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와 골프의 만남
넷플릭스와 골프의 만남
  • 김상현
  • 승인 2023.10.26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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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는 의심의 여지가 없는 현 OTT계의 1인자다. 디즈니, 아마존, WB, 애플 등 숱한 공룡 기업들이 ‘넷플릭스 게 섯거라’를 외쳤지만, OTT에서는 넷플릭스를 넘지 못하고 있다. 공중파나 케이블 방송보다 OTT가 더 선호되는 시대적 분위기 속에서, 이제 넷플릭스는 영상 컨텐츠의 한 척도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럼 넷플릭스는 골프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을까? 그동안 넷플릭스는 골프뿐만이 아니라 스포츠 컨텐츠, 특히 스포츠 컨텐츠의 꽃인 스포츠 중계에는 큰 관심이 없는 것으로 보였다. 이를 잘 보여준 게 2022년 12월 테드 서랜도스 넷플릭스 공동 최고경영자(CEO)가 투자은행 UBS가 주관한 콘퍼런스에서 남긴 “우리(넷플릭스)는 대형 스포츠 경기의 중계권 확보로 수익을 낼 수 있는 길을 알지 못한다”라는 발언이다.

사실 OTT 업계에서 스포츠 중계권은 ‘후발주자’를 위한 선택지라고 볼 수도 있었다. 애플TV는 미국프로축구(MLS) 중계권을 거액을 주고 사들여 구독자 숫자가 크게 늘어나는 등 대박이 났고, 국내에서도 OTT 후발주자인 쿠팡플레이가 세계 각국의 프로축구리그 중계에 뛰어든 결과 역시 국내 시청자들을 사로잡으며 대박이 났다. 반면에 넷플릭스는 최근까지도 스포츠 중계보다는 ‘오징어 게임’, ‘브리저튼’, ‘기묘한 이야기’, ‘아이리시 맨’ 등 전 세계를 대상으로 한 드라마나 영화 컨텐츠에 집중했다.

물론 넷플릭스에 스포츠, 나아가 골프 컨텐츠가 없는 건 아니다. PGA 프로의 세계를 다룬 다큐멘터리 ‘풀 스윙’, 태국 태생으로 세계적인 여성 골퍼가 된 에리야 쭈타누깐을 다룬 영화인 ‘티샷 : 골프 여제 에리야’ 등이 제작, 방영되었다.

특히 ‘풀 스윙’은 넷플릭스에서 보기 드문 ‘대박 골프 컨텐츠’로 꼽힌다. 레이싱 다큐멘터리 ‘F1, 본능의 질주’를 만든 제작진이 참여해 만들어 진 본 작품은 저스틴 토머스, 토니 피나우, 스코티 셰플러, 브룩스 켑카, 로리 매킬로이, 맷 피츠패트릭 등 내로라하는 PGA 골퍼가 총출동하여 그들의 일상과 시즌을 준비하는 모습 등을 진솔하게 보여주며 시청자들을 사로잡았다. 여기에 2022년 시즌을 배경으로 한 덕분에 2022년 골프계를 뒤흔든 LIV 골프와의 갈등까지 고스란히 담겨 더 큰 관심이 쏠렸다. 조엘 데이먼(미국)은 풀스윙 출연 후 인기가 올라 온라인과 오프라인 가리지 않고 팬이 늘었고, 세계 여러 시장에서 ‘풀 스윙이 PGA 흥행에 도움을 주었다’는 평가도 나왔다.

재미는 물론 작품성도 훌륭했다. 평론가들의 평론을 모은 사이트인 ‘로튼토마토’는 풀 스윙에 로튼토마토 지수 100%(모든 평론가 호평)을 매기면서, ‘스포츠 다큐멘터리로서 열광보다 위안을 주는 풀스윙은 게임을 사랑하는 시청자에게 절대적인 에이스가 될 것이다’라고 총평했다. 평론가가 아닌 대중들이 평점을 매기는 사이트인 IMDB에서도 평점 8.0을 기록하는 등 대중과 평론가 모두를 사로잡는 데 성공했다. 이에 시즌 2도 제작 후 방영될 예정이다.

 

하지만 냉정히 말해 풀 스윙은 넷플릭스에서 만든 ‘인기 있는 다큐멘터리 중 하나’에 불과하다. 분명 잘 만든 작품이고 인기와 반향도 있었지만, 업계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게임 체인저’ 는 못 되었다.

그렇지만 이제 넷플릭스는 다큐멘터리에서 한발 더 나아가려 한다. 10월 19일(한국시간), ESPN 등은 넷플릭스가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정상급 선수 4명과 대중적 인기가 높은 F1 드라이버 4명이 출전하는 골프 대회를 연다고 보도했다. ‘넷플릭스컵’으로 이름이 붙은 이 대회는 다음 달 15일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의 윈 골프클럽에서 열릴 예정이다.

이 대회에 출전하는 프로는 리키 파울러, 맥스 호마, 콜린 모리카와, 저스틴 토머스(이상 미국)이다. 지난달에 열렸던 유럽과 미국 골프 대항전 라이더컵에 미국 대표로 출전한 멤버들이다. 이들과 짝을 이뤄 골프 대결을 펼칠 F1 드라이버는 일렉스 알본(윌리엄스), 피에르 가슬리(알파인), 랜도 노리스(맥라렌), 카를로스 사인스(페라리)다. 이들 중 사인스는 골프광으로 유명하며, 라이더컵 사전 행사인 올스타 매치에서 노박 조코비치와 골프 대결을 벌인 바 있다.

넷플릭스에서 라이브 스트리밍 서비스로 중계할 예정인 ‘넷플릭스컵’의 출범은 그 의미가 크다. 세계 최고의 OTT 기업인 넷플릭스가 직접 스포츠 이벤트를 기획하고 주최하여 라이브 스트리밍 중계에 나선 것이니만큼, 잘 만든 다큐멘터리 한두 편 서비스하여 히트를 시킨 것보다 더 의미가 클 수밖에 없다.

더욱 주목되는 건, 현재 넷플릭스가 1위를 빼앗겼거나 1위를 빼앗길 위기에 ‘아등바등’ 하는 상황이 아니라는 점이다. 아직 넷플릭스는 OTT 업계에서 적수를 찾기 어려운 강자다. 2023년 기준 넷플릭스의 글로벌 점유율은 40%에 가깝고, 아마존, 디즈니, 애플TV 등 후발주자들을 거의 ‘넘사벽’으로 따돌리고 있다. 여기에 올해 3분기에는 3년 만에 분기 최다 가입자를 달성하였다. 이에 넷플릭스는 수익성을 늘리기 위해 요금을 인상하고 스포츠 콘텐츠를 더 확대할 예정이다. 그 시작이 바로 ‘넷플릭스컵’이라는 새로운 골프 대회의 개최다.

 

넷플릭스로 대표되는 OTT 방송의 영향력은 이미 공중파, 케이블 등을 뛰어넘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처럼 OTT의 영향력이 막대한 가운데, OTT 1위 기업 넷플릭스가 팔을 걷어붙이고 골프 대회를 개최한다는 건, 분명 분명 골프계에도 희소식일 것이다.

 

 

GJ 김상현 이미지 GettyImag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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