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장 건설과 멸종위기종 보호
골프장 건설과 멸종위기종 보호
  • 김상현
  • 승인 2023.10.04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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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장 건설의 환경 파괴 논란의 이유는 여러 가지며, 그중 하나가 바로 ‘멸종위기종 보호’다. 골프장이나 파크골프장 건설과 멸종위기종은 어떻게 부딪치고 있을까?

 

골프장을 짓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우선 수많은 규제의 벽을 넘어야 하고, 규제의 벽을 넘은 후에도 높은 확률로 또 하나의 벽에 부딪히게 된다. 바로 환경 보호라는 벽이다. 받아야 할 허가 다 받고, 관련법을 준수하며 골프장을 지으려 해도 환경 파괴 논란에 휩싸여 이런저런 트러블을 겪는 건 골프장 건설에 있어 일종의 ‘통과 의례’로 여겨진다. 환경 파괴 논란의 이유는 여러 가지며, 그중 하나가 바로 ‘멸종위기종 보호’다. 즉 골프장 부지에 멸종위기종이 살고 있으니, 이를 보호하기 위해 골프장을 짓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멸종위기종이란 개체 수가 적어 멸종할 위험이 큰 종을 뜻하며, 이를 보호해야 한다는 건 이론이 없다. 하지만 멸종위기종을 지켜야 하니 골프장을 짓지 말아야 한다는 환경 단체의 요구를 모두 들어주면 한국에서 골프장 건설은 올 스톱되고, 영업 중인 골프장 대부분이 문을 닫아야 할 것이다. 골프계의 시각에서는 멸종위기종을 명분 삼아 골프장 건설을 반대하는 환경단체의 입장이 지나치게 과격하고 적대적이라 느낄 수밖에 없다. 

 

멸종위기종 관련 과거 기사 다시 보기

 

이런 일이 어제오늘 시작된 것도 아니다. 1990년 7월 28일자 한겨레 신문의 한 기사를 살펴보자. ‘골프공화국 이대로 좋은가’라는 도발적인 제목의 이 기사는 당시 골프장 건설 붐을 비판하면서, 그 이유 중 하나로 멸종위기종을 들었다. 모 골프장이 환경처에서 특정 야생동물로 지정한 희귀종인 붉은점 모시나비의 서식지임에도 골프장 건설이 강행되었다고 보도했고, 모 골프장이 들어선 후 풀흰나비는 급격히 줄어들다 멸종된 것으로 보인다는 한 전문가의 의견을 언급하기도 했다. 예나 지금이나 멸종위기종 보호 문제는, 골프장 반대의 강력한 근거로 쓰이고 있는 것이다.

골프 업계가 환경 단체의 주장을 모두 수용할 수는 없다. 한국의 골프장 대부분이 산악 지형에 건설되는 산악형 코스다. 한반도의 70%가 산지이며, 평지에는 대부분 거주지나 도시 등이 만들어져 있기에 당연한 일이다. 이런 산지에 드넓은 골프장을 지으려면 어지간히 운이 좋지 않고서야 멸종위기종 혹은 보호 대상인 생물이나 서식지를 만날 가능성이 크다. 사람 손길이 많이 닿지 않은 산에 다양한 생물들이 살아가는 건 당연한 일이니까 말이다. 또 최근 크게 인기를 얻고 있는 파크골프장은 대부분 강변에 지어지고 있다. 사람의 손길이 크게 닿지 않은 강변 역시 생태계의 보고라, 건설 중 멸종위기종이나 보호 대상 생물 등과 마주할 가능성이 크다.

환경 단체의 논리대로면 산에는 골프장을, 강변에는 파크골프장을 지을 수 없다. 사실상 골프장도, 파크골프장도 짓지 말거나 크게 제한해야 한다는 말이다. 이런 정책이 만들어진다면 환경 단체는 환호하겠지만, 만성적인 공급 부족에 시달리는 골프계는 절대 받아들일 수 없을 것이다. 물론 골프장이나 파크골프장을 짓기 위해서라면 멸종위기종은 무시해도 된다는 건 아니다. 멸종위기종이 있으니 절대로 골프장과 파크골프장을 지어선 안 된다는 논리가 비현실적이라는 것이다. 

