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V와 PGA의 합병 골프계 변화 촉진 계기 될까?
LIV와 PGA의 합병 골프계 변화 촉진 계기 될까?
  • 김태연
  • 승인 2023.09.07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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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V와 PGA가 합병을 선언하긴 했지만, 아직 두 단체의 합병이 현실화되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아직 갈 길은 멀지만, 새로운 프로골프투어의 모습은 이전과 크게 달라질 가능성이 크다.

 

LIV 골프의 등장

 

2022년 세계 골프계를 충격에 빠뜨린 사건이 있었다. 사우디 국부펀드가 후원하는 새로운 골프 투어가 탄생했기 때문이다. LIV 골프는 엄청난 오일머니를 바탕으로 한 물량 공세로 유명 선수들을 그들 투어로 오게 했고 오랜 세월 세계 골프계를 주도했던 미국 PGA 투어의 아성에 도전했다.

LIV는 월등히 높은 상금과 계약금으로 선수들은 유혹했고 실제 많은 유명 선수들이 PGA를 떠나 LIV에 합류했다. 이를 두고 PGA에서는 투어를 옮긴 선수들에게 돈에 굴복한 배신자로 칭하며 강하게 비판했고 해당 선수들의 PGA 투어 참가를 금지하는 징계로 맞섰다. 

하지만 이런 가운데에도 유명 선수들의 유출이 이어졌고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LIV를 적극 지지하고 나서는 등 LIV의 기세는 쉽게 꺾이지 않았다. 이에 맞서 PGA는 투어 상금 규모를 올리며 PGA에 남은 선수들에게 더 많은 금전적 보상을 하기도 했지만, 재정적 부담이 가중되는 건 피할 수 없었다. 

 

예상치 못한 LIV와 PGA의 합병

 

두 단체의 대립은 결과적으로 모두에게 큰 부담이었다. LIV 역시 오일머니의 지원을 언제까지 받을 수 없고 스폰서십 유치가 예상보다 부진하면서 장기적 유지에 부담이 있었다. PGA 역시 상대의 계속되는 물량 공세에 대응하기에는 부담이 컸다. 

결국, LIV와 PGA는 전격 합병을 발표했다. 보기에는 대등한 합병으로 보이지만, 그 내용을 살피면 실질적인 투어의 소유권은 사우디 국부펀드가 가지게 되고 PGA에는 운영권을 가지는 형식을 취하고 있다. PGA는 최소한의 자존심을 지키긴 했지만, 미국 주도의 프로골프 지형의 변화는 불가피한 상황이다. 이와 관련해 미국 내 여론은 크게 들끓었고 PGA와의 의리를 지킨 선수들 역시 강한 실망감을 드러냈다. LIV와 계약하며 막대한 계약금을 챙긴 선수들이 진정한 승자라는 말이 나오기도 했다. 

 

논란은 현재진행형

 

합병을 선언하긴 했지만, 아직 두 단체의 합병이 현실화되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선수들 간의 갈등도 여전하다. LIV 소속 선수들이 PGA 복귀와 관련한 논란도 진행형이다. 투어 운영의 방식이나 세부사항은 아직은 결정되지 않았다. 골프의 전통을 중시하는 골프 팬들의 여론도 무시할 수 없다. 특히, 미국 내 여론이 여전히 부정적이다. 돈에 굴복해 골프의 역사를 저버렸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하지만 돈이 말하는 프로스포츠 세계에서 더 큰 자금력을 가진 이들이 해당 프로스포츠를 주도하는 건 피할 수 없는 일이다. 언제까지 명예와 자존심으로 선수들을 설득할 수 없다. 적절한 타협과 함께 정체성을 지키는 게 실리적으로 나은 선택일 수도 있다. 

 

프로골프투어의 변화 가능성

 

아직 갈 길이 멀긴 하지만, 새로운 프로골프투어의 모습은 이전과 크게 달라질 가능성이 크다. LIV의 영향력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LIV는 이미 기존 골프 투어에서 볼 수 없는 경기 방식으로 눈길을 끌고 있다. 

우선 골프경기에서 전통적인 방식인 18홀 4라운드 경기 대신, 총 54홀 경기를 시행한다. 로마자에서 따온 LIV는 54를 뜻한다. 이는 대회 기간 단축을 지향하는 것을 의미한다. 경기방식도 동시에 각 홀에서 경기를 시작하는 샷건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통상적으로 4명 정도로 조를 이루고 오전과 오후조로 경기를 1홀부터 진행하는 기존 골프투어 경기와 큰 차이가 있다. 

모두 경기 시간 단축을 이루기 위한 방법이다. 이를 통해 LIV는 5시간에 라운드 종료를 목표로 하고 있다. 통상 골프 1라운드 경기에 10시간에서 11시간 소요되는 것과 비교하면 일종의 파격이다. 이는 골프의 질서를 흐트러트린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지만, 최근 프로스포츠의 중요한 화두인 경기 시간 단축이라는 측면에서는 획기적인 시도라 할 수 있다. 

경기장 분위기도 LIV는 조용하고 엄숙함에서 벗어나 음악이 들리고 샷건 라운드를 지향하면서 북적이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보다 역동적이고 갤러리들이 다양한 장면을 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중계방송을 하는 측면에서도 보다 많은 선수들의 경기를 실시간으로 빠르게 잡을 수 있고, 이를 통해 보다 흥미롭고 박진감 넘치는 경기가 가능하다. 

여기에 투어의 마지막 대회는 성적에 따라 팀을 나누고 단체전으로 경기를 치르는 독특함이 있다. 팀 대항전은 골프에서 쉽게 볼 수 없는 방식이다. 국가대항전인 라이더컵 등에서 볼 수 있긴 하지만, 투어에 이를 적용하는 건 일종의 파격이다. 이를 통해 LIV는 PGA와 분명한 차별성을 두고 있다. 단순히 엄청난 물량으로 PGA에 맞서는 건 아니다. 기존과 다른 골프가 그들의 또 다른 무기다. 

LIV 골프는 분명 한계점도 있고 금전으로 기존 골프의 질서를 흔든다는 점에서 비판받아야 마땅하지만, LIV의 다양한 시도만큼은 기존 골프가 가지고 있는 한계를 극복하려는 시도라는 점에서 다른 시각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 

PGA 투어를 필두로 한 기존의 골프투어는 오랜 전통을 자랑하는 품격있는 스포츠라는 점이 큰 특징이자 자부심이었지만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 흐름에 뒤처지는 면이 있었다. 반면 LIV 골프의 등장은 기존 골프의 생태계를 파괴하는 거대한 존재가 될 수도 있지만, 골프계의 변화를 촉진하는 매개체 역할을 할 수도 있다. 

PGA와 LIV의 합병 선언이 앞으로 세계 골프에서 순기능을 발휘할지 그 반대일지 지켜보는 것도 골프팬들에게는 흥미로운 관전 포인트가 될 것이다.

 

 

GJ 김태연 이미지 GettyImag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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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곤 2024-01-19 14:17:01
https://blog.naver.com/mhshin11/223303505629

이정도면 글내용을 무단전재한거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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