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대 반갑지 않은 현상, 줄어드는 LPGA 한국 선수
절대 반갑지 않은 현상, 줄어드는 LPGA 한국 선수
  • 김상현
  • 승인 2023.09.12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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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LPGA 무대에서의 한국 선수들의 활약이 다소 주춤하고 있다. 고진영, 김효주 외에 새로운 선수들의 활약이 크지 않다는 점은 우려되는 부분이다.

 

국내 골프의 활성화

 

우리나라에서 골프의 대중화가 속도를 내는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로 국제경기에서의 선전이 있었다. 특히 여자 골프 선수들은 세계 골프에서 가장 큰 시장이라 할 수 LPGA 투어(미국여자프로골프투어) 무대를 주도하며 국내외에서 큰 주목을 받았다. 

박세리가 불을 붙인 LPGA에서의 한국 선수들의 역사는 이후 수많은 여자 프로골퍼의 미국 진출과 함께 세계랭킹과 상금랭킹 등에서 한국 선수들의 이름을 자주 볼 수 있게 했다. 이는 우리나라 골프에 대한 자긍심을 높였고 한국이라는 나라의 브랜드 가치를 높임과 동시에 대외적으로 긍정적인 이미지를 만들었다.  

또 LPGA 무대에서의 한국 선수들의 선전은 국내 골프의 활성화로 연결됐다. 박세리의 활약으로 인해 골프를 잘하면 성공할 수 있다는 게 증명됐고 골프 선수의 꿈을 가진 유망주들이 골프장으로 향했다. 일반인들도 골프에 대한 뉴스를 자주 접하면서 골프에 관한 관심이 자연스럽게 형성됐고, 골프를 수동적으로 보는 것에서 벗어나 직접 골프를 하는 적극적 골프 인구의 증가로 이어졌다. 이런 실질적 골프 인구의 증가는 골프의 저변확대와 함께 산업적 가치를 높였다. 

 

골프 시장의 확대

 

골프 시장의 확대는 마케팅적 가치를 상승시키고 자본의 유입을 불러왔다. 골프의 파급력이 국내외에서 광범위하게 영향력을 미친다는 건 기업들에는 매력적인 마케팅 수단이 될 수 있었다. 2000년대 들어 국내 기업들의 해외 직접 진출이 본격화되고 현지 마케팅의 필요성이 커지는 시점에 골프에서 한국 선수들의 선전이 두드러졌고 해외 언론들과 미디어의 관심도 함께 증가했다. 

미디어 노출의 증가는 기업과 골프 선수에게 중요한 기회가 됐다. 골프 선수들에 대한 대기업의 후원이 줄을 이었고, 이는 국내 선수들의 해외 진출에 큰 힘이 됐다. 이런 흐름은 국내 골프투어로 연결됐다. 스타 선수들이 국내외에서 지속적으로 등장했고 기업들의 선수와 국내 프로골프대회 후원으로 연결됐다. 

이제 국내 여자프로골프투어는 세계 어느 프로골프투어와 견주어도 크게 밀리지 않는 상금 규모를 가지고 있다. 선수들 역시 투어 외에도 방송 출연과 광고 등으로 또 다른 수입을 얻고 있고, 일부 선수들은 연예인 못지않은 대중들의 관심을 받고 있으며 골프에 대한 대중들의 관심으로 다시 연결되고 있다. 

 

LPGA 투어 한국 선수 위세 하락

 

하지만 이런 골프 인기의 선순한 구조 중 미국 LPGA 무대에서의 한국 선수들의 활약이 다소 주춤하고 있다. 과거 랭킹 10위 안에 다수의 한국 선수들이 있었지만, 최근 랭킹에는 고진영과 김효주만 자리하고 있다. 상금랭킹 역시 상황은 다르지 않다. 

세계 톱 랭커였던 박인비가 출산 등의 이유로 투어에 나서지 못한 영향도 있지만, 이전과 다른 모습이다. 여전히 다수의 한국 선수들이 LPGA에서 활약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한국 선수들의 위세가 이전만 못 하다 할 수 있다. 

