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 경영 캐디 인권 문제 해결책 될까?
ESG 경영 캐디 인권 문제 해결책 될까?
  • 김상현
  • 승인 2023.04.04 09:0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골프장 캐디의 인권은 보호받아야 한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이 당연한 명제가 현장에서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 캐디가 여러 가지 형태로 인권 침해를 당하는 건 예나 지금이나 드물지 않은 일이며, 이러한 상황을 해결하기 위한 노력 또한 이어지고 있다.

 

한국 캐디의 인권 문제

 

캐디의 인권 문제란, 주로 ‘갑질’을 의미한다. 회사나 직장 선배, 혹은 고객이 갑질을 하거나 혹은 캐디에게 원치 않는 성적 접촉 등을 하는 게 주된 문제다. 물론 이러한 일은 전 세계 어떤 조직이나 업계에도 있을 법하지만, 한국 캐디 인권 문제가 꾸준히 제기되는 이유가 있다. 캐디가 근로자로서 신분이 불안정한 탓에 갑질을 당해도 저항하거나 바로잡기 어려운 상황에 놓여있기 때문이다. 캐디 인권 문제를 ‘어디에서나 있을 수 있는 일’이라는 식으로 개인적인 문제로 볼 게 아니라, 사회 구조적 문제로 보고 보다 적극적인 해결책을 고민해야 할 이유다.

2021년 관련법이 개정되며, 캐디는 특수고용직군에 포함되었고, 고용보험 혜택을 받게 되었다. 즉, 캐디도  노동자로서, 법적 보호를 받을 길이 열린 것이다. 하지만 여전히 법적 보호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일이 많다. 

 

고객에게 갑질 당한 모 골프장 캐디

 

최근 있었던 캐디 인권 유린 사건 두 개를 살펴보자. 작년 11월, 몇몇 언론이 모 골프장 캐디가 고객에게 갑질을 당한 사건에 대해 다루었다. 당시 고객들은 캐디 A 씨가 경기 진행을 재촉한다는 이유로 캐디의 무릎을 꿇리고 폭언을 퍼부은 것으로 알려졌다. 

설령 A 씨가 부당하게 재촉했어도 이러한 행동은 용납되기 어려운데, 그렇지만도 않았다. 문제의 고객들은 술에 취한 채 라운드를 돌았고, 경기 중에도 술을 마셔 경기를 지연시켜 뒤 팀이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었다. 즉, 캐디인 A 씨가 경기 속행을 요구할 수밖에 없었음에도, 고객들은 이러한 정당한 요구를 무시하고 나아가 A 씨에게 큰 모욕을 준 것이다. 결국, 갑질을 당한 A 씨는 논란 후 오래잖아 해당 클럽을 그만둔 것으로 알려졌다.

 

왕따로 인한 골프장 캐디 사망 사건

 

올해 2월에는 직장에서 지속적으로 괴롭힘을 당하다 극단적 선택을 한 골프장 캐디가 사망 후 2년 반 만에 법원에서 직장 내 괴롭힘 피해를 인정받고 보상을 받게 되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B 씨는 경기도의 한 골프장에서 근무하던 캐디였는데, 잠시 일을 쉬었다 다시 복귀한 후부터 직장 동료에게 괴롭힘을 당했다. 가해자로 지목된 C 씨는 B 씨에게 공개적으로 모욕하는가 하면, B 씨가 기숙사 룸메이트와 갈등을 빚었다며 기숙사에서 쫓아내고, 또 강하게 질책하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B 씨는 캐디들이 이용하는 인터넷 카페에 글을 올려 자신이 당한 일들을 폭로했지만, 골프장 측이 문제의 글을 삭제하고 B 씨를 카페에서 강제 탈퇴시켰다. 해당 카페에서 캐디들의 근무표나 근무수칙 등이 공유되는 터라 B 씨의 강제 탈퇴는 해고나 다름없는 조치였고, 결국 B 씨는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그리고 B 씨가 사망한 후 2년이 넘게 지난 후, 재판부에서는 이 사건이 ‘직장 내 괴롭힘’에 속한다고 보고, B 씨가 입은 피해와 그에 따른 책임을 인정했다.

 

두 사건이 남긴 것

 

이 두 사건은 캐디 인권 침해 문제가 단순한 개인의 일탈을 넘어 구조적인 문제임을 보여주는 사건이라 할 수 있다. 특히 문제가 되는 건 캐디의 특수고용노동자(특고) 신분이다. 특고는 근로기준법상 ‘노동자’로 인정되지 않으며, 그만큼 법적 보호를 받지 못하기에 갑질 피해 대응에도 취약하다. 

위에서 예로 든 사건들을 보더라도 A 씨는 논란 후 해당 클럽을 그만두어야 했고, B 씨도 당시에는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의 보호를 못 받는 건 물론 ‘산재보험 적용 제외 신청서’를 썼다는 이유로 산재도 승인받지 못했다. 캐디 인권 침해가 개인의 일탈을 넘어, 구조적인 문제임을 보여주는 사례들이다.

 

캐디 인권과 ESG 경영의 연관성

 

이런 가운데, 최근 ‘ESG’가 주목받고 있다. ESG란 환경, 사회, 지배구조를 뜻하며, 기업이 환경 문제, 사회공헌, 윤리경영에 고루 관심을 두고 일정 수준 이상의 대응능력을 보여주어야 한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ESG라는 개념은 이전부터 존재했지만, 올해 산업계에서 가장 중요한 화두 중 하나로 여겨지고 있다. 

유럽연합(EU)이 내년부터 회원국과 거래하는 기업을 상대로 협력업체까지 ESG 경영을 해야 한다는 ‘공급망 실사법’(기업 지속가능성 공시 지침)을 시행하면서, 국내 기업도 ESG에 더욱 진지하게 접근하고 있기 때문이다. 기업의 규모를 막론하고, ESG 경영을 안 하면 경쟁사에 밀릴 수 있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ESG 경영은 제조업을 넘어 서비스업, 즉, 골프장에서도 주목해야 할 개념으로 여겨지고 있다. 

실제로 최근 제주도의 한 골프장은 최근 캐디 인권 보호와 식당 위생관리 같은 ESG 요소를 점검하는 컨설팅을 받으며 화제가 되기도 했다. 캐디 또한 골프장에서 일하는 근로자에 속하니만큼, 캐디의 인권 문제에 소홀히 하면 ‘경영 리스크’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사회적으로 ESG의 중요성이 날로 두드러지고 있음을 고려하면, 결과적으로 전국 골프장에서 ESG를 중시하고, 그만큼 캐디의 인권에 좀 더 관심을 기울여 캐디 인권이 개선되는 선순환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엿보인다.

때로는 당연한 말이, 현실에서 제대로 지켜지지 않을 때가 있다. 캐디 인권 문제도 그러했다. 이 당연한 권리를 지키기 위해 캐디들이 여러 형태로 자신들의 현실을 고발하거나 캐디의 이익을 대변할 대한캐디협회를 설립하고 사단법인으로 인가받는 등의 노력이 이어졌고, 최근에는 ‘ESG 경영의 대두’라는 변수까지 등장했다. 

분명한 것은 인권은 관습, 비용, 효율성보다 앞서 고려해야 할, 모든 사람이 마땅히 누려야 할 권리라는 것이다. 캐디 인권 보호의 목소리와 필요성이 높아지는 만큼, 실질적으로 캐디 인권이 높아지는 결과가 나오기를 기대한다.

 

 

GJ 김상현 이미지 GettyImages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하단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