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댑티브 골퍼’를 아시나요?
‘어댑티브 골퍼’를 아시나요?
  • 전은미
  • 승인 2023.09.28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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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적인 골프 열풍에도 소외된 이들이 있으니, 바로 장애인이다. 

미국에서는 이들을 ‘장애인 골퍼’가 아닌 ‘어댑티브 골퍼(Adaptive Golfer)’라고 칭하는데, 신체적인 한계를 극복하고 상황에 적응해서 훌륭한 플레이를 보여준다는 의미가 담겨있다.

 

코로나19의 장기화를 계기로 대중들과의 거리감을 완벽하게 줄인 스포츠가 있으니, 바로 골프다. 기존에 비즈니스 및 친목 도모 등을 목적으로 골프를 즐기던 중장년층은 물론 2030 젊은 층 역시 스크린골프장과 필드를 종횡무진으로 움직이며 골프의 매력에 흠뻑 빠져있는 세상이다.

하지만 지금 같은 전 국민적인 골프 열풍에도 소외된 이들이 있으니, 바로 장애인이다. 장애인들의 올림픽인 패럴림픽을 살펴보면 골볼이나 보치아, 휠체어농구, 휠체어럭비 같은 패럴림픽 전용 종목들도 있지만, 사격이나 수영, 태권도 같은 일반 종목들도 다양하게 경기가 치러지고 있는데 아쉽게도 골프는 포함되어 있지 않다. 

장시간 필드를 이동하며 다양한 코스를 소화해야 하는 골프의 특성상 장애인들에게 넘기 힘든 장벽이 존재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골프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선수들이 있다. 미국에서는 이들을 ‘장애인 골퍼’가 아닌 ‘어댑티브 골퍼(Adaptive Golfer)’라고 칭하는데, 신체적인 한계를 극복하고 상황에 적응해서 훌륭한 플레이를 보여준다는 의미가 담겨있다.

 

어댑티브 골프 선진국 ‘미국’

 

미국골프재단 측에서 발표한 통계에 의하면 미국에는 570만 명이 넘는 ‘어댑티브 골퍼’가 존재한다. 이들은 단순히 취미로만 골프를 즐기는 데에 그치지 않는다. 

미국의 어댑티브 골퍼들은 프로 선수로서 공식 경기에까지 참여하며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이는 신체적 한계를 극복한 개인의 노력뿐만 아니라 이들이 출전할 수 있는 여러 대회가 존재한다는 점 역시 큰 영향을 미쳤다고 볼 수 있다.

 

US 어댑티브 오픈과 ‘이승민’

 

장애를 가진 골프 선수들이 출전하여 실력을 겨루는 가장 대표적인 대회는 ‘US 어댑티브 오픈’이다. 미국골프협회(USGA)가 주관하는 이 대회는 지난 2022년 7월 18일 첫 경기가 시작됐다.

당시 이 대회에서 첫 번째 우승컵을 차지한 주인공은 놀랍게도 대한민국의 이승민 선수였다. 이승민은 발달장애라는 악조건을 극복하고 비장애 선수들과도 충분히 견줄 수 있을법한 멋진 플레이를 보여주며 당당하게 US 어댑티브 오픈 첫 우승컵을 차지했다.

이승민의 활약은 첫 번째 대회에서 그치지 않았다. 지난 7월 13일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 파인허스트리조트&CC에서 열린 제2회 US 어댑티브 오픈에서도 준우승을 차지하며 남다른 저력을 과시했다.

이승민의 활약은 KPGA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 2017년 자폐성 발달장애 3급 장애인 최초로 KPGA 투어프로 자격을 취득한 뒤 다양한 대회에 출전하며 프로 골퍼로서의 역량을 보여주고 있다.

 

장애를 이겨낸 어댑티브 골퍼들

 

어댑티브 골퍼들은 저마다 다양한 장애를 극복하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거듭하고 있다. 장애의 종류가 다양한 만큼 어댑티브 골퍼들은 저마다 독특한 스윙을 개발하는 것이 관건이다.

어댑티브 골퍼들이 각기 다른 스윙을 구사하는 현상에 대해 전문가들은 “우리 신체의 관절을 이용하는 모든 움직임은 다양한 근육들이 동력 역할을 한다. 어댑티브 골퍼들은 비장애인 골퍼에 비해 타고난 신체적 능력에는 한계가 존재할 수 있지만, 강력한 의지를 가지고 볼을 홀에 넣기 위한 노력을 거듭하는 이들의 능력을 절대 과소평가해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두 손가락 골퍼 ‘브랜던 카네시’

 

미국 뉴저지 출신의 브랜던 카네시는 손이 없이 태어났다. 그의 왼팔은 손목 관절까지가 전부고, 오른팔에는 엄지와 검지가 달려있지만 그마저도 기형적인 탓에 정상적으로 손을 사용하는 행위는 많은 어려움이 따랐다.

이같은 상황에도 불구하고 카네시는 떡잎부터 타고난 골퍼였다. 여섯 살에 처음으로 골프를 시작한 카네시는 두 손가락과 겨드랑이를 사용해 할아버지의 골프클럽을 휘둘렀고, 볼을 홀 안으로 넣는 쾌감을 느꼈다.

카네시가 자신의 체형에 맞는 장비를 직접 제작한 것은 열여섯 살 때였다. 삼촌의 차고에 있던 막대기 빗자루를 본 카네시는 ‘드라이버의 길이가 이 정도는 되어야 내 몸에 맞겠다’고 생각했고, 삼촌과 함께 기존 제품에 긴 그립을 끼워 넣은 맞춤형 클럽을 만들 수 있었다. 

비장애인의 신체조건을 고려해 제작된 클럽이 아닌, 카네시만을 위한 골프클럽을 제작한 뒤로 그의 골프 인생은 완벽하게 달라졌다. 그동안 답답하게만 느껴졌던 스윙 스피드나 비거리 향상을 단번에 해결할 수 있었던 것이다.

이때부터 카네시는 TV를 통해 골프 중계방송을 시청하고, 기회만 있으면 코스에 나가 골프 연습에 매진했다. 그에게 골프는 단순한 취미를 넘어선 삶의 목표이자 원동력이 된 것이다.

골프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가지고 있던 카네시이지만 어려움도 정말 컸다. 일반적으로 손과 손목의 힘과 관절을 사용해 클럽을 릴리스하는 것이 골프이지만, 손이 없이 태어난 카네시에게는 그 어떤 노력을 하더라도 불가능한 일이었으니 말이다.

카네시는 자신의 신체조건을 극복하기 위해서 코어의 힘과 체중 이동에 매진했다. 수천 번이 넘는 연습을 거듭한 결과, 카네시는 강력하게 몸을 회전하면서 스윙을 컨트롤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게 됐다.

카네시는 현재 미국 플로리다주에 위치한 릭스미스골프퍼포먼스센터에서 어댑티브 골퍼들을 위한 전문 클리닉을 운영하고 있다. 누구보다도 어댑티브 골퍼들의 열정과 애로사항을 공감해줄 수 있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GJ 전은미 이미지 GettyImag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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