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공 비거리 제한 추진 YES or NO
골프공 비거리 제한 추진 YES or NO
  • 나도혜
  • 승인 2023.05.09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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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골프 규칙을 주관하는 USGA(미국골프협회)와 R&A(영국왕립골프협회)가 공동성명을 내고, 프로골프대회에서 골프공 성능을 제한하는 규칙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왜 USGA와 R&A는 예상되는 반발을 무릅쓰고, 골프공 비거리 제한 규정을 발표했을까?

 

기술 도핑 논란

 

골프도 기술 도핑 논란에서 자유롭지 않다. 물론 뛰어난 프로가 되려면, 무엇보다 실력이 좋아야 한다는 건 분명하다. 하지만 과학 기술이 프로의 경기력에 크게 이바지할 수 있다는 점 또한 이견의 여지가 없다. 골프용품에 기술 도핑 논란이 끊이지 않는 이유다. 

이 때문에 롱퍼터, 46인치가 넘는 골프 샤프트, 수평계 등이 프로 대회에서는 금지되었다. 이런 가운데, 골프공이 다음 타깃이 되었다. 세계 골프 규칙을 주관하는 USGA(미국골프협회)와 R&A(영국왕립골프협회)가 3월 15일 공동성명을 내고, 프로골프대회에서 골프공 성능을 제한하는 규칙을 만들겠다고 밝힌 것이다.

 

다음 타깃은 골프공

 

USGA와 R&A는 시속 127마일(약 204.4km) 스윙 속도로 골프공을 때렸을 때 비거리가 317야드(약 289.9m)를 넘지 않도록 하는 규정을 3년 안에 도입할 계획이다. 이 규정이 적용되면 거의 모든 프로가 현재 쓰는 공을 버리고, ‘덜 날아가는 공’으로 바꾸어야 한다. 당연히 비거리에도 큰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PGA 투어의 정상급 장타자 기준, 비거리가 15야드(약 13.7m) 정도 줄어들 것이라는 예측이다. 비록 프로에게만 적용되는 규칙이지만, 이 규칙이 적용되면 프로 골프계가 크게 요동칠 가능성이 높다.

 

골프공 비거리 제한 규정 발표 이유

 

대체 왜 USGA와 R&A는 예상되는 반발을 무릅쓰고, 골프공 비거리 제한 규정을 발표한 것일까? 

가장 큰 이유는 점점 비거리가 늘어나면서 골프의 본질이 훼손되고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실제로 이번 시즌 PGA 투어 선수들의 드라이브 평균 비거리는 297.2야드(약 271.8m)를 기록하였다. 20년 전의 기록인 285.9야드(약 261.4m)와 비교하면 4% 정도 늘었다. 여기에 평균 300야드 이상을 날리는 장타자도 같은 기간 9명에서 83명으로 크게 늘었다. 별다른 규정 변화가 없다면, 이러한 기조가 계속 이어지고 장타자가 더 늘어날 가능성이 대단히 높다.

이러한 비거리 증가 현상, 그리고 이 현상의 원인 중 하나로 꼽히는 골프공 비거리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는 적지 않았다. 골프계의 살아있는 전설 잭 니클라우스도 ‘공의 성능을 예전으로 되돌려 골프의 본질을 지켜야 한다’, ‘비거리 제한의 필요성을 인정한 미국골프협회와 영국왕립골프협회가 구체적으로 행동하지 않는다’ 등의 발언으로 골프계의 비거리 논란의 해법으로 골프공의 성능을 낮추는 것을 제시하기도 했다.

 

실제로 지나치게 길어진 비거리로 말미암은 부작용은 이미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다. 특히 장타자가 많아지면서 다양한 클럽을 사용하며 전략적인 게임을 펼치는 게 아니라, ‘드라이버, 피칭, 그리고 퍼팅 테스트’로 경기가 단순화되고 있다는 비아냥까지 나온다. 여기에다 높아지는 비거리에 맞추려다 보니 골프장 코스도 점점 길어지고 있다. 마스터스 대회장인 오거스타 내셔널의 상징적인 13번홀(파5)이 35야드 늘어난 545야드가 된 것이 좋은 예다. 코스가 길어지다 보니 경기 시간도 늘어나고 있으며, 골프의 본질이 훼손되고 있다는 우려마저 나온다. 결국, 이런 상황에서, USGA와 R&A가 예정된 반발을 무릅쓰고 극약 처방을 쓴 셈이다.

 

프로골퍼와 골프공 제조업체의 반발

 

다만 USGA와 R&A의 의도대로 골프공 비거리 제한 조치가 무사히 이루어질지는 장담하기 어렵다. 각계에서 반발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서로 앙숙인 PGA와 LIV 골프 소속 선수들이 이 문제만큼은 함께 비판하는 진풍경까지 벌어지고 있다. 남자골프 세계 10위 저스틴 토머스, 샘 번스, 브라이슨 디샘보 등이 이 문제에 대해 직설적으로 비판했고, 브랜든 매튜스처럼 골프공 비거리 제한 정책에 찬성하는 의견을 밝힌 선수는 소수다. 

USGA와 R&A의 정책에 대체로 찬동해온 PGA 투어도 이번 결정에는 유보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으며, 미국프로골프협회는 반대한다는 입장이다. 프로가 가장 많이 사용하는 타이틀리스트 골프공 제조업체인 아쿠쉬네트도 반대의 뜻을 명백히 밝혔다. 골프계 각계각층에서 반대 여론이 일고 있으니만큼, 골프공 비거리 제한 정책이 무사히 진행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이다.

 

골프공 비거리 제한 정책 성공할까

 

USGA와 R&A도 반발을 예상한 듯, 서두르지는 않는 모양새다. 두 협회는 골프공 비거리 제한 정책을 곧바로 시행하는 게 아니라 충분한 논의와 준비를 거친 후 2026년 1월부터 남자대회에 ‘모범 로컬룰’로 도입하는 것을 제한하였다. 규정은 당장 바꿀 수 있지만, 새 규정에 따른 골프공 개발, 제조, 사용까지는 적잖은 시간이 걸리기에 제도가 안착하는 데 3년은 필요할 것으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이 경우, 2026년 디 오픈 챔피언십과 US오픈이 새 규정의 우선 적용 대회가 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4대 메이저대회 중 마스터스와 PGA 챔피언십은 이 규정을 따르지 않을 수도 있기 때문에 혼선이 빚어질 가능성도 있다.

‘골프의 본질을 지키기 위해 골프공 비거리에 제한을 두어야 한다’. 예전부터 골프계 전반에서 꾸준히 나온 목소리에 결국 USGA와 R&A가 예상된 반발을 무릅쓰고 골프공 비거리 제한을 발표했다. 과연 이 정책은 성공할 수 있을까. 혹은 반대에 부딪혀 축소되거나, 좌초될까. 대답은 시간이 알려줄 것이다.

 

 

GJ 나도혜 이미지 GettyImag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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