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골프 세계랭킹 포인트 제도 변경... 어떤 영향 미칠까
남자골프 세계랭킹 포인트 제도 변경... 어떤 영향 미칠까
  • 김상현
  • 승인 2023.12.26 19:43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내년부터 남자골프 세계랭킹 포인트 제도가 일부 변경된다. 특급 대회에서 우승자 등 좋은 성적을 거둔 선수에게는 더 많은 포인트를, ‘컷 탈락’을 하지 않더라도 하위권 선수에게는 포인트가 지급되지 않는 ‘상후하박’ 시스템으로 바뀌며 내년 시즌에 적잖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새로운 세계랭킹 포인트 제도 발표

 

세계골프랭킹위원회(OWGR)는 12월 22일(한국시간), 내년 1월부터 적용되는 새로운 세계랭킹 포인트 제도를 발표했다. 미국프로골프(PGA)투어가 내년부터 ‘특급’으로 구분하는 대회를 별도로 운용하기로 한 데 발맞춰 랭킹 포인트 제도도 일부 변경한 것이다.

이번 제도 변경의 핵심은, 80명 이하의 선수가 출전하는 대회에서 랭킹 포인트 분배 비율을 바꾼 것이다. 기존에는 대회 전체 랭킹 포인트의 17~18%가 우승자의 몫으로 배분되었지만 새 시스템대로라면, 우승자 배분 비율이 21%까지 올라간다. 우승자가 포인트를 더 가져가는 만큼, 하위 선수들은 덜 가져간다. 컷 탈락을 하지 않더라도, 하위 15%에 머무른 선수들은 랭킹 포인트를 받을 수 없다.

내년부터 PGA투어가 운영하는 특급대회는 랭킹 상위 78명이 참여할 예정이며, 이번 제도 변경의 주된 적용 대상이다. 곧 특급 대회에서 우승하면 랭킹 포인트를 더 많이 받을 수 있지만, 하위권에 그치면 포인트를 얻지 못해 랭킹 하락을 감수해야 할 수 있다.

또한, 매치플레이 경기에서 첫 라운드에서 지거나 조별 경기에서 탈락한 선수들도 포인트를 받을 수 없게 된다. 다만 PGA투어 플레이오프, DP 월드투어 챔피언십 등 비중 있는 대회에서는 최하위 선수에게도 랭킹 포인트를 배분한다.

52주 이내에 다승을 하는 선수에게 랭킹 포인트 가중치를 부여하는 제도도 도입된다. 1년 이내에 2승을 거두면 60%, 3승 이상은 70%의 가중 포인트를 얻는다. 이렇게 받을 수 있는 최대 랭킹 포인트는 4점이다. 즉, 특급 대회 우승자나 다승 기록자에게 더 유리한 시스템이라 할 수 있다.

 

세계골프랭킹위원회(OWGR)의 입장

 

피터 도슨 OWGR 위원장은 “새롭게 적용할 랭킹 산정 시스템은 전 세계 적격 투어에 참여하는 선수들의 성과를 합리적으로 평가하기 위한 노력의 결과물”, “이러한 도전과 변화를 통해 세계랭킹이 더욱 정확히 산출될 것”이고 평가했다.

한편 새 기준을 적용하더라도 LIV 골프 참가자들은 여전히 세계랭킹 포인트를 받을 수 없다. OWGR의 분류 기준상 LIV 골프대회의 ‘3라운드 54홀 노컷’ 방식은 ‘적격 투어’가 아니라는 이유다.

이번 남자골프 랭킹 포인트 변경에 많은 언론이 ‘상후하박’(윗사람에게는 후하고 아랫사람에게 박하다)라는 표현을 쓰고 있다. 더없이 적절한 표현이다. 우승자, 그리고 연속 우승자에게는 더 많은 포인트가 부여되지만, 컷 탈락이 아닌 하위권 선수는 포인트를 1점도 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이 랭킹 포인트 변경의 대상이 일명 ‘특급’ 대회라는 점 역시 큰 변수다. 특급 혹은 시그니처 대회는 랭킹이 높은 소수 정예 78명이 출전하며, 상금과 포인트도 높다. 즉, 이들 대회에 출전하여 우승하면 예년보다 더 많은 포인트를 얻어 순식간에 세계 랭킹을 올릴 수 있다. 반면에 하위권 15%에 머무른다면 랭킹 포인트는 1점도 받지 못한다. 올해 기준이 그대로 적용되었다면 설령 꼴찌를 했어도 약간의 포인트를 얻었겠지만, 새 기준대로라면 대회 끝까지 뛰어도 포인트는 1점도 못 얻고, 랭킹 하락도 감수해야 할 가능성이 크다.

OWGR은 새로운 랭킹 포인트 제도를 도입한 것은 전 세계 적격 투어에 참여하는 선수들의 성과를 합리적으로 평가하기 위함이라고 밝혔다. 또한, 새해 모니터링을 통해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추가 조정을 할 계획도 있다고 했다.

하지만 이번 랭킹 제도 변경은 내년부터 열릴 PGA ‘노 커트 특급 대회’의 가치를 더욱 높이기 위한 의도도 있다고 여겨진다. 컷 탈락이 없다는 대회 특성상 참가만 해도 랭킹 포인트를 얻어 랭킹에 도움이 되는 사태를 피하기 위해 하위권의 포인트 획득을 막고, 여기에 우수한 성적을 거두면 포인트에 이득을 줌으로써, 참가 선수들의 동기부여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

이번 랭킹 포인트 변경의 주 대상인 노 커트 방식 특급 대회 개최는 2023년 3월에 발표되었다. 당시 PGA는 2024년부터 상금과 페덱스컵 포인트가 큰 8개의 지정 대회를 운영할 것이며, 출전 선수는 대회당 70~78명, 대회 방식은 36홀로 컷오프 없이 톱 선수들이 4라운드 내내 경쟁하게 될 것이라고 발표했다. 컷 오프를 당한 선수는 상금을 받지 못하는 게 일반적이지만, 컷 오프 없는 대회를 열어 출전 선수 모두가 상금을 받도록 하겠다는 게 주된 골자였다. 곧 오일 머니를 등에 업고 돈으로 PGA 선수들을 유혹하는 LIV 골프에 맞서기 위해 선수들에게 더 큰 금전적 혜택을 주고, PGA에 대한 화제성도 더 높이기 위한 시도로 여겨졌다. 이런 가운데, OWGR이 이들 대회에 적용될 랭킹 포인트 시스템을 바꾸며, 변별력 증가 등도 기대할 수 있게 되었다.

이번 랭킹 포인트 제도 변경은 내년 PGA 시즌에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내년부터 열릴 ‘노 커트 특급 대회’가 PGA 시즌에 적잖은 변수가 될 것으로 여겨지는 가운데, 대회의 변별력을 더 높일 수 있도록 관련 규정까지 개정되었으니 말이다. 한편으로는 합병을 위한 협상을 이어나가고, 또 한편으로는 선수 이적 등의 문제로 여전히 경쟁 및 충돌을 이어나가고 있는 PGA와 LIV 투어의 관계에 변수가 될 수도 있다.

이번 남자골프 랭킹 포인트 시스템 변경이 내년 PGA 투어, 나아가 내년 남자골프 계에는 어떤 영향을 얼마나 미칠지 주목된다.

 

 

GJ 김상현 이미지 PGA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하단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