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의 하와이 ‘하이난’ 골프여행기
동양의 하와이 ‘하이난’ 골프여행기
  • 박한호
  • 승인 2023.10.30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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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쁜 일상에서 벗어나 매년 한두 번씩 동남아 지역으로 골프여행을 하며 휴가를 보내곤 했었는데 긴 코로나 기간 동안 막힌 하늘 길을 뚫고 나설 용기가 없어 애만 태우며 지내다 지난 9월 중순 중국 하이난 섬에 자리잡은 미션힐스, 맹그로브, 칠천령, 미스틱 4개의 골프장을 돌아보았다. 필자가 경험한 하이난 골프의 매력을 전한다.

 

미션힐스리조트 하이난

 

 

180홀 코스의 골프 왕국

커튼 사이로 드리운 아침 햇살에 눈을 떠 호텔 방 테라스에 나가보니 미션힐스골프장의 전경도 이제 막 잠을 깬 듯 운무와 함께 들어나 있었다. 정말 광활하고 아름다웠다. 180홀의 코스가 한눈에 들어오지 않을 만큼 넓은 부지는 골프장이 아니라 커다란 골프 왕국이라는 표현이 맞는 듯 했다. 

미션힐스는 세계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10개의 18홀 골프코스는 물론이고 각 대륙별 특성을 살린 온천과 워터파크, 무비타운, 대형 쇼핑몰까지 모두 단지 안에 있는 복합 휴양 레저시설이다. 세계 최대 규모의 골프시설, 세계 최대 SPA 시설로 기네스북에 등재 되었을 정도니 그 규모를 가늠하기 어렵다.

 

 

미션힐스 북 1번 블랙스톤 코스

골프코스는 북코스(North Course)에 18홀 4개, 남코스(South Course)에 18홀 6개가 있는데 이중 2개의 코스는 파3 홀로만 구성되어 있다. 이중 북 1번 블랙스톤 코스는 2013년 타이거 우즈와 로리 맥길로이의 빅 매치가 있었던 곳으로 남 1번 라바필드와 더불어 미션힐스의 대표적인 코스로 각종 국제대회가 열리고 있다고 한다. 

블랙스톤 코스는 여간해서 일반 골퍼들에게는 잘 오픈을 안 해 준다는 데 골프장 측의 배려로 그 명성 높은 코스에서 라운드를 할 수 있었다. 각 홀이 현무암으로 둘러 싸여있고, 울창한 열대 우림과 넓은 호수, 습지가 적절히 조화를 이뤄 과연 세계적인 골프장의 대표코스라고 할만 했다. 블랙 티는 7,800야드, 블루 티는 대략 7,000야드, 화이트티는 6,200야드로 18개 코스 가운데 가장 긴 코스다. 코스의 참맛을 느끼려면 블랙이나 블루 티에서 플레이를 해봐야 한다는 골프장 측의 제안에 따라 블루 티에서 플레이를 했다. 

매 홀이 파5 같이 길었고 적당히 구부러진 페어웨이와 곳곳에 자리 잡고 있는 계곡과 연못이 잠시도 긴장감을 늦출 수 없어 매 샷을 한 번 더 생각하고 플레이를 해야 할 만큼 다이내믹했다. 코스는 지루할 틈을 주지 않았고, 카펫같이 잘 다듬어진 페어웨이와 어느 하나 나무랄 데 없는 그린 상태는 장마철을 지나며 엉망이었던 국내 골프장들과는 큰 차이가 났다. 

세계적인 명문 코스라는 말은 그냥 듣는 게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리쬐는 하이난의 강한 햇빛이 플레이하는 동안 방해가 될 만도 했지만, 티샷부터 홀 아웃을 하기까지 한눈을 팔 수 없도록 구성된 코스 레이아웃 덕에 기온이 높은 지 낮은 지조차 느낄 겨를이 없었다. 그만큼 한 홀도 뭔가 아쉽거나 소홀한 흔적을 찾을 수가 없었다. 기회가 되면 이 골프장 10개 코스를 모두 다 플레이 해보고 싶은 마음이 들어 골프 버킷리스트로 담아두기로 했다.

 

 

골프뿐 아니라 휴가를 즐기기에도 최고

라운드 후 말로만 듣던 부대시설들도 돌아보았다. 기네스북에 등재되었다는 화산 광천수 온천은 168개의 온천탕을 아시아. 오세아니아, 유럽, 미국, 중동, 아프리카풍으로 구분해 꾸며놓아 기호에 맞춰 즐길 수 있다고 한다. 