 

최근 골프장 건설과 멸종위기종 관련 사례

 

그렇다면 최근 골프장이나 파크골프장 건설과 멸종위기종은 어떻게 부딪치고 있을까? 최근 사례 두 개를 살펴보자.

먼저 살펴볼 건 거제 노자산 골프장 사업이다. 이 사업은 단순히 골프장만 짓는 게 아니라 거제 지역에 대형 관광단지를 짓는 ‘거제남부관광단지’의 하나로 추진되고 있지만, 핵심은 골프장이다. 문제는 사업 대상지인 노자산에 멸종위기종이 많이 살고 있다는 것이다. 7월 경남도 및 낙동강유역환경청 추천 전문가들로 구성된 공동조사단은 개발예정지 조사를 한 결과, 멸종위기 야생생물 Ⅱ급 식물인 대흥란과 거제에서만 서식이 확인된 멸종위기 야생생물Ⅱ급 복족류 거제외줄달팽이의 존재를 확인했다. 개발예정지에 멸종위기종이 산다는 것 자체는 ‘팩트’인 것이다. 

이에 골프장을 반대하는 측은 멸종위기종 보호를 명분 삼아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시민단체의 반발은 물론, 최근에는 거제시 계룡중학교 학생 312명이 박완수 경남도지사에게 노자산 보호를 요구하는 ‘손편지’를 써 보내기도 했다. 하지만 거제시는 노자산 개발은 필요하며, 환경단체의 골프장 전면 백지화 요구는 받아들일 수 없다는 뜻인 것으로 알려졌다. 멸종위기종 보호를 주 명분으로 내세운 환경 단체와 개발 논리를 앞세운 지자체의 충돌이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 지켜볼 부분이다.

노자산 골프장이 산에 지으려다 멸종위기종과 부딪쳤다면, 고령 파크골프장은 강변에 지으려다 멸종위기종과 부딪친 경우다. 현재 고령 파크골프장은 조성공사가 한창인데, 파크골프장이 들어설 곳이 많은 생물이 거주하던 강 인근의 습지인 게 문제다. 오소리와 고라니 등이 부지 인근에서 서식하는 것으로 추정되며, 최근에는 환경부 지정 멸종위기 2급 동물인 삵의 발자국이 발견되었다는 보도가 나오며 멸종위기종 서식지 파괴 논란이 될 조짐이 보인다. 다만 이 지역에 멸종위기종이 정말 사는지, 산다면 얼마나 사는지 객관적으로 파악된 건 아니므로, 골프장 찬반 측 모두가 나서 현지 상황을 자세히 조사하고 멸종위기종의 존재 여부 등을 파악하는 게 우선이다.

‘멸종위기종은 보호받아야 한다.’ 하지만 ‘멸종위기종을 보호해야 하니 멸종위기종이 사는 곳은 절대로 개발해서는 안 된다’는 말은 비현실적이다. 멸종위기종도 보호해야겠지만, 개발을 완전히 포기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최근 멸종위기종과 부딪친 골프장들이 어떤 결말을 맞이할지, 나아가 이후 골프장 건설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GJ 김상현 이미지 GettyImag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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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나리 2023-10-11 08:29:30
멸종위기종을 보호하는 걸 '명분으로' 골프 사업을 막으려는 게 아니라 멸종위기종 보호가 이유 그 자체인겁니다. 기자님은 무슨 생각으로 기사를 이렇게 쓰셨는진 모르겠지만, 이 좁은 땅덩어리에 골프장을 통틀어 시설이 수백개가 넘는데 골프사업 확장을 위해서라면 멸종위기종이 사는 서식지를 파괴해도 된다는 말씀이신가요? 골프 저널이라 단순히 눈 감고 아웅하면서 이렇게 글 쓰신건지.. 정말 한숨나오는 글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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