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PGA SK텔레콤오픈, 백석현 우승 '무명의 반란'
KPGA SK텔레콤오픈, 백석현 우승 '무명의 반란'
  • 김태연
  • 승인 2023.05.21 18:22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국내 무대에서 무명에 가까웠던 백석현이 한국프로골프(KPGA) 코리안투어 SK텔레콤 오픈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생애 첫 번째 KPGA 우승의 감격을 맛보았다.

 

21일 제주도 서귀포시 핀크스GC(파71)에서 열린 2023 SK텔레콤 오픈(총상금 13억 원) 최종라운드에서 백석현은 이글 1개, 버디 3개, 보기 3개로 2타를 줄여 합계 13언더파 271타를 기록하며, 2위와 1타차로 짜릿한 우승을 차지하며 생애 첫 번째 우승컵과 우승상금 2억 6,000만 원을 차지했다.

 

 

3라운드까지 한 번도 선두에서 내려오지 않은 백석현은 최호성과 공동선두로 4라운드를 시작했다. 3번 홀에서 최호성의 버디로 뒤처지는 듯 했지만, 4번 홀에서 이글 퍼트를 넣으며 1타 차 선두로 뛰어올랐다. 5번 홀에서도 버디를 추가했고, 10번 홀에서도 두 번째 샷을 홀 1.5m 옆에 떨구며 3타 차까지 벌렸다. 하지만 무난한 듯 보였던 백석현의 생애 첫 번째 우승길은 막판에 험난해졌다. 백석현이 14번 홀에서 보기를 기록한 가운데, 2위 이태훈(캐나다)이 버디에 성공하며 1타 차이까지 따라잡은 것이다. 이후 이태훈의 보기를 틈타 2타 차로 벌리며 안정권에 드는 듯 했지만, 18번 홀에서도 티샷을 페널티 구역으로 보내 1벌타를 받고, 세 번째 샷을 벙커에 빠트리며 마지막 위기를 맞았지만, 침착하게 벙커샷을 홀에 바짝 붙이며 보기로 마무리했다. 백석현의 생애 최초이자 KPGA 코리안투어 56번째 출전 끝에 우승을 차지한 순간이었다.

 

올해 32살인 백석현은 짧지 않은 프로 커리어를 이어 나갔음에도 국내에서는 지명도가 높지 않았다. 주니어 시절을 태국에서 보냈고, 프로 커리어도 태국에서 시작했다. 이후 아시안프로골프투어와 일본투어 등에서 주로 활약했고, 또 군대에 다녀오느라 공백기를 가진 탓에 국내에서 그를 볼 기회는 많지 않았다. 2014년 CIMB 니아가 인도네시안 마스터스 준우승, 2013년 월드와이드 슬랑고르 마스터스 3위, 메이저 대회인 US 오픈 출전 경험 등 만만찮은 커리어를 보내며 남자골프 세계랭킹 185위에 오르기도 했지만 2015년부터 슬럼프에 빠졌다. 슬럼프를 극복하기 위해 한때 140kg에 달하는 몸무게를 3년간 60kg이나 감량하고, 이후 컨디션 관리를 위해 10kg을 증량하는 등 인고의 시기를 보냈다.

 

 

이후 백석현은 2020년 퀄리파잉스쿨을 거쳐 2021년부터 본격적으로 KPGA에서 뛰기 시작했다. 2021년 시즌 개막전이던 2021시즌 개막전 DB손해보험 프로미오픈 1라운드에서 나쁘지 않은 성적을 기록하며 잠시 눈길을 끌었지만, 이후 크게 눈에 띄는 성적을 보여주지는 못했다. 올 시즌도 마찬가지였다. SK텔레콤 오픈에 앞서 4번의 대회에서 출전했지만 두 번 컷 탈락을 했고, 최고 순위도 골프존 오픈에서 기록한 공동 45위였다. 이 때문에 이번 대회에서도 그를 우승 후보로 뽑는 사람은 없었다.

 

하지만 백석현은 악천후로 이틀에 걸쳐 진행된 1라운드에서 9언더파 62타로 선두를 기록했고, 2~4라운드까지 한 번도 선두를 내주지 않고 와이어투와이어 우승을 차지하며 단박에 자신의 이름을 팬들에게 각인시켰다. 그가 이번 대회에서 거둔 우승 상금 2억 6,000만 원은 이 대회 이전까지 48개 대회에서 벌어들인 상금 총액인 2억 3천51만 원보다 많다. 막대한 상금은 물론, 2027년까지 시드 걱정 없이 KPGA 코리안투어에서 선수 생활을 이어나가게 되었다.

 

 

우승 후 백석현은 “이런 기분인 줄 몰랐다. 말로 표현할 수 없이 기쁘다”, “아내와 장인, 장모께 멋진 모습을 보이고 싶었다”며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또한, “4년이라는 여유가 생겼으니 스윙 등을 교정해 더 나은 선수가 되겠다. 올해는 국내 투어에서 집중하고 연말에 아시안투어 퀄리파잉스쿨에 응시해서 한국과 아시안투어를 병행하고 싶다”며 미래에 대한 계획도 밝혔다.

 

 

백석현과 마지막까지 우승 경쟁을 펼친 이태훈은 12언더파 272타로 단독 2위, 디펜딩 챔피언 김비오는 송민혁, 이태희와 함께 10언더파 274타로 공동 3위에 올랐다. 이승택이 9언더파 275타로 6위, 함정우, 김민규, 김학형, 이재경이 8언더파 276타로 공동 7위를 기록했다. 대회 집행위원장 겸 선수로 출전한 최경주는 5언더파 279타로 공동 19위에 올랐다.

 

한편, 매년 정보통신기술(ICT)과 골프를 접목하며 눈길을 끈 SK텔레콤 오픈답게, 올해에도 눈에 띄는 이벤트가 있었다. 바로 한국 골프의 전설이자 이번 대회에서 집행위원장 겸 선수로 출전한 최경주를 AI로 재탄생시킨 ‘AI 최경주’ 였다.

 

AI 최경주는 SK텔레콤이 보유한 AI 기반 미디어 기술과 골프존이 GDR에서 제공하는 AI 스윙분석 서비스를 기반으로 만들어졌다. 골프존에서는 AI 최경주를 위해 기존 기술을 더욱 가다듬어 각 골퍼의 스윙을 50가지로 분류하고 해결책을 제시하는 시나리오를 만들어 제공했고, 이를 바탕으로 SK텔레콤이 만들어낸 AI 휴먼 기술을 통해 AI로 재구성하였다. 이렇게 스윙 분석 서비스 및 시나리오, 또 최경주의 과거 영상에서 추출한 얼굴과 음성 데이터, 휴먼 모델링 기술과 음성합성 TTS(텍스트 투 스피치) 엔진을 결합하여 AI 최경주가 완성되었다. 이렇게 만들어진 AI 최경주는 갤러리의 스윙을 코치해 주는 건 물론, 방송 중계 중간에 대회 정보와 관전포인트 등을 알려 주는 등 종횡무진으로 활동하며 맹활약을 펼쳤다.

 

 

GJ 김태연 이미지 KPGA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하단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