급 부족의 원흉’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분명 법적으로 허가를 받고 진행하는 사업임에도 반대에 부딪혀 사업이 늦어지거나, 좌초하기도 하니 말이다.

하지만 골프장을 지으려는 측과 반대하는 측의 충돌은 ‘만국 공통’이다. 한국보다 땅이 넓은 해외에서도 골프장 건설에 찬성하는 측과 반대하는 측이 충돌하는 일이 드물지 않다. 하물며 땅은 좁고 인구가 많은 한국이라면 더 말할 것도 없다. 

 

대청호 골프장 건설 계획의 시작

 

최근 충북 대청호 골프장 건설 계획을 둘러싸고 찬반양론이 거세다. 최근 골프계는 물론 사회적으로 이슈가 되고 있는 대청호 골프장 건설 계획을 둘러싼 찬반양론을 한 번 살펴보자.

대청호 골프장 건설 계획을 알려면 먼저 대청호를 알아야 한다. 대청호는 1980년 대청댐 건설로 만들어진 대형 인공호수며, 저수량으로 따지면 소양호, 충주호 다음으로 국내에서 세 번째로 크다. 비록 천연호수는 아니지만, 대형 호수이자 수원지로서 그 생태적 가치가 크며, 상수도보호구역으로 지정되는 등 환경 규제도 받고 있다.

대청호 인근에 골프장이 필요하거나, 짓겠다는 이야기는 오래전부터 나왔다. 1990년 팔당호와 대청호 주변 20km 안에 골프장 건설을 금지하는 특별법이 제정되었는데, 1993년에는 상수원수질보전 특별대책지역 내의 골프장 건설을 허가하는 규정이 발표됨으로써 대청호 골프장 건설 가능성이 점쳐지기도 했다. 하지만 대청호 골프장 건립 계획이 진지하게 논의되기 시작한 건 2010년대의 일이다. 대청호 인근에 골프장 건립 계획이 구체화 되고, 언론에 본격적으로 보도되기 시작한 건 2012년의 일이다.

2012년 수면에 올라온 대청호 골프장 사업은 초기부터 논란에 휩싸였다, 당시 주로 ‘옥천 골프장 사업’, ‘대천호변 골프장 사업’ 등으로 불린 본 사업은 계획 단계에서부터 환경단체의 극심한 반발에 부딪혔다. 지역주민, 환경단체, 시민단체 등이 연합해 ‘대청호 골프장 반대 범유역대책위원회’를 꾸려 반대 운동에 나섰고, 골프장에 반대하는 여론도 적극 지원 사격에 나섰다. 결국, 대청호 골프장 사업은 백지화되었다.

 

대청호 골프장 사업 재가동

 

그리고 작년 12월, 대청호와 인접한 옥천군 동이면 지양리 110만㎡에 27홀 규모의 골프장을 건설하겠다는 제안서가 군에 제출되며 대청호 골프장 사업은 재가동되었다. 지금은 예정 부지에 대한 용도지역 변경 및 체육시설 입안 결정을 위한 행정절차를 밟고 있는 단계다. 골프장이 지어지려면 도에서 예정지를 도시관리계획시설로 고시해야 하며, 옥천군은 업체가 추진 중인 행정절차가 마무리되면 해당 고시를 도에 요청할 방침으로 알려졌다.

10년 전에 그러했듯, 이번에도 대청호 골프장 계획에 대한 반대 의견이 거세다. 골프장 개발 계획이 수면에 떠오르고 절차가 진행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기 시작한 올해 초부터 환경단체는 반대 의견을 냈고, 이후로도 꾸준히 반대를 이어나가고 있다. 

반대 측의 의견은 11월에 열린 ‘대청호골프장반대범유역대책위원회’ 기자회견에서 잘 드러난다. 이 단체는 “골프장은 잔디를 관리하기 위해 제초제를 쓸 수밖에 없다”, “(옥천에서 추진되는) 골프장이 건설되면 인접한 400만 충청권 시민의 식수원인 대청호의 오염이 불 보듯 뻔하다”라고 전제하였다. 또 “골프장 예정 부지에는 팔색조와 수리부엉이, 삵 등 수많은 천연기념물과 멸종위기종이 산다”, “옥천군은 이런 현장 조사 결과가 담긴 의견서를 접수하고도 답변을 내놓지 않고 있다”라고 비판했다. 또한, 대책위는 11월 15일까지 골프장 개발업체 측에 현지 합동조사팀을 제안하기도 했다.

물론 골프장 건설에 찬성하는 여론도 있다. 찬성 측에서는 관광 활성화 및 낙후지역 개발을 통한 지역 활성화가 기대된다는 점. 충북 시·군 중 옥천에만 정규홀 골프장이 없다는 점 등이 지적하고 있다. 또한, 대청호가 청정지역이지만 이미 전국 청정지역에 오염 차단시설을 설치하고 골프장이 운영되고 있다는 점. 하천 환경오염의 주범은 축사분뇨 등이라는 점도 지적하며 골프장 건립에 찬성하고 있다.

골프계로서는 당연히 골프장 건설에 찬성할 것이다. 특히 옥천군은 충북시와 군을 통틀어 유일하게 정규 홀 골프장이 없는 곳이기에 사실 골프장 건립 명분도 충분하다. 군 내에 골프장이 하나도 없고, 또 입지상 골프장이 들어설 만한 곳이므로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면 골프장이 지어져야 한다는 건 골프계 입장에서는 타당하다.

하지만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반대 여론이 거세다는 게 문제다. 반대 여론이 거세지 않았다면 10년 전에 골프장이 들어섰을 가능성이 크지만, 결국 반대 여론에 부딪혀 좌절되었다. 이번에도 반대 여론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면 똑같은 역사를 반복하거나, 어떻게 골프장이 지어져도 그 과정에서 적잖은 후유증을 겪을 가능성이 크다. 10년 전과 달리, 이번에는 대청호 골프장이 무사히 지어질 수 있을까.

 

 

GJ 김상현 이미지 GettyImages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하단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