시간이 여의치 않아 그 온천들을 경험하지 못한 것이 돌아올 때까지 두고두고 아쉽기만 했다. 아이들을 동반한 가족여행객들에게 인기가 많다는 미션힐스의 랜드마크인 초대형 수영장과 홍콩 란콰이퐁을 연상케 한다는 거리에 우뚝 선 복합 쇼핑몰엔 면세점과 아울렛 매장, 각종 식당들이 자리 잡고 있었다. 

‘골프뿐 아니라 이 곳에서 매일 밤 펼쳐지는 분수 쇼를 보며 사랑하는 이들과 여유 있는 휴가를 즐기기에는 최고다’라며 관계자가 한참동안 자랑했다. 그 외에도 많은 시설들이 있었지만 짧은 일정으로 눈 호강만 하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정말 일주일 열흘 정도 머물며 이 모든 시설들을 만끽하고 골프도 마음껏 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맹그로브베이 골프클럽

 

 

두 번째 날은 2012년에 오픈한 하이난 청마이현에 위치한 맹그로브베이 (Mangtove Bay) 골프클럽에서 라운드를 했다. 이곳은 18홀(전장 7,045야드) 규모의 골프장 면적의 20% 정도인 2만여 평의 호수가 자리 잡고 있고, 많은 수목과 고층건물들이 주변을 둘러싸고 있어 마치 도심 호수공원에 조성된 골프장 같은 분위기를 연출했다. 

화려면서도 다양한 모습의 별장형 주택과 고층 아파트, 각종 건물들이 멋진 스카이라인을 이뤄 그동안 국내에서는 보기 힘든 경관이었다. 여러 수종의 나무와 호수, 야자수 나무 사이로 펼쳐진 골프코스는 이국적이면서도 뭔가 평화로운 느낌이 들었다. 코스 주변 별장에 살며 매일같이 이 골프장에서 라운드를 할 수 있다면 얼마나 행복할까 하는 생각을 잠시 해보았다.

특히 14번홀 주변은 맹그로브 나무들이 장관을 이루고 있었다. 당초 골프장을 만들며 본래의 자연을 그대로 활용하고자 했다는데 그때 있었던 나무들이라고 한다. 또한 평탄한 코스가 밋밋할까봐 많은 연못과 그린 주변에 깊은 벙커를 만들어 난이도 조절을 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이 골프장의 코스는 얼핏보면 평이한 듯 싶다가도 곳곳에 도사리고 있는 방해물들과 기싸움을 해야만 정복할 수 있는 쉬운 듯 하면서도 결코 쉽지 않은 골프장이었다.

 

칠선령 온천CC

 

 

세 번째로 돌아본 코스는 하이난 칠선령(七仙岭, Qixianling) 온천CC. 하늘에서 일곱 명의 선녀가 내려와 산꼭대기에서 바위가 되었다는 전설이 있는 오지산 해발 800미터 온천휴양지에 조성된 칠선령 온천CC는 전형적인 산악형 골프장이다. 

칠선 바위는 멀리서 보면 우리나라 설악산에 있는 작은 울산바위 같다는 느낌이었다. 이 골프장은 세계 3대 열대우림을 자랑하는 지역에 미국 마크밀러(Mark Miller)가 설계했고 전장은 7,061야드다. 홀마다 오르막과 내리막, 계곡을 따라 구부러진 코스 곳곳에 연못을 숨겨 정말 다채로웠다. 18홀 중 12개 홀에 크고 작은 연못과 60여개의 벙커, 곳곳에 계곡이 있어 결코 만만하게 볼 코스가 아니었다. 

거의 대부분의 홀에서 산꼭대기 칠선 바위를 바라 볼 수 있으며, 간혹 들리는 새소리 이외 다른 어떤 소음도 들리지 않아 깊은 열대 숲속에서 라운드 하는 듯 고요했다. 홀 간 간격도 넓어 다른 팀들의 플레이에 간섭 받을 일이 없고 신경 쓸 일도 없어 오직 우리 팀들만 라운드 하는 듯한 호젓함을 맛볼 수 있었다. 플레이 하며 분명 이곳은 중국 하이난인데 전혀 낯설지 않다는 느낌이 들었던 것은 우리나라 골프장과 비슷한 레이아웃과 주변이 산으로 둘러싸인 코스였기 때문이었던 같다. 골프장 여러 곳에 단독 건물로 구성되어 화려한 호텔이나 리조트 분위기가 아닌 다소 시골스러운 빌라형 숙소가 조금 정겨워 더 그랬는지도 모른다.

