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디 직장 내 괴롭힘 책임 커진다
캐디 직장 내 괴롭힘 책임 커진다
  • 나도혜
  • 승인 2023.11.23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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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근로자는 인권을 보호받아야 하며, ‘특수고용직’인 캐디도 마땅히 이를 보장받아야 한다. 관련법이 개정되며 특수고용직군에 속하는 캐디도 고용보험 등의 혜택을 받게 되었고, 법적 보호도 어느 정도 기대할 수 있게 되었다.

 

골프계도 예외 아닌 직장 내 괴롭힘

 

분야를 막론하고 직장 내 괴롭힘은 반드시 뿌리 뽑아야 할 악습이다. 사실 이 문제는 법적 해결에 앞서 회사나 조직의 자정작용을 통해 원만하게 해결하는 게 바람직하겠지만,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에 국가가 나서고 있다. 국가에서 살피고, 필요하면 법적 잣대를 들이대어야 할 만큼 직장 내 괴롭힘은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한 사안이다.

골프계도 예외는 아니다. 업종을 막론하고 어디에서나 발생할 수 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중에서도, 캐디는 특히 이 문제에 취약하다. 캐디의 신분부터가 일반 근로자보다 상대적으로 취약하기 때문이다. 

현재 국내에서 캐디는 특수고용직(특고) 신분이다. 특수고용직은 일반 근로자처럼 일하면서도 계약은 사업주와 개인 간의 도급계약으로 이루어진다. 특수고용직이 꼭 나쁜 건 아니지만, 사업주와 개인의 도급계약이라는 특성상 근로자의 권리 보호라는 측면에서는 일반 근로자보다 취약하고, 일반 근로자가 받을 수 있는 법적 보호를 받기 어려울 때가 많다. 이 때문에 과거 특수고용직은 고용보험이나 산재보험 적용 대상이 아니었고, 퇴직금도 받을 수 없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국가에서는 특수고용직에도 고용 및 산재보험에 가입하도록 관련법을 개정하고, 또 특고의 직장 내 괴롭힘 문제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캐디 직장 내 괴롭힘 문제

 

2021년은 캐디의 직장 내 괴롭힘 문제 해결에 상당한 진전을 보여준 해였다. 관련법이 개정되며 특수고용직군에 속하는 캐디도 고용보험 등의 혜택을 받게 되었고, 법적 보호도 어느 정도 기대할 수 있게 되었다. 또 직장 내 괴롭힘을 호소하다 극단적 선택을 한 골프장 캐디가 노동청에서 직장 내 괴롭힘을 당했다고 인정받으며, 특수고용직 업종에서 직장 내 괴롭힘이 인정된 첫 번째 사례로 기록되었다. 

당시 노동청은 해당 사건을 조사한 후 문제의 골프장에 진상조사 및 그에 따른 조치, 직장 내 괴롭힘 실태 등의 조사를 권고했다. 또 재발방지와 피해자 보호를 위한 직장 내 괴롭힘 예방체계의 구축, 취업 규정 개정 등을 요구하며 시정 지시도 내렸다. 이 사건은 근로기준법 적용을 받지 않는 특수고용직에 직장 내 괴롭힘을 인정한 첫 사례로서 의미가 컸다.

이후로도 국가의 관심이 이어지며, 직장 내 괴롭힘을 당한 캐디가 법적으로 보상받는 사례도 늘고 있다. 올해에도 캐디로 일하다 직장 내 괴롭힘으로 사망한 A 씨의 유족이 관리자 B 씨, 그리고 골프장을 운영하던 법인에 손해배상을 청구한 가운데, 법원이 B 씨와 법인에 손해배상을 하라고 명령한 사건이 있었다. 

이제 캐디도 직장 내 괴롭힘을 당하면 법적으로 구제받거나 손해 배상을 받을 길이 열린 것이다. 

또한, 문제가 터진 후 배상을 받는 것에서 한발 더 나아가 처음부터 캐디의 인권을 더욱 폭넓게 보장하기 위한 움직임도 이어지고 있다. 작년에는 캐디가 모여 만든 대한캐디협회가 사단법인으로 인정받았고, 올해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이 변수로 떠올랐다. 이에 제주도의 한 골프장은 제주도의 한 골프장은 최근 캐디 인권 보호와 식당 위생관리 같은 ESG 요소를 점검하는 컨설팅을 받기도 했다. 캐디의 인권을 보호하려면 ‘갑질’, ‘직장 내 괴롭힘’은 당연히 타파해야 한다는 점에서, 캐디의 직장 내 괴롭힘을 막는 데 유의미한 시도라 할 수 있다.

 

특수고용노동자의 직장 내 괴롭힘 문제

 

사회적으로도 캐디는 물론 특수고용노동자 전반에 걸쳐 직장 내 괴롭힘 피해에 대한 책임 인정이 광범위하게 이루어지는 추세다. 올해 10월 시민단체 ‘직장갑질119’는 대법원 판례와 하급심 판결 등 관련 판결 87건을 분석한 ‘2023 직장 내 괴롭힘 판례 분석 보고서’를 발행했다. 해당 보고서에서는 법원에서 근로기준법상 근로자가 아닌 ‘특수고용노동자’의 직장 내 괴롭힘 피해와 책임을 인정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 근로기준법 규정상 직장 내 괴롭힘 금지 조항은 ‘근로계약을 체결하지 않은 노동자’, ‘5인 미만 사업장’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즉 특수고용노동자도 법적으로는 해당 규정의 혜택을 받기 어렵다. 하지만 법원에서도 특수고용 노동자에 대한 직장 내 괴롭힘을 인정하고, 민사상 불법행위 책임을 폭넓게 인정하는 추세로 나아가고 있다는 것이다.

직장갑질119는 이러한 추세를 보여주는 예로 앞서 언급한 캐디 A 씨 사건, 지난 7월에 있었던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장이 안내데스크 직원의 소속사에 대기발령 또는 전배발령을 요구하자 그에 대한 입주자대표회장의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한 사건, 2021년 2월에 있었던 서울행정법원은 성차별적 폭언을 하고 직원들에게 볼펜을 집어 던진 상사에 대한 해고 처분이 정당하다고 본 사건 등을 언급했다. 

직장갑질119의 강은희 변호사는 “괴롭힘 행위자뿐 아니라 회사에도 법적 책임이 적극적으로 인정되고 있다”며 “회사의 직장 내 괴롭힘 조치의무들의 준수뿐만 아니라 피해자 중심의 적극적인 사건 해결이 수반되어야 비로소 회사가 의무를 이행하였다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모든 근로자는 인권을 보호받아야 하며, ‘특수고용직’인 캐디도 마땅히 이를 보장받아야 한다. 과거에는 특고니까 법적으로 인권 보장을 해줄 필요가 없다는 논리가 통했을지 모르나, 이제는 통하지 않는 시대로 흘러가고 있다.

이는 분명 긍정적인 흐름이다. 현실적으로 캐디는 일반 근로자와 크게 다를 바 없음에도, 법적 보호가 일반 근로자보다 열악하여 그로 말미암은 부작용이 적지 않았다. 캐디의 직장 내 괴롭힘도 이로 말미암아 발생하는 경우가 많았다. 국가가 나서 법으로 캐디의 인권을 보호하는 기조가 계속 이어져 캐디의 직장 내 괴롭힘도 사라지고, 국내 골프 문화도 더 긍정적인 방향으로 흐르길 바란다.

 

 

GJ 나도혜 이미지 GettyImag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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