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의 여자골프 도전 성공할 수 있을까?
사우디의 여자골프 도전 성공할 수 있을까?
  • 김태연
  • 승인 2023.02.21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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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람코사우디레이디스인터네셔널 1R 임희정의 어프로치 샷

 

남자골프만으로는 성에 차지 않은 것일까. 최근 사우디아라비아의 여자골프를 향한 관심과 투자도 심상치 않다.

 

사우디아라비아가 오일 머니를 무기로 남자 골프계를 향해 야심차게 던진 출사표는 ‘LIV 골프’로 실현되었다. 비록 말도 많고 탈도 많지만, 출범 후 1년이 지난 현재 LIV 골프는 세계 골프 지형을 바꾸었다는 평가를 받으며, PGA마저도 무시할 수 없을 만큼의 존재감을 자랑하고 있다.

남자골프만으로는 성에 차지 않은 것일까. 최근 사우디아라비아의 여자골프를 향한 관심과 투자도 심상치 않다. 남자골프에 출사표를 던졌을 때처럼 ‘오일 머니’를 무기 삼아 판을 키우고 거물 선수들을 끌어모으며 한껏 포커스를 받고 있는 사우디아라비아의 여자골프 도전기를 살펴보자.

 

사우디의 여자골프 도전의 시작

 

사우디아라비아의 여자골프 도전기는 수년 전, 2020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본래는 2020년 3월에 사상 최초로 사우디아라비아 첫 여자골프 대회인 아람코 사우디 레이디스 인터내셔널이 열릴 예정이었지만, 이 대회는 미뤄졌다. 코로나 사태로 PGA와 LPGA마저 투어가 중단되던 상황이라 신생 대회가 열리기에는 부담이 컸기 때문이다.

결국, 예정보다 8개월이 지난 11월에야 비로소 사우디아라비아 최초의 여자 골프대회가 열렸다. 당시 우승자는 에밀리 페데르센이었고, 우승 상금 12만 7170달러를 받았다.

이렇게 시작된 사우디아라비아 여자골프 대회는 계속 진행되어 2021년에는 리디아 고가, 2022년에는 조지아 홀이 우승을 차지했다. 여성의 사회활동에 제약이 심한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열린 여자골프 대회는 그 자체로도 큰 관심거리였고, 언론의 꾸준한 관심 속에 성공적으로 진행되었다.

 

대회 판 키우기

 

2022년 말, 사우디아라비아는 몇 년간 개최해온 아람코 사우디 레이디스 인터내셔널의 판을 더 키우기로 했다. 먼저 상금이 크게 늘었다. 2022년까지는 총상금 100만 달러였지만, 2023년 대회부터 무려 400만 달러를 늘려 총상금 500만 달러 규모의 대회를 열기로 한 것이다. 이는 사우디에서 열리는 남자골프 대회인 아시안 투어 사우디 인터내셔널의 총상금과 같은 액수이며, LPGA 투어 일반 대회의 총상금(보통 150~200만 달러)보다도 훨씬 많은 액수다.

아람코 사우디 레이디스 인터내셔널을 주관하는 유럽여자프로골프 투어(LET)의 CEO 알렉산드라 아르마스가 “이번 상금 증액은 투어와 여성 스포츠에 있어서 상징적인 사건이다. 사회 변화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된다”라고 언급할 정도의 사건이었다.

덕분에 2023년 올해 열리는 아람코 사우디 레이디스 인터내셔널에 대한 관심은 그 어느 해보다 높았고, 높은 관심만큼 출전 선수들도 쟁쟁했다. 유럽여자프로골프에서 주관하는 대회이지만 10명의 초청 선수가 함께 출전하며, 세계 랭킹 300위 이상인 비회원 선수 50명의 출전까지 허용된 덕분이었다. 이에 LPGA, 그리고 KLPGA 선수들까지 대거 도전장을 냈고 골프 최강국 중 하나인 한국 여자 프로도 대거 출전했다.

LPGA에 소속된 전인지, 김효주, 이정은, 김아림, 유해란, 지은희, 신지은이, KLPGA 소속으로는 이소미, 임희정, 홍정민, 정윤지, 임진희, 송가은, 조아연, 성유진, 하민송, 황정미 등이 본 대회의 출전 명단에 올랐다. 또한, 이 대회 우승 경력이 있는 세계 랭킹 1위 리디아 고 등 스타플레이어들도 대거 출전해 총 출전 선수가 120명인데, 그중 LPGA 메이저 챔피언 출신만 13명에 달했다. 리디아 고는 올해 대회에서 다시 한번 우승을 차지하며 세계랭킹 1위를 더욱 견고히 했다.

 

여자 골프선수들에게 호응을 얻은 이유

 

2023년 아람코 사우디 레이디스 인터내셔널이 선수들에게 큰 호응을 얻은 이유는 먼저 막대한 상금을 꼽을 수 있다. LPGA 대회 중에서도 사우디 레이디스 인터내셔널보다 상금이 많은 대회는 5대 메이저와 시즌 최종전인 CME 그룹 투어 챔피언십뿐이다. 또한, 개최 시기도 절묘했다.

LPGA 투어는 1월에 개막전을 치렀지만 이후 2월 23일에 열리는 혼다 LPGA 타일랜드까지 공백 기간이다. KLPGA는 작년 말 싱가포르 여자오픈으로 개막했지만, 본격적인 시즌 일정은 4월 6일에 열릴 롯데렌탈 여자오픈으로 예정되어 있다. 즉, 선수 입장에서는 막대한 상금에 경기력 점검이라는 실리까지 챙길 수 있는, 놓치기에는 너무나도 아까운 기회였다는 점이다.

 

단발성이 아닌 장기적인 행보

 

이처럼 2023년 아람코 사우디 레이디스 인터내셔널로 큰 관심을 모으는 데 성공한 사우디아라비아의 여자골프 도전은 단발성이 아닌, 장기적인 행보로 보인다. 실제로 올해 사우디 국영기업 아람코가 투자하는 LET 대회는 6개에 달한다. 500만 달러의 총상금으로 눈길을 끈 아람코 사우디 레이디스 인터내셔널로 시작하여, 태국, 영국, 필리핀, 미국 등을 순회한 후 다시 한번 사우디에서 마무리를 지을 예정이다. 향후 한국이나 호주 등으로 대회가 확대될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사우디의 오일 머니가 남자골프는 물론, 여자골프에도 본격적으로 영향을 미치기 시작한 것이다.

 

사우디의 행보에 대한 시선

 

이런 사우디아라비아의 행보에 곱지 않은 시선도 있다. 특히 사우디아라비아의 인권 및 여권(女權)논란은 현재 진행형이다. 물론 여자골프에 대대적으로 투자하고, 남자 골프대회와 동등한 상금을 책정하는 건 사우디, 나아가 골프계의 여권 상승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 하지만 사우디아라비아 국내의 인권 및 여권 논란이 이어지는 가운데, 자본을 투입해 여자골프대회를 여는 건 진정한 의미의 여권 상승이 아닌, ‘눈 가리고 아웅’이라는 비판도 분명 존재한다. 이는 분명 사우디가 해결해야 할 문제다.

오일 머니를 무기 삼아 남자골프에 이어 여자골프에도 점점 영향력을 넓히는 사우디아라비아의 행보는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일단 자본과 관심을 받게 된 골프계로서는 반길 일이다. 다만 골프계가 오일 머니에 휘둘리고, 그로 말미암아 부정적인 영향이 생길 가능성은 경계해야 할 것이다.

 

 

GJ 김태연 이미지 L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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