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가 뒤흔든 PGA 투어 다큐
넷플릭스가 뒤흔든 PGA 투어 다큐
  • 전은미
  • 승인 2023.11.15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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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열한 골프대회 시즌에 맹활약을 펼치는 프로골퍼들의 모습을 담은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시리즈 ‘풀스윙’의 파장이 심상치 않다. 지난 2월 15일 공개된 풀스윙은 미국 시장에서 폭발적인 반응을 이끌어냈다.

 

풀스윙의 흥행비결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풀스윙이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제작진의 역할이 컸다. 2018년과 2019년에 걸쳐 엄청난 흥행에 성공한 레이싱 다큐멘터리 ‘F1, 본능의 질주’ 제작진이 또 한 번의 성공신화를 만들어낸 것이다.

TV 프로그램보다 OTT나 유튜브 같은 플랫폼의 영향력이 커진 시대 상황 역시 풀스윙의 흥행비결이었다. 다큐멘터리, 특히 시리즈로 제작되는 다큐멘터리의 경우 시청자들이 방영 시간을 체크했다가 최종화까지 챙겨본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OTT 시장이 성장하기 전에 TV로 방영됐던 다큐멘터리 시리즈들이 흥행과는 거리에 멀었던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OTT를 통해 원하는 콘텐츠를 언제 어디서나 시청할 수 있고, 첫 편부터 최종화까지 ‘몰아보기’가 가능해진 상황에서 ‘풀스윙’의 흥행은 예견되어 있었는지도 모른다.

프로골퍼들의 치열한 노력과 대중들은 알지 못했던 비애, 그리고 출연진들의 인간적인 매력까지. 골퍼들의 세계를 생생하면서도 쫀득하게 연출해낸 제작진의 능력이 넷플릭스라는 OTT 플랫폼 속에서 날개를 달고 비상한 것이다.

여러 출연자의 이야기를 교차시키며 회차별로 다양한 주제를 잡아 일명 ‘정주행’을 하게 만든 제작진의 연출력 역시 빛을 발했다. 풀스윙은 190개국에서 32개의 언어로 시청 가능했고, 미국과 영국에서 2위, 아일랜드에서 1위를 차지하는 등 전 세계적으로 탑10 콘텐츠에 이름을 올렸다.

풀스윙을 본 시청자들은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골퍼들의 삶에 매료됐고 감동했다. 많은 이들이 리모컨을 놓지 못하고 풀스윙을 ‘정주행’하게 만든 것은 OTT 플랫폼이 대세가 된 시대의 흐름에 제작진의 연출력과 출연진들의 스토리가 더해져 완성된 독보적인 매력 덕분이었다.

 

풀스윙으로 PGA 투어에 입덕한 미국인들

 

미국 시장에서 폭발적인 흥행에 성공한 풀스윙의 영향력은 생각보다 훨씬 강력했다. PGA 투어 시청자들을 상대로 설문 조사를 진행한 결과 “풀스윙을 시청한 경험이 PGA 투어 중계방송 시청에 영향을 미쳤다”는 답변이 줄을 이은 것이다.

이들은 풀스윙을 통해 골퍼들의 매력은 물론, 골프에까지 관심을 갖게 된 대중들이 PGA 투어 중계방송을 챙겨보거나, 골프 관련 프로그램이나 뉴스를 찾아 읽는 시간이 증가했다고 답변했다.

소셜미디어에서의 골프에 관한 관심도 역시 수직상승했다. 풀스윙 시청자의 42%가 SNS상에서 프로 골프 관련 콘텐츠에 더 많은 시간을 소비하고 있다고 답변한 것이다.

단순히 시간을 때우기 위해서 소비하는 콘텐츠가 아닌 미국 프로 골프에 대한 근본적인 관심을 불러일으켰으니 ‘잘 만든 프로그램 하나가 미국 프로 골프계를 뒤흔들어놨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이다.

