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장 성희롱, 19금 대화… 이제 그만
골프장 성희롱, 19금 대화… 이제 그만
  • 강태성
  • 승인 2023.06.16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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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에 비해 골프장 성희롱이나 성추행 발생 건수는 줄어들었다고 하지만, 보는 눈이 없는 코스에서 캐디를 상대로 한 성희롱은 아직도 비일비재하다.

 

골프장에는 고객 사생활을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최소한의 CCTV만 설치되어 있는 데다 카트에도 블랙박스가 거의 설치되어 있지 않다. 4~5시간 동안 라운드하는 필드는 야외이긴 하지만 외부와의 접근이 차단돼 있어 폐쇄된 공간이나 마찬가지다.

따라서 고객의 음담패설과 성추행이 있더라도 입증할 방법이 거의 없으며, 수사나 소송이 진행되더라도 피해자와 가해자의 진술에 국한되어 조사가 이뤄지게 된다. 

물론 과거에 비해 골프장 성희롱이나 성추행 발생 건수는 줄어들었다고 하지만, 보는 눈이 없는 골프장에서 캐디를 상대로 한 성희롱은 아직도 비일비재하다. 

 

19금 농담이 판치는 골프장

 

또한, 그늘집에서는 막걸리, 맥주 등을 마실 수 있으며, 골프장에 몰래 술을 가져와 라운드 중에 마신다면 제재하기도 어려워 이런 행위들은 더욱 문제가 되고 있다. 

물론 음주로 인해 캐디를 향한 성희롱 또는 성추행이 벌어졌다고만 치부할 수 없지만, 만약 캐디가 반입한 술을 마시지 못하게 막거나 원활한 경기 진행을 위해 골프장 규정을 안내한 경우, 골퍼의 심기가 틀어지면 18홀 내내 괴롭힘을 당할 수도 있다는 것이 문제이다. 

그늘집에 들러서야 화장실에 갈 수 있지만, 간혹 급하다며 필드에서 바지를 내리는 골퍼도 있고, 심지어는 골프채를 몰래 던져놓고 분실했다고 하는 골퍼들도 있다. 

현재 라운드 도중 클럽을 분실하면 캐디가 배상해야 하는 점을 악용하는 것이다. 이런 악질적인 행위 외에도 음담패설을 일삼는 골퍼들도 여전히 있다.  

라운드 후의 만남을 빗댄 19홀을 함께 하겠냐는 제안이나 홀컵을 구멍에 빗대어 아무렇지도 않게 성 담론을 펼치는 골퍼들도 있다. 골프와 섹스의 공통점, 불륜 커플 등 19금 대화들을 스스럼없이 하며 캐디의 반응을 살피고 재미있어하는 고객들도 아직 있다. 

 

익명성의 오류

 

과거 대기업에 근무하던 친구와 함께 예비군을 나갔다가 착실하고 법 없이도 살 것 같았던 그 친구가 야간훈련을 하던 도중 남의 집 담벼락에 소변을 보는 것을 보고 실망스러웠던 기억이 있다. 너무 아무렇지 않은 표정으로 시원하다고 말하는 그 친구는 담배꽁초도 화단 옆에 던져 버렸다. 

평소 회사에서는 깔끔하고 단정한 행동으로 늘 칭찬받으며 일을 하던 친구였는데, 그의 일탈은 본인을 알아보지 못한다는 것 때문에 일종의 가면을 쓴 느낌이 들어서였을까. 

일부 골퍼들도 어쩌면 이 친구와 같은 생각을 하는지도 모르겠다. 필드에는 CCTV나 블랙박스가 없으며 본인의 개인정보에 대해서는 골프장이 지켜줄 것이라 생각하는 듯하다. 

그도 그럴 것이 이런 성추행, 성희롱을 당한 캐디가 골프장에 피해 사실을 호소해도 대부분은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소문이 날 경우 내장객이 줄어들 것을 걱정해 품행, 용모 단정 등의 이유로 무마하기 바쁜 것도 사실이다. 더구나 고객 평점이 나빠지면 불이익을 받을 수 있기에 캐디가 참아야 하는 환경이 조성되기도 한다.

 

성희롱, 성추행 문제

 

이런 문제는 비단 여성 캐디에게만 국한된 문제는 아니다. 일부 여성 골퍼들의 경우 남성 캐디에게 아직 어린 것 같으니 우유를 주겠다며 가슴을 모으는 제스처를 취하기도 하며, 카트에서 캐디의 허벅지에 손을 올리고 있거나 대놓고 애프터를 요구하는 고객들도 있다고 한다. 심한 경우 고맙다면서 남성 캐디의 엉덩이를 치는가 하면 남성 골퍼들과 마찬가지로 홀컵을 빗대어 19금 대화를 하기도 한다. 물론 아직 여성 캐디에 비해 그 수가 많진 않지만, 점차 늘어나고 있는 남성 캐디에 대한 성희롱, 성추행도 많아지고 있다. 

사실 골프라는 것이 매너를 중시하는 신사의 스포츠라고 하지만, 골프 매너는 강제성이 있다기보다 골퍼 개인이 갖춰야 할 자질이기 때문에 골퍼 스스로가 에티켓과 매너를 갖추길 기대할 수밖에 없다. 사람과 사람의 관계에 있어 캐디도 존중해야 할 대상이라고 생각한다면 성희롱이나 성추행 문제는 벌어지지 않을 것이다. 

과거에는 골프를 시작한 뒤 처음 골프장을 찾는 것을 가르키는 말로 ‘머리 올린다’는 표현이 많이 쓰였는데, 성차별적인 발상이라는 지적으로 최근에는 이 말의 사용을 많이들 자제하는 분위기다.  

골프장에서의 성희롱, 성추행은 근절되어야 하며, 골퍼 개개인이 매너를 지키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다. 또 캐디들도 4~5시간 동반하는 골퍼들이 즐거운 라운드를 할 수 있도록 직업인으로서 전문지식을 쌓고 원활한 경기 진행을 보조해야 할 것이다.

 

 

GJ 강태성 이미지 GettyImag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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