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A 노컷 대회 확대… 파격인가, LIV 견제인가
PGA 노컷 대회 확대… 파격인가, LIV 견제인가
  • 김태연
  • 승인 2023.03.04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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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프로골프(PGA) 투어에서 내년부터 노컷 대회(컷오프 없는 대회) 8개를 개최한다. LIV 골프와 대립하고 있는 PGA에서, LIV에 대한 견제의 하나로 노컷 대회를 개최하는 게 아니냐는 설왕설래가 무성하다.

 

내년부터 총 8개의 노컷 대회 개최하는 PGA 투어

 

3월 2일(한국시간), PGA 투어 측은 로리 매킬로이 등 선수 위원이 포함된 정책위원회의 승인을 통해 내년부터 선수 70~80명만 출전해 총 8개의 노컷 대회를 치를 계획을 밝혔다. 이처럼 컷오프가 없는 노컷 대회는 사실상 출전선수 모두가 상금을 받는 LIV 골프의 방식을 따른 것으로 해석된다. 현재 LIV 골프는 48명이 참가해 컷 없이 54홀 경기를 치러 우승자를 가리는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차이점도 있다. PGA 투어에서는 세계랭킹 포인트를 유지하기 위해 54홀이 아닌 기존 72홀을 규모로 대회를 진행할 예정이다.

이번 PGA 투어의 노컷 대회 확대 조치는 파격적인 것으로 여겨진다. 그동안 PGA 투어에서는 대회 대부분을 컷 탈락 제도가 존재하는 72홀 규모로 여는 것을 고수해 왔기 때문이다. 심지어 컷 없는 54홀 대회를 여는 LIV 골프를 일컬어 ‘가짜 대회’라고 비난하기도 했다.

물론 PGA 투어에 노컷 대회가 아예 없었던 건 아니다. 센트리 토너먼트 오브 챔피언스, 더CJ컵, 조조 챔피언십 등 일부 대회는 노컷 대회로 치러졌다. 지금처럼 LIV 골프와의 대립이 격화되는 가운데, PGA가 노컷 대회를 8개로 늘렸다는 건 의미가 작지 않다. 최근 PGA가 최정상급 선수들에게 더 많은 상금이 돌아가도록 메이저대회를 포함해 17개 특급 대회를 지정해 총상금을 최하 2,000만 달러로 올린 조치에 이어, LIV를 상대하기 위한 카드를 하나 더 마련했다고 볼 수 있다.

 

PGA는 왜 노컷 대회를 확대했을까

 

대체 왜 역사와 전통의 PGA가 자신들이 ‘가짜 대회’ 라고까지 폄하한 LIV 골프 방식을 따라 하듯, 노컷 대회를 확대한 것일까. ‘자신들이 비판하던 단체를 벤치마킹했다’는 비아냥을 살 수 있는데 말이다.

무엇보다 현실적인 문제가 컸던 것으로 보인다. 즉, PGA 투어 선수들의 LIV 골프 이적이 계속되자 이를 막거나 견제하는 목적이 가장 컸던 것으로 보인다.

PGA 투어가 노컷 대회를 대폭 확대하면서 고민을 한 흔적은 여기저기에 있다. 우선, 노컷 대회의 문턱은 상당히 높을 것으로 알려졌다. 지금까지 나온 정보에 따르면 전년 페덱스컵 랭킹 50위, 세계랭킹 30위, 대회가 열릴 무렵의 페덱스컵 랭킹 10위, 우승자 등만이 노컷 대회 출전 자격을 획득할 수 있다. 함량 미달 선수가 노컷의 혜택을 받아 상금을 ‘무임승차’ 하는 일은 일어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또한, 노컷 대회 확대는 특급 대회, 즉, 총상금 2,000만 달러 이상의 대회 중 선택될 것으로 알려졌다. 4대 메이저와 플레이어스 챔피언십은 제외되고, 이들을 제외한 다른 특급 대회 중 노컷 대회가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 동시에 PGA투어는 메이저대회와 플레이어스 챔피언십, 총상금 2,000만 달러 등 특급대회 의무규정을 없앰으로써 선택의 폭을 더욱 넓힐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PGA 노컷 대회 확대 방침이 업계에 미칠 영향

 

그렇다면 PGA 노컷 대회 확대 방침은 PGA에, 나아가 업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선수들의 반응은 대체로 긍정적이다. 사실 선수로서는 노컷 대회 확대를 반길 수밖에 없다. 컷오프 없이 참가선수 누구나 적잖은 상금을 얻을 수 있는 대회가 확대된다는 건, 좀 더 쉽게 돈을 벌 기회이니 말이다.

실제로 예상보다 많은 상위권 랭커가 LIV 골프로 이적한 이유 중 하나가 팬들에게 비난받고 세계랭킹 포인트에서 손해를 보더라도, 48명이 출전해 컷오프 없이 54홀 대회를 돌고 출전선수 모두에게 상금이 돌아가는 방식에 큰 매력을 느꼈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이런 기회가 PGA에도 확대된다면, 비록 문턱이 높다 해도 PGA 소속 선수로서는 매력적으로 보일 수밖에 없다. LIV의 방식에 매력을 느껴 이적하고 싶은 마음이 있는 상위권 랭커가 이번 조치로 한 번 더 생각해볼 가능성도 있다.

로리 매킬로이는 “컷 없는 대회에는 누구나 자격을 갖추면 출전할 수 있다. 공정하다”, “(부진하던 선수도) 2, 3개 대회에서 잘 치면 컷 없는 대회에 나설 수 있다”, “노컷 대회가 문제인 유일한 이유는 LIV 골프가 생겼기 때문이다”, “PGA 투어에도 이미 컷오프 없는 대회의 선례가 있다. 팬과 스폰서들은 주말까지 스타를 보기를 원한다” 등의 발언으로 해당 조치를 환영한다고 공개적으로 밝혔다. 스코티 셰플러, 맥스 호마도 이번 정책에 기대한다는 뜻을 밝혔다.

물론 PGA 방침에 반발하거나 비꼬는 여론도 있다. LIV는 “모방은 아첨하는 가장 적극적인 방식”, “PGA 투어가 (골프의) 미래에 온 걸 축하한다”라며 비꼬았다. 자신들이 대대적으로 선보인 ‘54홀 노컷 대회’가 골프의 미래이며, PGA가 이를 뒤늦게 따라왔다고 대놓고 빈정거린 셈이다. 현재 LIV 골프에서 뛰고 있는 리 웨스트우드도 SNS에서 “작년에는 컷 있는 72홀 대회만 진짜 골프 대회라고 그렇게 떠들어대더니”라면서, PGA를 비꼬았다.

싸울수록 서로 닮아간다고 했던가. 그토록 LIV 골프에 대한 비난과 방해를 이어가던 PGA가 ‘자신들이 비난하던 단체를 벤치마킹했다’는 비아냥을 감수하고 노컷 대회를 확대한 건 여러 가지 여러모로 흥미롭다. 무엇보다도 이번 PGA의 조치로 LIV 골프가 PGA가 무시할 수 없는 단체가 되었다는 게 다시 한번 증명되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니 말이다. 과연 PGA와 LIV의 대립 구도가 앞으로 어떤 결과물을 만들어낼지 주목된다.

 

 

GJ 김태연 이미지 PG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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ㅇㅇ 2023-03-06 08:42:50
78홀이 아니라 72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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