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어지는 골프 혈세 낭비 논란
이어지는 골프 혈세 낭비 논란
  • 김상현
  • 승인 2023.04.27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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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가 혹은 골프에서 파생된 종목들이 점점 대중화되며 그만큼 골프 혈세 논란도 늘어나는 분위기다. 최근 골프계 혈세 논란으로는 어떤 것들이 있었는지 살펴보자.

 

세금 낭비 논란

 

흔히 세금을 ‘혈세’라고 부르며, 이는 중의적 표현이다. 세금을 내는 입장에서는 말 그대로 ‘피 같은 돈’을 내는 것이니 그만큼 내기 아깝다는 뜻에서 혈세라 부르며, 국민의 ‘피 같은 돈’을 받았으니 피처럼 소중하게 써야 한다는 뜻에서 혈세라 부르기도 한다. 그만큼 내는 입장에서는 피 같고, 또 받는 국가나 지자체에서는 소중하게 써야 하는 게 세금이다. 조금이라도 세금을 낭비하거나 필요한 용도에 꼭 맞게 쓰지 않으면 어김없이 ‘혈세 낭비’ 논란이 터지는 이유다.

골프 혈세 낭비 논란도 드물지 않다. 물론 사기업에서 운영하며, 국가 지원은 거의 받지 못하는 골프장이라면 혈세 논란에 휩싸일 일은 거의 없다. 하지만 골프가 혹은 골프에서 파생된 종목들이 점점 대중화되며 그만큼 골프 혈세 논란도 늘어나는 분위기다. 최근 골프계 혈세 논란으로는 어떤 것들이 있었는지 살펴보자.

 

서울동부구치소 직원용 스크린골프연습장 설치 관련 논란

 

최근 여러 언론이 서울동부구치소가 세금을 들여 직원용 스크린골프연습장을 만들려다 취소한 사건을 보도했다. 이 사건은 2월 서울동부구치소가 조달청 나라장터를 통해 ‘서울동부구치소 GDR 스크린 골프 장비 소액 수의계약 견적 제출 긴급 안내공고’를 내면서 시작되었다. 해당 스크린 골프연습장 설치 예산으로는 총 7,920만원이 배정되었고, 이후 입찰가로 약 6,912만 원을 제시한 업체가 1순위로 선정되었다. 문제는 해당 시설이 미결 피의자 구금시설인 구치소이며, 직원들이 쓸 골프연습장을 짓는 데 수천만 원의 돈이 들어감에도 별다른 검증도 없이 이루어졌다는 것이다. 

즉, 골프연습장을 짓는 것 자체가 문제라기보다는, 검증 없이 지나치게 서두른 게 문제가 된 사건이라 볼 수 있다. 

실제로 법무부에서는 이 문제가 논란이 되자 스크린골프장 설치 계획을 전면 중단하면서 다음과 같이 밝혔다. 우선 “격오지 근무 직원의 직무 스트레스 해소 등을 위해 경북 청송지역 교정시설에 야외 골프연습장을 설치·운영하고 있으며, 직원과 지역주민이 함께 사용하고 있다”라며 골프연습장 설치가 이례적인 일이 아니라고 설명했다. 또한, 스크린골프장을 설치한 이유에 대해서도 “일반적으로 교정시설에는 축구장, 테니스장 등이 있다”, “빌딩형 교정시설인 동부구치소는 공간적 한계로 인해 테니스장 1개소 외에 직원 체육시설이 없어 올 초 직원 의견수렴 절차를 거쳐 실내 골프연습실 설치를 추진했다”고 밝혔다. 즉, 적법하고 상식적인 절차를 거쳐 진행되었다면 큰 문제가 없었을 가능성이 크지만, 지나치게 서두르고 졸속으로 진행하다 결국 혈세 논란에 부딪혀, 사업이 좌초된 셈이다.

