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 예능 전성시대, 그 이면의 문제점
골프 예능 전성시대, 그 이면의 문제점
  • 강태성
  • 승인 2023.04.01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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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다양한 미디어가 공존하는 시대다. 과거 공중파 방송국, 라디오가 전부였던 방송국은 종편과 각 분야별 전문 방송국이 더해져 수백개에 이른다. 이제 보편적인 미디어 시청 매체인 케이블 TV 편성표는 그 글씨를 다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빽빽하고 편성표에 있는 방송국들의 프로그램 중 상당 수를 모르고 넘어가는 일도 다반사다.

 

최근에는 방송을 수동적 입장에서 소비하는 시청자들이나 청취자들이 미디어 콘텐츠의 생산자로 나서고 그에 따른 수익을 창출하는 또 다른 방송 영역이 생겨났다. 개인방송은 이제 일반 미디어 이상의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고 그 시장규모도 매우 커졌다. 유튜브나 각종 SNS는 사적인 소통의 공간을 넘어 또 다른 미디어로 유행이나 여론을 선도하고 있다.

 

이렇게 다변화된 미디어 환경은 문화와 예술 전반에도 큰 영향을 주고 있다. 대중들에게 자신을 알릴 방법이 다양해지고 예상치 못한 곳에서 유행이 창출되고 새로운 스타가 탄생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어쩌면 지금의 미디어 환경은 모두에게 기회가 열려 있다고 할 수 있다. 대신 기존에 주류로 자리했던 분야에는 큰 위기가 되고 있다.

 

이 흐름속에서 골프는 변화한 미디어 환경이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나날이 발전하는 경기 중계방송 기술은 지루한 스포츠라는 골프에 대한 편견을 지워냈다. 우리나라에서는 국제대회에서 활약하는 우리 선수들의 활약상이 실시간으로 중계되고 전달되면서 골프에 대한 대중들의 관심을 높일 수 있었다. 그 속에서 대중들은 골프가 흥미롭고 재미있는 경기임을 인지할 수 있었다.

 

이와 함께 예능이 방송의 중요한 대세로 자리잡은 것도 골프에는 호재가 됐다. 예능은 다양한 소재를 방송에 녹여내는 게 특징이다. 개그 장르에서 시작해 일상이 될 수도 있고 여행이 소재가 될 수 있다. 최근에는 스포츠와 예능이 결합한 프로그램이 다수 등장했다.

 

그 프로그램 중 골프는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그 과정에서 미국 골프 무대에서 큰 활약을 하며 우리나라 골프의 위상을 크게 높였던 박세리는 골프 영웅에서 예능의 블루칩으로 예능인으로도 자리를 잡았다.

 

골프는 방송측면에서 다양한 화면 구성이 가능하고 다양한 에피소드를 만들 수 있다. 여기에 골프 선수가 아닌 연예인, 골프 외 다른 종목 운동선수, 저명 인사들이 골프 예능에 참가해 또 다른 재미를 주고 있다. 이들은 각 분야에서는 최고 자리에 올랐지만, 그들의 분야가 아는 골프에서는 어설픔을 피할 수 없다. 이 점이 오히려 대중들에게는 또 다른 재미를 주고 있다.

 

골프 예능은 그 유행이 빠르게 변하는 현실에도 여전히 힘을 얻고 있다. 스포츠 TV는 물론이고 각 종편, 지상파 방송에서도 골프는 주목받는 예능이다. 그 외에 다수의 매체에서 골프가 소재가 되고 있다. 더 긍정적인 건 골프 예능이 일시적인 유행이 아닌 지속성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만큼 대중들이 골프에 대한 관심이 크고 재미를 준다고 할 수 있다.

 

이런 골프의 미디어 노출 증가는 골프의 저변 확대라는 측면에서 상당한 효과가 있다. 대중들이 골프를 보다 친숙하게 접할 수 있고 이는 골프가 대중적이지 않다는 편견을 벗어나게 해준다. 지속적인 미디어 노출에 따른 홍보효과는 말할 것도 없다.

하지만 그 속에서 아쉬움도 존재한다. 골프가 희화화 될 수 있다는 점은 우려되는 점이다. 예능은 재미를 줘야 하는 프로그램이다. 그 속에서 골프는 하나의 수단으로 사용되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이는 골프의 스포츠로서의 본질의 희석될 수 있다.

 

여기에 출연자 구성에서는 남성들이 주류를 이룬다는 점도 아쉬움이 있다. 골프는 여전히 중장년 이상의 부유한 남성들의 스포츠라는 인식이 여전히 남아있다. 최근 청년층과 여성 골프 인구가 늘어나긴 했지만, 아직은 골프 인구의 편중현상이 남아있다.

또한, 골프 예능에 나오는 여성 출연자들의 역할 역시 보조적이고 소극적, 수동적인 모습으로 비춰지는 것도 골프에 대한 잘못된 편견을 가져올 수 있다.

 

이는 골프의 흐름과도 배치된다. 우리나라 골프의 위상을 높이고 그 실력을 인정받게 하는 데 있어 여성 선수들의 영향력은 매우 컸다. 그로 인해 LPGA에서 우리나라 선수들의 비중은 절대적이다. 이를 바탕으로 국내 골프 투어에서도 여성 선수들의 투어가 더 많은 스폰서와 관심을 받고 있다. 골프 예능의 프로그램 구성은 이와는 배치되는 부분이 있다.

 

여기에 예능에 출연하는 선수들 역시 그 이미지가 재미라는 목적에 쉽게 소모된다는 점도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방송의 속성이기는 하지만, 보여지는 것이 중요해지면서 선수에 대한 선호도가 실력과 실적이 아닌 외모 등에 더 초점이 맞춰지는 현상이 더 강해지는 건 경계해야 할 부분이다.

경기 외적인 요인으로 선수가 더 주목받는다는 건 당장은 종목에 도움이 될 수 있지만, 그 관심을 지속 가능한 것으로 만들기에는 한계가 있다. 결국, 그 종목에 대중들이 재미를 느끼고 함께 해야 가능한 일이기 때문이다.

 

지금도 TV를 보면 곳곳에서 골프 예능을 볼 수 있다. 골프팬들에게는 더 없이 반가운 일이다. 하지만 골프계가 이런 우호적인 미디어 환경이 골프에 어떤 긍정 영향을 미치는지 저변을 넓히는지에 대한 보다 세밀한 분석을 했는지는 의문이다.

방송에 나오는 것 자체만으로도 감사하다는 식의 소극적 대응은 미디어의 순기능을 자신으로 것으로 만들 수 없다. 이제는 미디어를 적절히 잘 활용하고 있는지도 다시 살펴야 한다.

 

인기는 영원할 수 없고 대중들의 성향을 빠르게 변화하기 때문이다.

 

이제 골프계는 골프가 예능의 소재로 각광받는 것을 흐뭇하게 지켜보는 것에서 벗어나 경기로 즐기고 직접 하기 좋은 스포츠로 자리잡도록 하는 노력을 병행할 필요가 있다. 즉, 골프가 예능의 소재, 수단으로 남기 보다는 골프가 미디어를 잘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

 

 

GJ 강태성 이미지 GettyImag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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