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전후 골프장 매매가격 변천사
코로나 전후 골프장 매매가격 변천사
  • 김상현
  • 승인 2023.12.29 1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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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매가격 시세를 통해 골프계 전체의 경기나 분위기도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다. 최근 골프장 매매가격은 어떤 곡선을 그렸을까?

 

골프장 매매가격 시세는 보통 ‘홀당 가격’으로 따진다. 즉 골프장 전체 가격을 홀당 가격으로 나누고, 그렇게 산정된 1홀 당 가격에 따라 골프장 시세가 높은지 낮은지 살핀다. 홀당 가격이 높으면 골프장 매매가격 시세도 좋고, 반대로 홀당 가격이 낮으면 골프장 시세도 그만큼 좋지 않다고 볼 수 있다. 또 매매가격 시세를 통해 골프계 전체의 경기나 분위기도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다.

 

골프장 매매가격의 변화

 

최근 골프장 매매가격은 어떤 곡선을 그렸을까? 최근 수년간 골프장 매매가격의 가장 큰 변수는 단연 코로나 사태였다. 코로나 사태는 전 지구적으로 큰 영향을 미쳤고, 수많은 업계에 악영향을 주었다. 하지만 골프계는 코로나 사태로 호재를 맞이한 소수의 업계 중 하나였다. 코로나 사태가 시작되고 몇 년간 해외여행이나 야외활동, 단체활동 등이 어려운 가운데 ‘사회적 거리두기’가 비교적 수월한 골프는 코로나 시대에 가장 적절한 운동이자 여가로 꼽혔다. 덕분에 골프장을 찾는 사람은 날로 늘어나고, 골프장의 매출과 영업이익률도 상승세를 탔다. 세계적으로 거의 모든 분야가 코로나 유행으로 악영향을 받은 2020년 국내 대중제 골프의 영업이익률은 40.5%를 기록하며 엄청난 성장세를 기록한 게 좋은 예다.

이처럼 코로나 시대 국내 골프장이 호황을 누리며, 골프장 홀당 가격도 상승세를 탔다. 물론 코로나 사태 이전에도 골프장 홀당 가격은 오르는 추세였다. 한국레저산업연구소가 2021년에 발간한 ‘레저백서 2021’에 따르면, 홀당 매매가격은 2019년에 43억 9,000만원으로 전년보다 26.9% 급증했었다. 즉, 코로나 사태와 상관없이 골프장 시세는 이미 상승세였다.  

코로나 사태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2020년에는 63억원, 2021년 상반기에도 67억 1,000만 원을 기록하며 상승세를 이어나갔다. 코로나 사태 이전부터 골프장 가격은 상승세였고, 이후 코로나 호황으로 상승세에 불이 붙었다고 볼 수 있다.

또한, 당시(2021년) 투자시장의 분위기도 골프장 가격상승의 주요 요인이었다. 풍부한 시중 부동자금은 상승세를 탄 골프장에 몰렸고, 여기에 사모펀드 자산운용사들이 골프장 인수전에 참여하면서 매매가격 상승세를 이끌었다. 당시 자산운용사들은 2020년 1월부터 2021년 7월까지 8개 골프장을 인수하며, 전체 거래건수 18건의 44.4%를 차지하는 등 골프장 매매가격 상승을 주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골프장 홀당 가격이 하루가 다르게 높아지는 가운데, 두 가지 주목할 만한 움직임이 있었다. 한편으로는 지금보다 미래에 골프장 가격이 더 오를 것이라는 기대하에 계속 자금이 몰리며 골프장 몸값 상승을 더욱 부채질했다. 덕분에 2021년 7월에는 홀당 100억에 육박하는 골프장이 등장했고, 홀당 평균 가격도 예전보다 훨씬 오른 70억에 달했다. 이렇게 가격이 올랐음에도, 기대치가 높은 매물은 계속 나왔고, 자본도 계속 투입되며 홀당 가격을 더욱 높였다.

또 한편으로는 골프장 가격이 급상승하며, ‘비싸게 사느니 새로 짓는다’라며 골프장 건설에 나서기도 했다. 실제로 코로나 시대 속 골프장 건설 붐의 원인 중 하나가 ‘골프 경기는 좋으나 기존 골프장 가격이 너무 올랐으니, 차라리 새로 짓겠다’는 것이었다.

 

골프장 가격 거품론의 등장

 

코로나 시대가 길어지며, 골프장 가격 상승세도 꽤 오랫동안 이어졌다. 2021년에도, 2022년에도 홀당 가격은 꾸준히 올랐고, 대형 매물도 여럿 나왔다. 2022년에는 ‘홀당 100억 시대’가 현실로 여겨졌고, 2022년 6월에는 당시 업계 최고 대어로 꼽힌 잭니클라우스GC가 포스코 그룹에 홀당 160억에 인수되며 새 역사를 썼다.

하지만 이즈음부터 현재 골프장 가격이 지나치게 과대평가되었다는 ‘거품론’이 심심찮게 제기되기 시작했다. 2022년에도 코로나 호황은 현재 진행형이었지만, 동시에 호황이 끝날 조짐을 보였기 때문이다. 

코로나 사태가 진정되면 해외여행이나 다른 여가활동도 자유로워지고, 그만큼 골프에 몰렸던 여가 수요가 많이 빠져나가리라는 건 누구나 예측할 수 있었다. 여기에 지나치게 높아진 그린피와 부대비용 논란, 골프 인구 상승세 둔화 등 내부 악재와 고금리 기조, 경기침체 등 외부 악재도 우려되었다. 

 

하락세 접어든 골프장 시세

 

결국, 올해 들어 골프장 시세는 하락세에 접어들었다. 지나치게 비싼 매물은 잘 팔리지 않고, 시장 분위기도 침체하였다. 다행히 ‘거품’이 한 번에 터져서 시장이 무너지거나 폭락할 기미는 아직은 없다. 코로나 호황은 끝났지만 당장 골프 업계가 무너지거나 큰 위기를 걱정할 정도는 아닌 데다, 국내 건설사 등 새로운 큰손이 골프장 거래를 이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7월에도 곤지암 큐로CC가 홀당 약 100억원대에 팔리는 등, 골프장 시장이 완전히 얼어붙지는 않았다.

하지만 골프장 가격이 하루가 다르게 치솟고, 평균 홀당 70억 시대, 나아가 100억 시대까지 바라보던 때는 지났다. 전문가들도 가까운 시일 내 골프장 시장에 다시 호황이 찾아오고 평균 가격이 크게 오르기를 기대하는 건 어렵다고 본다. 코로나 시대가 끝난 이상 국내 골프장이 누리던 코로나 호황도 사실상 끝났고, 골프장 시세도 코로나 시대만큼의 호황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코로나 호황 속에서 크게 올랐다가 최근 기세가 꺾인 골프장 거래 시장. 당분간은 무작정 호황을 기대할 게 아니라 가라앉은 분위기 속에서 시장을 건전하게 재편하고, 훗날 제2의 도약을 준비하는 게 바람직할 것으로 본다.

 

 

GJ 김상현 이미지 GettyImag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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