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치게 비싼 이용료는 한국 골프장의 가장 큰 문제 중 하나로 꼽힌다. 먼저 그린피가 비싸고, 그 외의 요금과 부대비용까지 비싸니 많은 이용객이 한국 골프장의 가장 큰 문제로 지나치게 비싼 이용료를 꼽을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언론에서는 잊을 만하면 한국 골프장이 비싸다고 비판하고, 국가도 이 문제에 개입하고 있다.
현재 한국 골프장 그린피
골프장 이용료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건 그린피다. 그렇다면 현재 한국 골프장 그린피는 어떨까. 지난 5월 3일, 골프 부킹 플랫폼 XGOLF는 골프 시즌이 시작되는 4월 그린피를 분석한 결과 그린피 전체 평균의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다고 밝혔다. XGOLF는 지난 1월 그린피가 5년 만에 하락세로 전환되었다고 밝힌 바 있는데, 그 기조가 이어지고 있다고 본 것이다.
분석에 따르면 올해 4월 그린피는 전년 대비 주중 전체 평균 1.31%, 주말은 2.34% 하락했다. 2022년 4월 평균 그린피가 2021년에 비해 12% 이상 상승했음을 고려하면, 소폭이나마 하락한 것만으로도 큰 의미가 있다. 또한, 1월부터 그린피가 하락했음을 고려하면 그린피 하락세가 완만하게나마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지역에 따른 차이
그린피 하락세는 지역에 따라 차이가 컸다. 특히 강원도와 충청도 지역의 하락세가 돋보였다. 주중 이용요금 기준 강원도는 5.28%, 충청도는 4.02%, 주말 이용요금은 강원도가 6.2%, 충청도는 13.74% 가량 하락하며 전국 그린피 하락세를 견인했다.
반면에 경상도와 전라도는 하락과 상승이 엇갈렸다. 경상도는 4월 주중 그린피는 2.45% 올랐지만, 주말 그린피는 3.38% 내려갔다. 전라도는 주중에는 1.98% 올랐고, 주말에는 0.85% 하락했다.
전반적으로 상승세를 기록한 곳도 있다. 경기도는 주중에는 0.65%, 주말에는 0.11% 상승한 것으로 드러났다. 유독 눈에 띄는 곳은 제주도다. 제주도는 주중에는 3.65% 하락했지만, 주말에는 무려 10% 가량 상승하며, 홀로 급격한 상승세를 기록했다. 제주도 골프장에 주말 관광객이 많다는 점을 고려하면, 그린피가 상승했다고 볼 수 있다.
XGOLF 관계자는 “이번 조사는 골프장 분류체계 개정안 발표 이후 골프장 분류가 완료되지 않은 시점에 그린피 변화 추이를 살펴보기 위해 진행됐다”, “조사 결과 개정안 공표 이후 그린피 가격 역전 현상이 일어나며 상승폭이 현저히 줄어든 것을 알 수 있었다”고 말했다.
골프장 분류체계 개정안 발표 그 후
골프장 분류체계 개정안은 작년 5월 문화체육관광부에서 발표한 ‘체육 시설의 설치·이용에 관한 법률’에 따라 개정되었다. 기존의 회원제, 대중제로 구분되던 골프장은 이제 회원제, 비회원제, 대중형 세 종류로 구분되며 4~6월과 9~11월 평균 요금을 산출해 비회원제와 대중형 골프장으로 분류한다. 과거의 대중제 골프장처럼 큰 세제 혜택을 받는 ‘대중형’으로 인가받으려면 공정위에서 만든 표준 약관을 사용해야 하며, 요금도 마음대로 올릴 수 없다. 결국, 국가의 규제가 골프장 요금 상승에 제동을 걸고, 나아가 하락세를 만들었다고 볼 수도 있다.
다만 그린피, 나아가 한국 골프장 이용료가 확실하게 하락세로 돌아섰다고 보기에는 이르다. 골프장 분류체계 개정안은 전국적으로 시행되고 있지만, 지역에 따라 그린피가 떨어지기는커녕 오른 곳도 있기 때문이다. 수도권에 속하거나 인접한 경기도는 주중 주말 가리지 않고 소폭 올랐고, 주말 관광객이 많이 찾는 제주도는 주말 그린피가 대폭 올랐다. 골프장 분류체계 개정안이 그린피를 안정화시키고, 나아가 낮추는 데 효과가 있다고 단언하기 어려운 이유다.
캐디피와 카트비도 문제다. 한국 골프장은 외국과 달리 캐디피와 카트비, 그린피가 ‘한 세트’인 경우가 많기에 캐디피와 카트비도 요금 산정에 함께 고려해야 한다. 하지만 그린피와는 달리 캐디피나 카트비는 아직 뾰족한 제재 수단이 없다. 이 때문에 캐디피와 카트비를 엄격하게 제한하는 것보다는 차라리 노캐디, 노카트 골프장을 확대하는 게 더 현실적인 대안이라는 의견도 있다.
이런 가운데, 캐디피와 카트비는 아직 잡힐 기미가 없다. 캐디피는 15만원, 카트비는 10만원이 기본이다.
때문에 카트비와 그린피는 그린피와 더불어 한국 골프장 요금을 비싸게 만드는 주된 요인으로 꼽힌다. 지금처럼 완만한 그린피 하락세가 이어져도, 캐디피와 카트비가 유지되거나 더 오르면 이용객의 부담은 여전히 클 수밖에 없다.
국내 골프장 이용료 문제의 해법
그린피가 소폭 하락세에 접어들었지만, 여전히 갈 길이 멀어 보이는 국내 골프장 이용료 문제. 그렇다면 이 문제는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우선 그린피가 이미 오를 대로 올랐다는 시각이 많고, 또 그것이 사실인 이상 더 올리는 건 금물이다.
코로나 시대처럼 마음껏 올려도 고객들이 앞다퉈 찾는 호황은 이미 끝났고, 가까운 시일 내 그 정도의 호황이 다시 시작될 가능성은 극히 낮다. 또 테니스나 캠핑 등 다양한 레저가 골프의 라이벌로 떠올랐고, 해외여행이 자유로워지며 국내보다 해외 골프를 택하는 이용객도 늘고 있는데 무턱대고 그린피를 올리는 ‘배짱 장사’는 부메랑으로 돌아올 가능성이 크다.
캐디피와 카트비에 대한 논의, 특히 이용객들의 부담을 줄이는 방향으로의 논의도 필요하다. 캐디피와 카트비를 낮추거나 혹은 캐디나 카트를 선택하게 하거나, 노캐디, 노카트 골프장이 늘어나는 게 한 방법이겠지만, 업계나 관계자 입장도 있으니 다양한 의견 수렴을 통해 올바른 대안을 찾을 필요가 있다.
그린피가 하락세로 돌아섰다지만, 여전히 한국 골프장 이용료는 지나치게 비싸다.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더 많은 논의와 큰 그림이 필요해 보인다.
GJ 글 김상현 이미지 GettyImag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