 

인천 서구청장배 골프대회 관련 논란

 

다른 사례도 살펴보자. 작년 11월 인천에서 열린 ‘서구청장배 골프대회’의 혈세 낭비 논란이 한 언론을 탔다. 작년 11월 16일 강원 평창군 알펜시아 리조트 내 골프장에서 ‘제7회 인천 서구청장배 골프대회’가 열렸는데, 인천 서구 현지가 아닌 다른 지역에서 열린 게 문제가 되고, 나아가 혈세 낭비 논란으로 이어졌다. 서구청장배 골프대회는 서구체육회가 주최하며, 서구골프협회가 주관하지만, 서구가 후원자이며, 따라서 세금이 투입된다는 점이 주된 논란이 되었다. 실제로 언론 보도에 따르면 2022년 서구 본예산안에 ‘구청장기배 종목별 대회’ 항목으로 1억 4,330만원이 편성되었다. 이 중 얼마가 문제의 골프대회에 투입되었는지 정확히 알기는 어렵지만, 세금이 어느 정도 투입되었을 가능성은 크다. 

이런 가운데 인천 서구가 아닌, 다른 지역의 골프장에서 대회를 열면서 논란을 자초한 것이다. 물론 인천 서구의 지원금을 받는 대회가 꼭 인천 서구 안 시설에서만 열려야 한다는 규정은 없지만, 주민의 시선을 고려하면 다소 현명하지 못한 처신을 했다는 비판이 나오는 건 타당해 보인다.

 

광명도시공사 운영 골프연습장 연습공 관련 논란

 

올해 1월에는 광명도시공사에서 7천여만 원을 들여 산 연습장용 골프공이 쓸모없어진 사건이 있었다. 광명도시공사가 광명시 하안동에서 운영 중인 광명골프연습장(72타석)이 매년 2회에 걸쳐 낡은 골프공을 교체했는데, 작년 10월 노후 골프공을 입찰을 통해 7,700만원의 예산으로 골프공 75,000개를 산 것이 문제가 되었다. 공사가 구입한 골프공이 그동안 사용하던 제품(2피스)의 강도에 못 미치는 소위 1피스 골프공으로 뒤늦게 확인된 것이다. 

결국, 새로 구입한 골프공을 쓰면 파손될 것이 우려되어 낡은 공과 교체도 하지 못한 채 새 골프공들은 창고에 보관 중이며, 이 때문에 문제의 골프연습장을 이용하는 고객들의 불만이 커졌다. 시설에 알맞은 골프공을 갖추는 건 골프연습장이 갖춰야 할 기본 중의 기본임에도, 이 기본에 소홀히 했다가 혈세를 낭비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되었다.

 

논란 방지를 위해 필요한 것

 

사실 ‘골프 혈세 논란’이 곧 ‘혈세 낭비’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명백한 혈세 낭비로 보이는 사례도 있지만, 정말 혈세 낭비인지 신중하게 접근해야 하는 사건도 있고, 세금을 쓰기 전에 논란이 터져 결과적으로 세금을 쓰지 않게 된 사건도 있다. 

골프 혈세 논란이 터지는 이유가 비교적 분명하고 뚜렷하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불투명한 과정, 졸속 진행, 당연히 지켜야 할 규정이나 상식을 지키지 않는 것 등이다. 이렇게 논란이 불거지면 설령 정당한 사업이고, 정당하게 세금이 투입될 예정이었다 하더라도 혈세 낭비 논란에 휩싸이면 이미지 저하는 피할 수 없고, 나아가 사업 좌초로까지도 번질 수 있는 점에서 ‘과정의 정당성’의 중요함이 두드러진다.

골프에 세금이 들어가는 건 나쁜 일이 아니며, 오히려 반가운 일일 수 있다. 하지만 세금이 들어가는 사업은 그렇지 않은 사업보다 철저히 준비하고 관리해야 한다는 점은 꼭 기억해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혈세 낭비 논란에 휩싸여 차라리 세금을 투입하지 않느니만 못한 결과를 맞이할 테니까.

 

 

GJ 김상현 이미지 GettyImag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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