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 골프 선수들의 약진
동남아 골프 선수들의 약진
  • 김태연
  • 승인 2023.09.26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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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성비 골프 여행지로 국내 골퍼들에게 큰 인기를 끌고 있는 동남아시아 지역의 골프 수준 향상도 주목할 만하다. 특히, 세계 여자골프에서 태국, 인도 등을 포함한 동남아 지역 선수들의 존재감이 점점 커지고 있다.

 

동남아 골프는 성장 중

 

올해 5월에 열렸던 세계 여자골프 국가대항전 ‘한화 라이프플러스 인터내셔널 크라운’에서 태국이 골프 강국들을 차례로 이기며 우승을 차지한 건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변이라 하기에는 태국 선수들이 기량이 고르고 플레이이의 기복도 없었다. 그들의 기세에 미국 LPGA를 상위 랭커들로 구성된 한국 대표팀도 패배의 쓴잔을 들어야 했다. 

태국 여자골프는 아타야 티띠꾼이 9월 6일 기준 세계 여자골프 랭킹에서 10위를 차지하는 등 LPGA에서도 선전을 거듭하고 있다. 이 외에도 랭킹 100위권 내에 태국 선수들이 다수 포함되어 있다. 올해 국가대항전 우승이 결코 우연이 아닌 이유다. 

 

동남아 경제발전과의 연관성

 

과거 아시아 골프는 골프가 가장 먼저 도입된 일본이 흐름을 주도했지만, 1990년대 후반 박세리의 등장 이후 그 주도권이 한국으로 이동했다. 이후 제2의 박세리를 꿈꾸는 세리키즈들의 도전을 지속되면서, 세계 여자골프에서 한국은 LPGA 상위 순위를 다수 차지하며 강세를 유지했다. 이후 2000년대 초반부터 2020년대 초반까지 한국의 강세와 더불어 국가 차원에서 지원을 아끼지 않은 중국과 일본이 아시아 골프의 강국으로 자리했다.

하지만 최근 흐름은 한·중·일 동북아 3국에 동남아 국가들이 강하게 도전하는 모습이다. 앞서 언급한 태국 포함 동남아 선수들은 해외 골프투어에 참여하며 유의미한 성과를 내고 있고, 골프에 대한 국민적 관심과 국가적 지원도 점점 확대되는 분위기다. 

이는 동남아 국가들의 경제발전과도 연결돼 있다. 최근 동남아 국가들은 농업과 관광산업에 의존하는 경제에서 벗어나 산업화를 촉진하는 등 국가의 발전이 가속화되고 있다. 동남아 지역은 많은 인구와 풍부한 자원이 있다. 특히, 인구 고령화로 고심하는 선진국들과 달리 동남아는 청년 인구 비율이 높아 그 자체로도 큰 시장이고 양질의 노동력 확보가 가능해 각국의 제조업 생산기지가 중국에서 베트남 등 동남아 지역으로 이동하고 있다. 

이런 경제 발전은 국민들의 소득 향상으로 연결되고 여가 선용에 대한 수요를 늘어나게 하고 있다. 과거에는 외국인 관광객들이 먹고 즐기는 장소를 제공하며 수익을 창출했던 동남아 지역이었지만, 이제는 자국민의 여행 수요가 늘고 있다. 

 

한국 여자골프 발전사와 흡사

 

일련의 변화 속에서 스포츠에 대한 관심도 커질 수밖에 없었고, 경제적 뒷받침이 필요한 스포츠 종목인 골프에도 동남아 지역 사람들이 눈길을 보내는 건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볼 수 있다. 동남아 지역은 계절에 상관없이 골프를 즐길 수 있는 환경과 다수의 골프장 등 골프 인프라가 갖춰져 있는 지역이니 말이다. 

동남아 국가는 물론이고 골프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이 커지면서 기업들의 골프에 대한 투자도 늘어나고 있다. 아직 여성들의 사회 참여가 선진국에 비해 수월하지 않은 동남아 지역에서 스포츠는 여성들이 보다 큰 꿈을 펼칠 수 있는 기회의 장이다. 또 골프는 매우 글로벌한 스포츠이고, 자신의 역량에 따라 해외 진출의 가능성도 크다. 신체적 조건에 따른 제약이 상대적으로 적어 동남아 선수들이 하기에도 적합하다. 

이는 흡사 우리나라 여자골프의 발전사와 비슷한 점이 있다. 한국 여자골프가 국내에서 남자 골프보다도 큰 관심을 받고, 매우 이례적으로 남자 투어보다 큰 규모의 투어를 유지하고 있는 데는 국제무대에서 한국 선수들의 활약이 크게 작용했다. 

동남아 국가들 역시 국제 골프경기에서의 선전이 국민적 관심과 지원을 이끌어내고 있고, 그러면서 유망주들이 다수 골프에 유입되고 경기력이 향상되는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지고 있다. 이는 결과적으로 동남아 국가들의 골프 인구 증가로 연결될 가능성이 크다. 앞으로 동남아 국가들은 그들의 골프장을 외국인들이 저렴하게 이용하도록 제공하는 것에서 벗어나 자국 선수들이 그리고 자국 골프 소비자들이 이용하는 시설로 변화시킬 수도 있다. 

 

세계 여자골프 다극화 시대의 가능성

 

동남아 골프의 성장은 세계 여자골프에서 다극화 시대를 열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미국과 유럽이 주도하던 프로골프투어에 한국, 일본, 중국 등 동북아 국가들이 가세했고, 이제는 동남아 국가들도 점점 그 힘을 키워가고 있다. 

이는 세계 골프 시장을 크게 하는 효과도 있지만, 한편으로 한국 여자골프에는 큰 위협이 될 수 있다. 2023년 9월 6일 기준 LPGA 세계랭킹 Top 10에 이름을 올린 선수는 고진영과 김효주뿐이다. 범위를 Top 50으로 넓혀봐도 한국 선수의 수가 예전에 비해 많이 줄어든 걸 발견할 수 있다. 

한국 낭자들의 LPGA 투어 대회 입상 소식도 예전 같지 않고, 새 얼굴이 잘 보이지 않는다는 점도 문제다. 그 자리는 다른 아시아 국가들과 동남아 선수들이 채워가고 있다. LPGA에서 한국 선수들의 영향력 감소는 결코 달가운 일은 아니다. 이러한 측면에서 LPGA 투어에서 동남아 국가 선수들의 활약을 지켜보는 마음이 복잡미묘하다.

 

 

GJ 김태연 이미지 LPG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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