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장 풀뱀주의보
골프장 풀뱀주의보
  • 김상현
  • 승인 2023.12.01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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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장 풀뱀 사건은 어제오늘 시작된 이야기가 아니고, 모든 범죄가 그러하듯 풀뱀 사건도 예방이 중요하다. 풀뱀에 당하지 않는 법을 알아보자.

 

풀뱀과 풀제비 경고

 

‘골프장 풀뱀’은 골프장에서 활동하는 ‘꽃뱀’, 즉 골프장을 무대로 남성을 등쳐먹는 여성 사기꾼이다. 물론 반대로 골프장에서 여성을 등쳐먹는 남성 사기꾼도 있고, 이들은 흔히 ‘풀제비’라 부른다. 

양쪽 모두 사기꾼의 골프 실력과 성적 매력으로 이성을 유혹해 금품을 빼앗는 범죄라는 점에서 거의 같다. 

골프장 풀뱀 사건은 어제오늘 시작된 이야기가 아니다. 풀뱀이라는 표현이 쓰이기 전에도 ‘골프장 꽃뱀’은 잊을 만하면 언론에 보도되었고, 오랫동안 골프장의 물을 흐리고 피해자를 양산하는 범죄로 꼽혔다. 

물론 모든 풀뱀 사건이 범죄로 이어지는 건 아니다. 사기나 공갈, 불법 도박까지 가지 않고 난잡한 사생활이나 불륜에 그쳤다면 잘해야 민사 사건 정도로 마무리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말 그대로 돈을 뜯어내는 경제 범죄에 이르면 이는 법적으로도, 사회적으로도 심각한 문제다. 또 피해자는 믿었던 이성에게 배신당했다는 마음의 상처에 경제적으로도 큰 피해를 당하며, 풀뱀이 검거되어도 본인이 입은 피해를 제대로 보상받지 못할 수도 있다.  

 

실제 있었던 풀뱀 사건

 

모든 범죄가 그러하듯, 풀뱀 사건도 예방이 중요하다. 먼저 실제 있었던 골프장 풀뱀 사건 몇 개를 살펴보자.

먼저 2010년 있었던 대형 풀뱀 사건이다. 당시에는 풀뱀이라는 표현이 거의 쓰이지 않아 ‘골프장 꽃뱀’으로 불린 이 사건은 중국으로 향하는 골프 관광객을 모집한 후, 현지에서 미모의 여성을 동원하여 가짜 카지노에서 거액의 돈을 뜯어낸 범행이었다. 

당시 사건을 조사한 검찰에 따르면 피의자 A 씨 등은 중국 세 곳의 호텔 연회장을 빌려 가짜 카지노 시설을 차린 후, 20여 명의 한국인 골프 관광객을 유치하여 수십억 원을 도박비 명목으로 뜯어냈다. 

A 씨 등은 고급 회원제 클럽이나 사회단체, 골프연습장 등에서 피해자를 물색한 후, 중국으로 골프 관광을 가자며 피해자들을 현지 호텔에 마련한 가짜 카지노에 데려갔고, 이후 B 씨 등 ‘꽃뱀’ 역할을 맡은 여성 공범들이 골프장에서 미리 점찍은 피해자에게 접근한 후, 차후 다시 마주친 것처럼 가장하는 수법으로 친분을 쌓아 골프 관광을 알선하는 등 사기 사건에 협조했다. 이들의 범행이 얼마나 치밀했는지, 피해자 상당수가 수사가 진행될 때까지도 본인들이 속았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 골프장 풀뱀 범죄가 얼마나 치밀하고 대규모의 범행으로 이어질 수 있는지 잘 보여준 케이스다.

