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나지 않은 공직자 골프 논란
끝나지 않은 공직자 골프 논란
  • 김상현
  • 승인 2023.05.15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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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표 대구시장이 대구시 후원으로 대구시 공무원 골프대회를 열어 논란이 되면서 공직자 골프 논란이 다시 한번 수면 위로 떠올랐다. 이 문제를 어떻게 바라보아야 할까?

 

최근 홍준표 대구시장이 대구시 후원으로 시청 공무원과 구청·군청 직원이 참가하는 골프대회를 열어 논란이 되었다. 과거 홍 시장은 경남지사로 재직했던 2015년에도 공무원 사기 진작을 이유로 ‘경남도지사배 공무원 골프대회’를 개최했다 논란이 된 적이 있다, 그로부터 8년이 지난 2023년, 이번에는 시장 신분으로 골프대회를 후원했다가 다시 한번 논란에 휩싸인 것이다.

 

대구시 공무원골프대회 논란

 

이번 ‘대구시 공무원골프대회’는 5월 7일 정오에 경남 창녕군 소재 동훈 힐마루 골프&온천리조트에서 시 소속 공무원, 지역 8개 구·군과 대구시 편입을 앞둔 군위군청 소속 공무원 등 40여 개의 팀과 160여 명이 참가한 가운데 열렸다. 주최 단체는 대구시 골프동호회인 이븐클럽이며, 대구시는 이 동호회에 1,300만원을 후원했으며, 그린피, 카트비, 캐디피 등의 경비는 참가자가 각자 부담했다.

대회에 앞서 이러한 사실이 알려지자, 즉각 반발 여론이 일었다. 먼저 대구시가 후원하는 1,300만원이라는 예산이 과도하다는 지적이 있었다. 대구시가 올해 지출한 축구, 마라톤, 볼링 등에 지원한 금액보다 훨씬 많은 금액이 골프대회에 지출되었다는 것을 문제 삼은 것이다.

또한, 대회 참가자가 주로 고위직 공무원을 중심으로 구성된 것도 논란이 되었다. ‘고위 공직자만 참여할 수 있다’라고 규정에 명시한 건 아니지만, 주최 측에서 ‘부서의 장이라면 가능한 한 꼭 출전할 수 있도록 부탁한다’라는 내용의 메일을 보내는 등 사실상 고위 공무원을 위한 대회라는 지적이 나왔다. 게다가 참가자 중 일부는 자의가 아니라 반강제로 참여하는 형태가 되었다는 보도도 나왔고, 대회가 열리는 골프장이 홍 시장이 자주 찾는 곳이라는 점 또한 논란이 되었다.

 

홍준표 대구시장의 반박

 

이러한 반발과 논란에 홍 시장은 특유의 직설적인 화법으로 반박했다. 홍 시장은 본인의 SNS에 “한국 남녀 골프선수들이 세계를 제패하고 있는데 왜 좌파 매체들은 골프를 기피 운동으로 취급하는가”라고 전제했고, “역대 정권이 출범할 때마다 공직기강을 잡는 수단으로 골프를 명시적, 묵시적으로 통제했지만, 시대가 달라졌고 세상이 달라졌다”, “당당하게 내 돈 내고 실명으로 운동한다면 골프가 기피운동인가”라고 말했다. 또한, 골프대회의 명분이나 후원금에 대한 비난을 의식한 듯 “(골프대회는) 신공항특별법 통과에 수고한 공무원들 자축 차원에서 하는 것”, “지원하는 예산 1,300만원도 애초에는 내 개인 돈으로 하려고 했는데 선거법 위반이라고 해서 공무원 동호인 클럽 지원 예산 중에서 선관위의 자문을 받아 집행하는 것”이라고 항변했다. 또 자신의 단골 골프장에서 대회가 열린다는 비판도 인식한 듯 “대구 시내 골프장은 한 곳만 있는데 그곳은 회원제라 주말에 통째로 빌릴 수 없다”, “이번에 가는 곳은 회원들에 대한 민폐가 없는 퍼블릭골프장으로 대구에서 차로 40분밖에 안 걸린다”고 반박했다.