 

미스틱 스프링스 골프클럽

 

 

중국 마오타이주(茅台酒)는 수수를 주 원료로 하는 중국 귀주성 마오타이진의 특산 고급 증류주로 고급향인 장향형이 강하며 마실 때 코와 입, 목까지 넘어가는 과정에서 그 참맛을 느낄 수 있어 중국 백주 중 최고로 친다고 한다. 이 마오타이 술을 제조하는 마오타이 그룹이 운영하는 리조트에서 마지막 날을 지내게 되었다. 

중국 사람들의 성향대로 엄청난 규모의 리조트 단지는 미션힐스와 더불어 하이난을 대표하는 휴양시설이라고 하기에 전혀 손색이 없었다. 1km에 달하는 실외 수영장과 워터파크가 있어 휴가를 즐기는 사람들로 넘쳐 났다. 마지막 날 이곳 마오타이 리조트에서 숙박을 하고 미스틱 스프링스 골프클럽에서 라운드를 했다. 

미스틱 스프링스 골프클럽은 36홀로 미스틱코스와 스프링스코스로 구성되어 있으며, 2011년부터 2013년까지 하이난 최우수 골프장으로, 2016년도엔 아시아 10대 도전 골프장으로 선정된 바 있다. 이곳은 열대우림에 둘러싸여있어 마치 산중에 들어와 산림욕을 하듯 힐링 골프를 하기에 적합했다. 

아시아 10대 난이도를 가진 악마의 코스로 불릴 만큼 높은 난이도를 지닌 미스틱코스는 많은 골퍼들의 도전의욕과 승부욕을 불러일으키는 코스로 몬스터코스라는 별칭을 가지고 있다. 특히 미스틱코스에는 180m의 낙차를 가진 홀이 있다는데, 이 코스가 아닌 비교적 편안한 스프링스코스에서 플레이를 하게 되어 아쉬웠다. 

하지만 스프링스코스도 그렇게 만만치는 않았다. 공이 페어웨이를 조금이라도 넘어가면 바로 긴 수풀 속으로 사라지고, 예상치 않은 장애물들이 불쑥 나타나 라운드 내내 긴장감을 늦출 수가 없었다. 전날 라운드 한 칠선령

골프장과 마찬가지로 산지형 코스기는 하지만 코스 주변 곳곳에 자리 잡고 있는 야자수 나무가 이곳이 열대지방 골프장이라는 것을 느끼게 해주었다.

 

하이난 골프여행을 정리하며…

 

하이난 섬은 동양의 하와이란 말과 같이 중국 본토와는 다른 문화를 가졌다는 생각이 들었다. 섬 북부는 하이커우, 남부는 산야가 관문 도시인데 다른 동남아의 휴양지 분위기와 같아 중국문화에 대해 갖고 있던 기존 인식을 바꾸어 놓았다. 서구의 그 어느 거리보다 화려한 치장을 한 젊은이들과 여행을 온 사람들이 넘쳐나 와이키키 해변 밤거리와 같은 분위기라 깜짝 놀랐다.

짧은 기간 동안 하이난 섬을 다 돌아볼 수는 없었고, 또한 많은 골프장 중 일부에서만 라운드를 하고 그 곳이 어떻다고 말한다는 것은 성급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사랑하는 가족들과 함께 휴가를 즐기며 골프 할 곳을 찾는다면 하이난도 좋은 곳임에는 틀림없다. 

하이난의 대다수 골프장들은 이번 겨울 한국 골퍼들을 유치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었다. 그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일부 골프장은 캐디들과 전혀 소통이 되지 않아 플레이하며 코스 공략에 대한 도움을 받을 수가 없는 문제점이 있었다. 문화의 차이겠지만 골프장 탈의실과 샤워시설 또한 우리들 정서와는 맞지 않게 허름한 곳도 있어 좀 더 개선되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들었다. 

그럼에도 엄청나게 비싼 국내 골프 비용에 비한다면 가성비면에서 충분한 경쟁력이 있어 머지않아 한국 골퍼들로 붐빌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며칠간의 하이난 골프여행을 정리하며 첫 날 골프 버킷리스트에 담아둔 미션힐스리조트 하이난 10개 코스의 라운드를 위해 조만간 다시 찾아가고 싶은 마음이 든다.

 

 

GJ 박한호 이미지 GJ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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