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로에 선 불법 파크골프장
기로에 선 불법 파크골프장
  • 김상현
  • 승인 2023.08.12 17:0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법적 문제로 문을 닫은 파크골프장의 미래는 둘 중 하나다. 재개장 절차를 밟거나 혹은 다시 운영되지 못하고 완전히 폐쇄되거나. 기로에 선 불법 파크골프장 상황에 대해 진단해보자.

 

법을 어긴 파크골프장 그후

 

최근 ‘파크골프장 폐쇄’는 드물지 않은 뉴스가 되었다. 날씨 문제나 수리 문제로 잠시 문을 닫는 곳도 있지만, 불법 건설이나 운영, 확장 등이 문제가 되어 문을 닫은 곳도 있다. 이처럼 법적 문제로 문을 닫은 파크골프장의 미래는 둘 중 하나다. 재개장 절차를 밟거나, 혹은 다시 운영되지 못하고 완전히 폐쇄되거나.

법을 어긴 파크골프장이 폐쇄되는 건 당연한 일이며, 나아가 재개장도 허락해 주면 안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물론 어떤 이유에서든 법을 어긴 건 비판받을 일이다. 하지만 파크골프장의 불법 건설이나 운영, 확장 등은 악의적인 범죄가 아니라 착오인 경우가 많다. 

파크골프가 빠르게 성장하고 시설이 늘어난 탓에 파크골프장을 관리하고 주로 이용하는 지역 협회나 동호회는 물론, 이를 관리 감독해야 할 지자체도 관련법을 잘 알지 못하거나 혼동하는 일이 드물지 않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지자체가 짓거나 관리 감독하던 파크골프장이 불법 시설이라는 사실이 뒤늦게 밝혀져 부랴부랴 이를 바로잡는 일이 이어지고 있다. 지자체도 관련법을 혼동하는 판에, 동호회나 협회를 마냥 비판하기도 어렵다.

 

창녕군 남지파크골프장 상황

 

올해 1월 폐쇄된 창녕군 남지파크골프장은 ‘당사자들이 악의적으로 법을 어긴 게 아닌 불법 파크골프장’의 대표적인 예다. 남지읍은 낙동강 체육공원 인근에 사업비 4억 2,000만원 가량을 들여 27홀 규모의 파크골프장을 지어 2021년 말에 개장했다. 그런데 군비와 지역 개발비를 사업비로 투자해 지었음에도 파크골프장을 지으려면 꼭 필요한 하천점용허가를 받지 않은 게 뒤늦게 밝혀졌다. 

이후 불법시설 전수조사를 벌인 낙동강유역환경청은 남지파크골프장이 불법 시설이라 판단했고, 원상복구 명령을 내렸다. 창녕군은 해당 시설을 원상복구가 아닌 양성화를 시도했지만, 환경청은 정수장 인근이라는 점을 들어 원상복구 명령을 내렸다. 결국, 시설은 폐쇄되었고, 기껏 돈을 들여 지은 파크골프장은 쓸 수 없게 되었다.

 

영남 지역 불법 파크골프장 사정

 

이런 일은 결코 드물지 않다. 국민의힘 이주환 의원이 6월 환경부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국가하천 내 파크골프장 88곳 중 56곳이 법을 어긴 것으로 드러났다. 합법 시설보다 불법 시설보다 더 많은 것이다. 그중 40곳은 환경 당국에 하천점용허가를 받아야 했음에도 받지 않았고, 16곳은 불법으로 골프장을 확장한 게 문제가 되었다. 이에 환경부는 불법 확장한 파크골프장은 원상복구를, 허가받지 않은 곳은 허가를 받도록 하는 방침을 세웠다.

가장 눈에 띄는 건 국내에서 가장 많은 파크골프장이 있고, 그만큼 불법 시설도 많은 영남 지역이다. 낙동강유역환경청에 따르면 도내 불법 파크골프장은 총 22곳이다. 불법 확장이 문제가 된 곳은 5곳, 하천점용허가를 받지 않은 곳은 17곳이다. 이 시설들은 여러 과정을 거쳐 양성화되거나, 혹은 문을 닫았다. 

양성화가 가능한 곳은 대부분 양성화 절차를 밟고 있다. 즉 불법으로 확장한 시설을 원상복구하거나, 뒤늦게나마 환경청의 허가를 받고 합법 시설로 만들기 위한 절차를 밟고 있다. 이를 위해 잠시 시설을 닫아야 하지만, 합법화 절차를 무사히 끝내면 다시 골프장을 열 수 있다. 실제로 불법 시설로 지목된 시설 상당수가 양성화 절차를 밟고 있으며, 이미 마무리 단계에 들어선 곳도 있다. 하지만 양성화에 실패한 곳도 있다. 앞서 언급한 남지파크골프장, 그리고 김해의 대동과 상동 파크골프장 등은 결국 폐쇄되었다.

 

엇갈린 결말, 그 이유

 

이처럼 불법 판정을 받은 파크골프장들의 결과가 엇갈리는 건 시설 위치나 상황에 따라 양성화가 가능할 수도 있고, 불가능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사후에라도 허가를 받으면 운영이 가능한 곳은 양성화 후 재개장이 원칙이다. 하지만 앞서 언급한 남지파크골프장이나, 상동 파크골프장 등은 그렇지 않다. 파크골프장 근처에 취수장이 있거나, 보전지구에 속했기 때문에 애초에 파크골프장이 들어서는 게 불가능한 곳으로 알려졌다. 즉 사후 조치가 불가능하기에 폐쇄할 수밖에 없다.

 

불법 파크골프장의 불투명한 미래

 

불법 시설로 판정이 나 문을 닫은 후, 아직 재개장 여부가 불투명한 시설도 있다. 구미 고아읍에 있는 고아파크골프장이 대표적이다. 고아읍 주민들이 직접 36홀 규모로 조성한 이 시설은 2020년까지 자체 관리로 운영되다 2021년부터 구미시가 운영을 맡았다. 그런데 작년 11월 낙동강 환경청이 해당 시설을 원상복구 할 것을 명령했고, 결국 지금까지 문을 닫은 상태다. 

그런데 지역 언론에 따르면 고아파크골프장 임원들은 구미시가 재개장을 약속했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구미시는 그런 약속을 한 적이 없다고 반론하며 서로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이에 고아파크골프장 측에서는 허성우 전 대통령실 국민제안비서관을 초청해 간담회를 여는 등 재개장을 위해 적극적으로 움직이고 있지만, 어떤 결과가 나올지는 미지수다.

파크골프장이 불법으로 지어졌다면 사후에라도 법에 따라 양성화하고, 그것이 불가능하면 시설을 폐쇄한다는 원칙은 분명 합당하다. 하지만 ‘불법 파크골프장’ 대부분이 알고 저지른 불법이 아니라, 아직 관련 규정 등이 제대로 정비되거나 알려지지 않은 탓에 문제가 된 경우가 많다는 점 또한 기억해야 한다. 지자체가 직접 운영하거나 운영에 크게 관여하던 시설이 하루아침에 ‘불법 시설’이 되었다면, 이용자가 영구적인 시설 폐쇄가 아니라, 문제를 하루빨리 해결하고 다시 재개장하기를 원하는 게 당연하다. 

이 문제를 ‘집단 이기주의’ 등으로 깎아내릴 수 없는 이유다.

 

 

GJ 김상현 이미지 GettyImages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하단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