 

공직자 골프를 바라보는 시선

 

과연 이 문제를 어떻게 바라보아야 할까. 먼저 지금까지의 정황을 종합해 보면, 홍 시장이나 대구시가 골프대회 후원 과정에서 법이나 규정을 어긴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실제로 이번 골프대회를 비판하는 측에서도 ‘법이나 규정을 어겼다’고 주장하지는 않고 있다.

홍 시장의 비판 대열에 합류한 더불어민주당 대구시당은 “공무원 취미생활을 위해 대구시가 1,300만원을 왜 지원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 “대구시가 후원하는 1,300만원은 대구시민들의 피와 땀이 서린 세금이다”, “홍 시장과 대구시 공무원들은 이 대회가 시민들의 세금이라는 인식을 자각하길 바라며, 즉시 대회를 취소하고 현재 대구시의 현안 해결에 앞장서길 바란다” 라고 비판했다.

여당 정치인 중에서도 야당과 여러 번 날을 세운 홍 시장의 이번 행동에 법적 문제의 소지가 있었다면 그 점을 먼저 지적했겠지만, 이번에는 ‘불법’이나 ‘규정 위반’에 대한 언급은 없다. 야당뿐만이 아니라 다른 비판 의견도 마찬가지다. 즉, 법적으로는 문제없는 대회로 보인다.

물론 공직자, 나아가 고위 공직자에게는 ‘법만 잘 지키는 것’ 이상의 윤리의식이 요구된다. 하지만 ‘고위 공직자는 법을 잘 지키는 것 이상의 윤리의식을 가져야 한다’는 논리가 ‘고위 공직자는 골프를 치거나 골프대회에 후원하면 안 된다’라는 논리로 이어질 수는 없다.

 

논란이 남긴 것

 

사실 골프 업계의 시각에서는 이번 논란은 반발하는 측에 먼저 아쉬운 소리가 나올 수밖에 없다. 골프가 아닌 축구나 야구, 등산 대회였어도 이렇게 논란이 크게 불거졌을까? 아마 그렇지 않을 것이다. 이번 논란은 다른 무엇보다, ‘골프대회’라는 이유로 논란이 생기고, 또 커졌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과거 정치권이나 시민단체, 언론 등이 틈만 나면 골프를 ‘귀족 스포츠’로 지목하며 법적으로도 윤리적으로도 문제없는 골프 활동까지 딴죽을 건 행태가 다시 시작된 게 아니냐는 우려마저 든다.

물론 시각에 따라서는 홍 시장이나 대회 주최 측에 비판의 소지가 있다고 볼 수도 있다. 다른 행사에 비해 과도한 금액 지출. 공무원들에게 대회 참여를 독려하는 수준을 넘어, 반강제로 참여하는 사람도 있다는 일각의 의견. 대회가 열리는 곳이 홍 시장의 단골 골프장이라는 점 등은 법적으로는 문제가 없어도 논란의 소지는 있을 수 있는 사안이니 말이다.

이번 ‘홍준표 시장의 골프대회 후원 논란’은 그저 그런 해프닝으로 끝날 수도 있고, 더 큰 논란으로 남을 수도 있다. 안타까운 건 우리 사회에 ‘공무원이 골프를 치고 공직 사회에서 골프 대회를 여는 것’만으로도 문제라고 여기는 시각이 아직 남아있음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는 점이다. 이번 논란의 잘잘못을 따지는 것과는 별개로 이제 ‘골프는 귀족 스포츠’라는 선입견은 버려야 하지 않을까.

 

 

GJ 김상현 이미지 GettyImag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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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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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3 2023-05-19 21:51:58
망할 좌파놈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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