2011년에도 대규모의 풀뱀 사기 사건이 있었다. 바로 꽃뱀 역할을 맡은 C 씨와 그 일당이 피해자 D 씨 등을 갈취한 사건이다. 이들은 골프 등을 통해 피해자 D의 환심을 샀고, 이후 본격적으로 피해자를 갈취하기 시작했다. 피의자들은 조작된 도박을 통해 피해자에게 거액을 뜯었고, 도박으로 딴 돈을 빼돌렸다가 자금이 떨어진 D 씨에게 다시 돌려주는 등의 수법을 통하여 수차례에 걸쳐 수억 원에 달하는 피해를 입혔다. 기막히게도 피해자 D 씨는 경찰 조사를 받을 때까지 상대가 사기꾼임을 알지 못했다. 이후 수사가 진행되며 C 씨 등은 단독범이 아닌 사기도박단의 일원이라는 사실이 드러났고, 이 사기도박단이 여러 명의 피해자를 대상으로 사기도박판을 벌여 10억여 원의 피해를 준 사실이 추가로 드러나기도 했다.

물론 조직범죄가 아닌, 단독으로 행동하는 풀뱀도 있다. 2014년에 있었던 사건이 좋은 예다. 이 사건은 골프장 캐디 E 씨가 사업가 F 씨에게 초음파로 촬영된 태아가 찍힌 사진을 보내면서 시작되었다. 

E 씨는 F 씨에게 자신이 F 씨의 아이를 가졌으니 돈을 달라고 요구했다. 문제는 F 씨는 무정자증을 앓고 있어, 아이를 가질 수 없다는 점이었다.

두 사람은 E 씨가 유흥주점 종업원으로 일할 때부터 알고 지냈고, 사이가 가까워진 끝에 성관계를 나눈 건 사실이었다. 그리고 E 씨는 성관계를 빌미로 F 씨에게 돈을 요구하기 시작했다. 당시 F 씨는 아내가 있는 몸이었기에 외도 사실이 알려질 게 두려워 E 씨에게 돈을 보내기도 했다. 하지만 E 씨의 돈 요구는 계속되었고, 결국 인터넷에서 구한 태아 초음파 사진을 이용해 F 씨를 공갈 협박하기에 이르렀다. 결국, E 씨는 공갈 혐의로 불구속 입건되었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예방

 

지금까지 세 개의 풀뱀 피해 사례를 살펴보았다. 소개한 것 이외에도 풀뱀 피해 사례는 많다. 법적으로 범죄가 분명한 사건들도 많고, 사안이 불분명하거나 법적으로 범죄라 결론 난 건 아닌 ‘썰’까지 합치면 그야말로 수두룩하다.

사실 풀뱀 범죄는 잘 드러나지 않는 사건으로 꼽힌다. 피해자도 떳떳하지 못한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특히나 성을 미끼로 하여 풀뱀이 남성과 사귀고 성관계를 했다면, 그리고 피해자가 결혼한 몸이라면 이는 불륜이다. 과거와는 달리 불륜은 형사상 처벌 대상은 아니지만, 유부남이 풀뱀 피해자라는 사실이 알려지면 가정 파탄에 이를 수도 있다. 

이러니 피해자가 떳떳하게 나서기가 어렵다. 또 불법 도박 등이 얽혀 있다면, 피해자도 불법 도박을 했다는 이유로 형사 처분을 받을 수 있어 더욱 몸을 사릴 수밖에 없다. 풀뱀 사건이 언론에 보도된 것보다 훨씬 자주 일어나며, 피해도 클 것이라는 의견이 나오는 이유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예방이다. 골프장에서 이성 간에 만나고, 좋은 관계를 맺을 수는 있다. 하지만 떳떳지 못한 만남은 처음부터 피하는 게 좋고, 선을 넘는 건 금물이다. 그것만으로도 풀뱀의 먹잇감이 되는 ‘약점’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골프장에서 만난 이성과의 금전 거래는 가급적 피하는 게 좋다. 금전 거래는 가족 간에도 신중해야 하는 법. 

상대가 풀뱀이고 아니고를 떠나 골프장에서 만난 이성과 섣불리 금전 거래를 하여 좋을 일이 없음을 잊지 말자.

 

 

GJ 김상현 이미지 GettyImag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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