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점 허물어지는 ‘골프장 반바지 규정’
점점 허물어지는 ‘골프장 반바지 규정’
  • 김상현
  • 승인 2023.09.02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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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적으로 잘 알려지고, 널리 즐기는 스포츠 중 골프만큼 복장 규정은 엄격한 종목은 드물 것이다. 일반적으로 널리 통용되는 골프 복장 규정은 상의는 깃(카라)이 있는 것을 입고, 남녀 불문 지나친 노출은 금기시되며, 상의는 하의 속에 넣어야 하고, 청바지나 맨발도 금기시될 때가 많다. 그리고 남성 골퍼에게 적용되는 ‘반바지 금지 규정’이 있다. 아무리 날이 더워도 긴바지만 입어야 한다는 규정이다.

 

바뀌고 있는 트렌드

 

물론 어떤 골프장에서도 남자는 반바지를 입지 못하는 시대는 지났다. 하지만 여전히 골프계의 반바지 규정은 존재하며, 이는 꽤나 보수적인 규정으로 받아들여진다. 어떤 골프장이든 짧은 데님 반바지나 핫팬츠를 입으면 좋은 소리를 듣지 못하는 건 물론, 직원에게 제지를 당할 수 있다.

반면에 단정한 반바지는 허용하는 골프장이 늘고 있다. 심지어 반바지 금지 규정에 대한 비판까지 나오는 실정이다. 사실 한국 골프계의 반바지에 대한 금기는 어떤 나라보다도 엄격한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해외에서도 데님 반바지나 핫팬츠를 허용하는 골프장은 거의 없다. 하지만 단정한 반바지라면 일반적인 골프장은 물론, 소위 명문 골프장에서도 허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보다는 해외 골프장이 반바지에 더 관용적인 분위기라는 건 해외 골프 경험이 있는 골퍼 대부분이 동의한다.

사실 국내에서도 ‘남자도 반바지를 입고 라운딩을 돌고 싶다’는 목소리는 예나 지금이나 적지 않았다. 2000년 7월 한국경제에서 발표한 ‘여름철 라운드 반바지’에 대한 설문을 살펴보자. 이 설문에 응답한 1,965명의 응답자 중 70%에 달하는 1,371명이 골프장 반바지 착용에 찬성한다고 응답했다. 최근 ‘골린이 열풍’이나 ‘MZ 세대 열풍’이 불기 20년 전, 사회 분위기든 골프계 분위기든 지금보다 더 보수적이고 엄격했던 시절에도 골프장 반바지를 원하는 골퍼가 많았던 것이다. 하지만 이 설문조사 결과를 보도한 기사에서 ‘골퍼들은 “착용”쪽으로 의견이 기울고 있으나 골프장 측에서는 “착용 불가”를 고수하고 있다’ 라고 지적하였듯, 이 시기에는 아직 골프장 반바지는 금기시되는 분위기였다. 2000년대 이전에도 몇몇 골프장이 반바지 착용을 허용하며 화제를 모으기도 했지만, 말 그대로 찻잔 속의 태풍에 그쳤다.

하지만 시대가 바뀌며, 국내 골프장의 ‘반바지 금지 철옹성’도 허물어지고 있다. 날이 갈수록 골퍼들이 반바지를 원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이에 업계도 따라가고 있다.

골프 부킹 플랫폼 XGOLF가 2014년부터 시행 중인 ‘반바지 캠페인’을 살펴보자. 이 캠페인은 복장을 갖춰 입어야 입장이 가능했던 골프장의 기존 고정관념을 탈피하고 자유로운 골프문화를 만들 목적으로 시행되었고, 매년 적잖은 호응을 얻고 있다. 2014년에는 10여 개의 골프장만이 참여했지만, 2023년에는 260여 개의 골프장이 캠페인에 참여하고 있다. 10년 남짓한 시간 동안, 20배 정도 증가한 것이다. 1990년대만 해도 ‘골프장 반바지 허용’이 뉴스거리가 될 정도였지만, 이젠 반바지 골프장이 점점 대세가 되어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물론 ‘단정한 반바지’ 한정으로 말이다.

 

프로세계의 반바지 규정

 

아마추어보다 복장 규정이 더 엄격한 남자 프로계에서도 반바지 자유화 움직임이 거세다. 2022년 9월 사우디가 후원하는 LIV는 기습적으로 출전 선수들의 반바지 착용을 허가했다. LIV의 수장인 그렉 노먼이 LIV 골프 인비테이셔널 보스턴 대회 1라운드가 끝난 후 자신의 SNS에 긴바지를 입고 등장한 자신의 바지가 반바지로 바뀌는 화면과 함께 ‘2라운드부터 LIV 선수들은 반바지를 입을 수 있다’고 발표했다. 또한, LIV의 공식 SNS에서도 ‘반바지가 공식적으로 허용됐다’고 게시함으로써, LIV는 반바지 자유구역이 되었다.

PGA는 LIV와는 달리 정식 대회 중에는 반바지를 입을 수 없다. 하지만 PGA도 프로암 경기나 연습 라운드에서는 반바지 착용을 허용하는 등, 규제를 완화하는 분위기다. 2019년에는 ‘메이저 중의 메이저’ 디 오픈마저도 연습 라운드에서는 반바지 착용을 허가하였다.

KPGA는 아직 ‘철옹성’에 가깝다. 복장 규정으로만 따지면 PGA보다 엄격한 곳이 KPGA다. KPGA 투어는 오직 연습 라운드에 한하여 반바지를 입을 수 있으며, 정식 대회에서는 예외 없이 깃(카라) 있는 셔츠와 긴바지를 입어야 한다. 긴바지도 아무 바지나 입을 수 없고, 소위 ‘골프웨어’여야 한다. 또한, 셔츠는 반드시 바지 안으로 단정하게 넣어 입어야 하며 색상도 제한이 있다. 슬리퍼나 샌들은 당연히 금지다.

 

골프장 반바지가 허용되는 몇몇 골프장의 존재만으로 뉴스거리가 되던 시절도 있었다. 이땐 남자 프로 대회에서 반바지를 입고 경기에 나서는 건 상상조차 어려웠다. 하지만 국내외를 가리지 않고 점점 ‘반바지 자유화’ 바람이 불고 있으며, 이에 프로 업계도 반바지를 점점 허용되고 있다. LIV는 이미 대회 중 반바지 착용을 허용했고, PGA도 점점 반바지를 허용하는 추세라 KPGA도 언제까지나 ‘반바지 금지 철옹성’을 유지하긴 어려울 것이다. PGA나 KPGA 선수들이 반바지 차림으로 대회를 뛰고, 우승컵을 들어 올리는 광경도 머지않아 볼 수 있을 것 같다.

 

 

GJ 김상현 이미지 GettyImag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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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9-05 09:16:43
제목이 엉뚱하네요. " 점점 허물어지는 반바지 불허"가 맞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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