 

풀스윙 시즌1의 주역들

 

풀스윙 시즌1에는 저스틴 토머스, 토니 피나우, 스코티 셰플러, 브룩스 켑카 등 현재 미국에서 가장 주목받는 골퍼들은 물론이고 북아일랜드의 로리 맥길로이나 잉글랜드의 맷 피츠패트릭같은 스타 골퍼들이 총출동했다.

풀스윙 시리즈 속 이들은 치열한 연습을 통해 경기를 준비하는 모습은 물론, 가족들과 시간을 보내는 일상생활도 포함되어 인간적인 매력을 더했다. 출연진들은 이번 다큐멘터리를 통해 자신들의 성공 비결은 물론 선수 생활에서 가장 끔찍했던 시련의 순간까지 낱낱이 공개했다. 스타 골퍼로서 화려한 면만 부각시킨 것이 아닌, 실패에 좌절하고 이를 극복하기 위해 도전하는 인간의 여정을 그려낸 것이다.

 

회차별로 주제를 달리한 스토리텔링 기법

 

풀스윙 시즌1은 무려 8회짜리 다큐멘터리 시리즈로 제작됐다. 회차당 최소 40분에서 최대 48분까지의 분량은 일반적인 다큐멘터리에 비해 상당히 긴 호흡에 속한다.

하지만 풀스윙 제작진은 회차별로 다양한 주제를 설정해 시청자들로 하여금 정주행하고 싶은 재미를 더했다. 어린 시절부터 절친이었던 조던 스피스와 저스틴 토머스가 함께 골퍼가 되어 PGA 투어 우승을 노리는 라이벌이 되었다는 서사는 그 어떤 드라마보다 극적인 재미를 주었다.

소꿉친구들의 우정과 경쟁을 그린 풀스윙 1화 ‘친구와 적 사이’는 다음 편이 궁금해지는 강력한 흡입력을 가지고 있었다.

2화에서는 지독한 슬럼프에 빠져 커리어를 위협받고 있는 브룩스 켑카의 이야기가 담겼다. 골프뿐만 아니라 모든 분야에서 겪을 수 있는 슬럼프를 극복하고자 노력하는 모습은 많은 울림과 깨달음을 줬다.

3화에서는 LIV 골프의 자본력과 PGA 투어의 명예를 두고 갈등하는 이안 폴터의 이야기가 그려졌다. 최근 골프계에서 가장 뜨거운 화두로 떠오른 LIV 골프를 이렇게까지 솔직하게 표현한 콘텐츠가 없었다. 이 때문에 골프 팬들은 물론 LIV 골프에 대해 별다른 관심이 없던 대중들까지 다시 한번 생각해볼 수 있는 계기가 됐다는 평이다.

4화에서는 ‘가면 증후군’이라는 타이틀로 전미 오픈을 앞둔 상황에서 대중들이 바라보는 자신의 이미지에 대해 고민하는 조엘 데이먼의 이야기가 담겼다. 이것은 단순히 한 골퍼의 고민이 아니었다. 먹고 살기 위해 사람들 앞에서 스스로를 감추고 포장하는 우리의 모습이 고스란히 녹아있었다.

5~8편에서는 LIV 골프와 PGA 투어 간의 갈등이 심화되는 상황과 촉망받는 슈퍼 루키 선수들의 좌절, 그리고 PGA 투어의 전설적인 존재인 로리 맥길로이와 캐머런 스미스와 디 오픈 챔피언십에서 경쟁하는 이야기가 모두 담겨있다.

아직까지 넷플릭스에서 풀스윙을 보지 않은 골퍼가 있다면 이번 주말에 꼭 몰아보기를 해보라고 추천하고 싶다. 골프에 대한 스타 선수들의 우여곡절은 물론, 우리 인생사를 관통하는 희로애락이 녹아있는 명작이 바로 풀스윙이니 말이다.

 

 

GJ 전은미 이미지 GettyImag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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