이런 한국 선수들의 자리는 최근 중국과 일본, 동남아시아 국가 등 다른 아시아 국가 선수들이 채우고 있다. 과거 LPGA에서의 아시아 선수들 하면 한국이 주류를 이루고 일본 선수들이 일부 포함된 것과는 대조적이다. 

 

한국여자프로골프투어 성장의 아이러니

 

그동안 타국 선수들의 LPGA 투어 진출이 늘어나면서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 할 수 있지만, LPGA에서 한국 선수들의 소식을 점점 더 들을 수 없다는 건 골프팬들에게는 아쉬운 일이다. 무엇보다 박세리 키즈로 골프 역사에 있어 또 다른 세대를 만들어가고 있는 고진영, 김효주 외에 새로운 선수들의 활약이 크지 않다는 점은 특히 우려되는 부분이다. 

그만큼 해외 무대에서 우리 선수들의 층이 엷어지고 있음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이는 LPGA에서 한국 선수들의 활약이 지속성을 가지게 어렵게 할 수 있다. 

이는 최근 우리 골프 환경 변화와 연결된다. 국내 골프투어가 활성화되면서 국내 선수들의 LPGA 진출에 대한 매력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LPGA 투어가 여전히 세계에서 가장 큰 여자프로골프투어고 골프 선수라면 누구나 꿈꾸는 무대지만, 그곳에서의 성공을 위해서는  큰 고난의 시간을 견뎌내야 한다. 또 투어 참가 초창기에는 개인 비용으로 각종 경비를 충당해야 하고 장거리 이동을 지속해야 해서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피로가 극심할 수밖에 없다. 

과거에는 한 선수의 성공에 온 가족이 함께하며 부모들의 헌신이 있었지만, 최근 분위기는 그와 다르다. 가족의 행복을 모두 희생하면서 꿈을 쫓기는 부담이 크다. 대신 국내 골프투어에서 만으로도 충분히 부와 명예를 얻을 수 있다. 

이전과 달리 LPGA에 도전하는 선수들이 늘어나고 그 경쟁이 한층 치열해진 것도 영향을 줬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아시아권 선수들은 과거 한국 선수들의 성공에 큰 요인인 강도 높은 훈련을 소화하고 있고 빠른 실력 향상을 보여주고 있다. 과거보다 경쟁의 폭이 넓어진 현실적인 어려움에 국내 투어인 한국여자프로골프투어만으로도 충분히 실력을 인정받고 스타가 될 수 있는 상황에서 

LPGA 도전은 한층 더 신중해질 수밖에 없다. 골프 팬들에게는 아쉬움이 될 수 있지만, 이런 선택을 잘못된 것이라고만 할 수는 없다. 더 큰 무대로의 도전은 오롯이 개인의 선택 문제이기 때문이다. 다르게 생각하면 그만큼 우리 골프의 시장이 커지고 위상도 높아졌음을 방증하는 일이기도 하다. 

외적 자극이 없이도 골프 시장이 호황기를 보내고 있다는 점은 골프 산업의 자생력 차원에서 긍정적인 일일 수도 있다. 이런 상황을 무조건 부정적으로만 보기 어려운 이유다. 

하지만 국제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내는 것은 어느 스포츠든 그 종목의 가치를 높이는 일이고 수준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우리 골프가 특히, 여성 골프가 크게 인정받은 데는 LPGA에서의 선전이 중요하게 작용했다. 그리고 지금도 LPGA에서 한국여자프로골퍼들의 활약은 여전히 큰 관심을 끄는 골프 콘텐츠이다. 최근 LPGA에서의 한국 선수들의 비중 약화 현상은 그 점에서 조금은 우려되는 부분이 있다. 하지만 여전히 많은 선수가 미국에서 꿈을 위해 온 힘을 다하고 있고, 응원과 관심의 범위를 좀 더 넓히면 LPGA 투어를 보는 재미를 더할 수도 있다. LPGA는 여전히 한국 선수들의 중요한 무대다. 아직은 아쉬움을 실망감으로 바꿀 시점은 아니다.

 

 

GJ 김상현 이미지 LPG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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