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꼼수가 너무해’… 홀컵 키운 골프장부터 홀인원 사기까지
‘꼼수가 너무해’… 홀컵 키운 골프장부터 홀인원 사기까지
  • 전은미
  • 승인 2023.05.20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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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설계사가 연루된 홀인원 보험 사기

 

골프의 인기가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홀인원 보험’을 이용해 보험 사기를 행한 설계사들이 무더기로 적발됐다.

최근 금융감독원은 감사를 통해 ‘홀인원’과 관련된 보험 사기 사례를 대거 적발했다. 삼성화재의 한 보험설계사는 홀인원 축하 비용을 신용카드로 결제한 후 이를 취소하는 수법으로 허위 영수증을 제출해 보험금 500만원을 수령했다가 발각됐다.

현대해상과 드림라이프 보험대리점의 설계사들과 유퍼스트보험마케팅 보험대리점 인슈코아소속의 보험설계사들 역시 동일한 수법을 활용해 홀인원 보험 사기를 쳤다가 금감원 측에 발각됐다.

오랜 시간 동안 골프를 쳐온 베테랑 골퍼들도 쉽게 경험할 수 없는 홀인원, 홀인원을 하기 위해서는 실력뿐만 아니라 운도 따라주어야 한다. 세계적인 골퍼들도 쉽게 성공할 수 없는 것이 홀인원인데, 거리뿐만 아니라 바람 등 주변 환경의 영향 역시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홀인원보험은 관련 보험에 가입한 골퍼가 홀인원에 성공할 경우 기념품 구입이나 축하 만찬, 축하 라운드 등에 들어가는 비용을 보상받을 수 있는 특약보험이다. 저렴한 가입비로 홀인원 잭팟을 노릴 수 있기 때문에 이미 수십만명의 골퍼들이 가입할 만큼 인기가 많은 상품이다.

여러 보험사에서 앞다퉈 홀인원 보험을 출시한 것 역시 현실적으로 홀인원 보험에 가입하는 이들보다 보험금을 수령하는 이들이 훨씬 더 적을 것이라는 계산에서였다. 하지만 4시간 이상 라운드를 돌다가 언제 어디서 홀인원이 나올지는 그 누구도 알 수 없는 만큼 이를 검증하는 과정에서 허점이 존재했다. 보험사와 가입 고객들 간의 계약을 중개하며 전문적인 서비스를 제공해야 하는 보험설계사들은 홀인원 보험의 허점을 누구보다 더 잘 인지하고 이같은 범죄를 저지른 것으로 보인다.

 

홀컵 키워 고객 유치에 나선 골프장의 꼼수

 

 

지난 3월 진행된 한국프로골프(KPGA) 2부인 2023 스릭슨투어 1회 예선 당시 경기가 도중 취소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해당 경기가 진행된 골프장의 홀컵 크기가 규정보다 6mm 가량 크다는 사실이 발견됐기 때문이었다.

골프 규칙에 의하면 홀컵 직경은 108mm, 깊이는 최소 101.6mm 이상, 원통은 지면으로부터 최소 25mm 아래로 묻혀 있어야 한다. 하지만 해당 골프장의 홀컵은 이 규칙에 어긋났기 때문에 도중에 경기가 취소되는 웃지 못할 해프닝이 발생한 것이다.

그렇다면 문제의 골프장 홀컵 크기는 왜 기준에 부합하지 않았을까? 단순히 이를 설계하고 제작하는 이들 중 누군가의 실수였던 것일까? 정답은 ‘NO’이다.

최근 몇몇 골프장들은 고의적으로 홀컵의 크기를 키워 고객을 유치하는 이른바 ‘꼼수’를 사용하고 있다. 홀컵의 크기를 규정에 비해 크게 만들면 대부분의 골퍼는 이를 쉽게 인지하지 못한다. 직경 6mm 정도는 아주 미세한 수치인만큼 육안으로 이같은 차이를 파악한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실제로 플레이를 해보면 그 차이를 명확하게 느낄 수 있다. 홀컵이 미세하게나마 커진 만큼 골퍼들은 “이 골프장에만 오면 유독 퍼팅이 잘 된다”는 착각에 빠지게 되는 것이다.

골프를 향한 대중들의 관심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홀컵의 사이즈를 미세하게 늘리는 꼼수를 쓰면 그만큼 빠르게 단골을 유치할 수 있다. 다른 골프장에 비해 퍼팅이 잘 되는 골프장을 찾지 않을 골퍼들은 없으니 말이다.

게다가 홀컵의 사이즈를 키워 누구나 퍼팅이 잘되도록 만들면 그만큼 경기 진행 속도 역시 빨라진다. 골프장 입장에서는 주어진 시간 동안 최대한 많은 이용객을 받는 것이 이득이니, 빠른 경기 진행을 위해서라도 홀컵을 인위적으로 크게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이 다수 골프장에서 전염병처럼 퍼지고 있는 것이다.

 

골프가 갈수록 예능화, 희화화되는 안타까운 현실

 

홀인원 보험 사기를 치다 발각된 보험설계사와 단골 유치를 위해 인위적으로 홀컵의 크기를 키우는 골프장. 자신의 이익을 위해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어버린 사람들로 인해 골프는 갈수록 예능화 되거나 희화화되고 있다. ‘SG발 주가폭락’ 사건의 주범 라덕연의 범죄 행각을 다루는 뉴스에서도 빠지지 않고 언급되는 것이 바로 골프이다.

오랜 시간 동안 부유층들의 전유물로 인식됐던 골프가 이제야 대중들에게 사랑을 받기 시작했는데, 모처럼 찾아온 소중한 기회가 웃음거리로 전락하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 앞서는 순간이다.

 

 

GJ 전은미 이미지 GettyImag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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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j 2023-05-23 00:02:27
좋은 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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