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폭력에서 예외일 수 없는 골프
스포츠 폭력에서 예외일 수 없는 골프
  • 김태연
  • 승인 2023.11.14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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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는 스포츠계의 인력 풀이 많지 않고 인맥이 중요한 현실 속에서 그 분야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의 불이익을 참고 견뎌야 하는 나쁜 관행이 지속되어왔다. 또한, 골프도 이런 스포츠계의 부조리에서 자유롭다고 할 수 없다.

 

프로야구 선수 간 폭행사건

 

최근 프로야구에서 선수 간 폭행사건이 야구팬들에게 충격을 안겨줬다. 해당 사건은 선배 선수가 후배 선수들의 기강을 잡는다는 기수별 집합이 이루어졌고 그 과정에서 구타와 얼차려를 행한 것이 알려지면서 공론화됐다. 특히, 구타 과정에서 야구 경기에서나 사용해야 할 야구 방망이가 사용됐다는 점은 상황의 심각성을 더했다. 해당 사건은 선수들이 함께 거주하는 구단 숙소에서 일어났고 선수들간에 은밀히 이뤄지면서 구단에서 이를 인지하기 어려웠다. 

하지만 이런 비밀이 언제까지 숨겨질 수 없었다. 사건을 인지한 구단은 폭행을 행한 선수들을 자체 징계하는 한편 프로야구 운영을 관할하는 KBO에 이 사실을 알렸다. 최근 선수들의 일탈과 불법, 범법 행위에 대해 무관용 원칙을 유지하고 있는 KBO는 해당 선수에게 장기간의 출정 정지 징계를 내렸다. 그 선수 중 직접 폭력을 행사한 선수들은 구단에서 방출 조치되며 무적 선수 신분이 됐다. 

징계가 끝나면 어느 구단하고도 계약이 가능하지만 폭행 전력이 있는 선수들을 환영할 구단은 없다. 팬들의 선수들에 대한 도덕적 기준이 한층 높아졌고 선수들의 일탈에 있어서는 잊혀짐이 잘 허용되지 않는 현실에서 폭행 전력이 있는 선수들의 프로야구 선수 이력은 더는 이어지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스포츠에서의 폭력

 

프로야구의 선수 간 폭행사건은 최근 사례지만 스포츠에서 폭력은 그동안 수없이 언론 등을 통해 보도되고 사회문제가 되어왔다. 우리나라의 경우 스포츠에서 코치와 선수, 선후배 간 위계질서가 매우 엄격하고, 그에 따른 관계는 매우 경직되고 수직적이다. 윗사람의 권위는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지만 때로는 부당한 권력 관계로 변질되고, 그 과정에서 폭행과 가혹행위가 일어나곤 한다. 

알려진 사실 외에 과거에도 지금도 스포츠 현장 곳곳에서는 다양한 이유로 폭력이 행해지고 있다. 해당 사실이 알려지고 폭력을 행사한 지도자나 선수가 사회적 지탄을 받고 징계를 받지만, 일정 시간이 지나면 그 선수는 다시 복귀하는 사례가 비일비재했다. 관련 사건에 필수적인 가해자와 피해자의 분리가 잘 이루어지지 않았고 오히려 피해 사실을 알린 피해자가 조직의 안정을 깨뜨렸다는 이유 등으로 조직에서 소외되는 일이 일어나기도 한다. 

이런 분위기는 진실을 묻히게 하고 피해자가 더 고통받는 상황으로 이어진다. 심지어 피해자 중 일부는 극단적 선택을 하는 비극도 일어난다.

우리나라는 스포츠계의 인력 풀이 많지 않고 인맥이 중요한 현실 속에서 그 분야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의 불이익을 참고 견뎌야 하는 나쁜 관행이 지속되어왔기 때문이다. 

최근 스포츠계의 각종 갑질과 부당행위, 폭력 등에 대한 경각심이 커지고 피해자 구제가 이루어지고 있지만, 언론 등에 그 사실이 알려지지 않은 피해는 여전히 곳곳에 존재할 가능성이 크다. 

 

골프에서의 폭력

 

이런 스포츠계의 부조리는 골프도 결코 자유롭다고 할 수 없다. 과거에도 골프 선후배 간 폭행 사건이 언론에 이슈가 된 적이 있고 최근에도 골프학원에서의 폭행사건이 언론에 보도되기도 했다. 

골프는 개인 종목의 성격이 강하고 단체 생활을 하지 않는다는 인식이 있지만, 학생 선수시절 상당수 선수들은 집중 지도를 받기 위해 단체 생활을 하기도 하고 전지훈련을 함께 할 수 있다. 이런 상황은 상하 관계 속에 부적절한 행동을 불러올 수 있다. 선수들의 세세한 면까지 관리해야 하는 골프 지도자들의 특성상 훈련 성과의 극대화라는 명분으로 체벌과 얼차려 등이 일어날 수 있다. 

구성원 사이 폭력과 함께 골프장에서의 폭력도 근절되지 않았다. 과거에는 조직폭력배 등이 골프장 영업을 방해하고 공짜 골프를 즐기는 사건이 있었고, 골프장 경기 보조원인 캐디 등을 향한 성희롱과 언어폭력 등도 사라지지 않는 악습이다. 

얼마 전에는 대회 도중 프로 골프 선수가 경기 중 경기진행 요원에게 욕설을 하거나 갤러리에게 손가락 욕을 하며 큰 비난과 함께 징계를 받기도 했다. 이는 골프도 폭력의 그림자가 아직 사라지지 않았음을 보여주는 예다. 

골프는 예의를 매우 중시하는 스포츠로 경기 매너에 있어 선수 각 개인의 책임이 크다. 이는 대회에서 경기를 보는 갤러리들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그 매너가 선수들 사이 지도자와 선수들, 골프장 이용객과 캐디 등의 관계에서도 잘 지켜지고 있는지는 살펴볼 필요가 있다. 

골프는 골프 장비 자체가 강한 금속 재질로 만들어진다. 이는 경기력을 높이기 위한 방편이지만, 이 장비가 폭력적인 행위에 이용되면 큰 흉기가 될 수 있다. 

일반인들의 골프는 넓은 골프장에서 소수의 인원이 함께한다. 지도자와 선수의 관계도 일대일로 이루어지는 일이 많다. 대외적으로 잘 드러나지 않은 은밀성을 가질 수밖에 없다. 이 역시 폭력적인 관계를 키울 수 있는 요소다. 앞서 언급한 프로야구 선수들의 폭행 사건도 대외적으로 노출이 안 되는 구단 내 숙소에서 일어난 일이었다. 

 

폭력 청정지대에 대한 기대

 

이제 스포츠에서 폭력이 필요악이라는 논리는 더는 통용될 수 없다. 시대는 변했고 인권의 가치가 그 어느 것보다 높은 사회다. 폭력을 대하는 대중들의 시선도 매우 부정적이다. 또한, 스포츠 선수와 지도자들은 공인의 범주에 속해 있다. 그 인기와 저변이 크게 확대된 골프 역시 마찬가지이다.

대중들의 눈높이에 맞는 윤리의식을 가져야 하고, 폭력에 있어서는 단호함을 보여야 하며, 지속적인 계도와 교육으로 분위기를 환기시켜야 한다. 이에 대해서는 예외가 없어야 하며, 이는 골프 선수나 지도자 외에 골프를 즐기는 소비자들 역시 마찬가지다. 

스포츠는 자신의 직위나 힘을 과시하는 수단이 아니라 건강한 일상을 위한 수단이 되어야 하고 건전한 소통의 장이 돼야 한다. 폭력은 건강하지 못한 사회의 한 단면이다. 그 폭력은 주변의 무관심과 탐욕 속에 그 생명력을 유지할 수 있다. 

매너 게임으로 불리는 골프는 당연히 폭력과의 관계에 있어서도 다른 모습을 보여야 한다. 스포츠 폭력에서 골프가 청정지역이 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GJ 김태연 이미지 GettyImag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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