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골족 논란의 핵심
카골족 논란의 핵심
  • 김태연
  • 승인 2022.12.21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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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공족이 카페에서 공부하는 사람이라면, 카골족은 카페에서 골프 연습을 하는 사람을 뜻한다. 대체 누가, 어떻게 카페에서 골프 연습을 한다는 것일까?

 

카공족 이어 카골족 등장

 

‘카공족’은 ‘카페에서 공부하는 사람들(족)’을 뜻하며, 카페 업계는 물론 사회적으로 꽤 논란이 되고 있다. 카공족이 논란이 되는 이유는, 카공족 본인과 카페 주인 및 카페를 이용하는 다른 손님들 사이의 입장 차가 크기 때문이다. 

‘왜 카페에서 공부하느냐’는 질문에 카공족은 카페에서 공부나 작업을 하면 능률이 오른다는 점, 그리고 카페의 환경이 공부나 작업에 적합한 경우가 많다는 점 등을 근거로 카페에서 공부나 작업을 한다고 대답한다. 또 자신들이 돈을 내고 커피나 차를 구매한 ‘손님’이니 만큼, 일정 시간 공간을 자유롭게 쓰는 건 문제가 없다고 항변한다. 반면에 카페 주인들은 카공족들이 자리는 오래 차지하면서 매출은 적어 사업에 방해된다는 점. 그리고 다른 손님들은 카공족들이 다른 손님에게 ‘공부나 일에 방해되니 조용히 하라’고 요구하는 등 자신들에게 민폐를 끼친다는 이유로 거부감을 표한다.

카공족 자체가 문제라고 하기는 어렵다. 카공족이 카페라는 ‘사업장’에서 적당히 소비하고, 적당한 시간 동안 공간을 점유하며 타인에게 민폐를 끼치지 않는다면 카페 주인이나 다른 손님이 굳이 배척할 필요는 없다. 이것이 카공족 논란에도, 굳이 카공족을 배척하지 않는 카페가 많은 이유다.

그렇다면 ‘카골족’은 어떨까? 카공족이 카페에서 공부하는 사람이라면, 카골족은 카페에서 골프 연습을 하는 사람을 뜻한다. 대체 누가, 어떻게 카페에서 골프 연습을 한다는 것일까?

 

자영업자 커뮤니티에서 시작된 카골족 논란

 

카골족 논란은 한 자영업자 커뮤니티에서 시작된 것으로 알려졌다. 카페를 운영하는 A 씨에 따르면 어느 날 넓은 야외 정원과 아이들 놀이터, 정자까지 구비된 자신의 카페에 가족 단위 손님이 찾았다고 한다. 그런데 손님 중 남성 2명이 골프채를 가져와 어프로치 연습을 하기 시작했고, 가족들이 정자에 앉아있는 상황이었음에도 두 남성은 열심히 서로 레슨을 해주며 연습에 열중했다는 것이다. 

이 광경을 본 A 씨는 골프연습장이 아닌 카페에서 골프 연습을 하는 행태에 분개했고, 또한 잔디를 손상시키거나 정자가 부서지면 책임질 건지 묻고 싶었고, 쫓아내고 싶었지만 그러지도 못했다고 토로했다. 이어 A 씨 본인도 골프를 치기 때문에 어프로치샷에 잘못 맞으면 사방팔방 어디로든 갈 수 있다는 걸 안다면서, 골프를 치는 것을 자랑하려면 골프장으로 가라고 호소했다. 

이에 다른 자영업자들도 A 씨의 글에 찬동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이들이 다칠 것을 걱정하거나, 카페 요금이 아니라 그린피를 받으라거나, 골프클럽은 필드나 연습장 외에서는 휘두르지 말아야 한다는 비판 등이 이어졌다. 다른 카페를 운영하는 B 씨는 자신의 카페 또한 큰 잔디밭을 두고 있는데, 그곳에서 골프 퍼팅을 연습하고 레슨을 하는 사람이 있다며 또 다른 카골족을 증언하기도 했다.

이렇게 몇몇 자영업자들이 커뮤니티에서 제기한 ‘카골족’ 논란은 언론과 타 커뮤니티로 번졌다. 먼저 몇몇 언론에서 해당 논란을 보도했고, 카골족의 존재가 알려지며 자영업자 커뮤니티는 물론, 타 커뮤니티로까지 카골족 논란이 확대되는 악순환이 벌어졌다.

사실 논란이 된 카골족이 정말 존재하는지, 그리고 어느 정도까지 문제를 일으켰는지 지금으로선 확인이 어렵다. 물증이 될 만한 ‘인증샷’ 한 장 찾아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런데 카골족 논란을 다루는 언론 기사 댓글이나 커뮤니티의 반응은 뜻밖이다. 문제의 ‘카골족’ 이야기가 실화라고 전제하는 건 물론, 다른 골퍼에 대한 비난까지 서슴지 않고 있다.

 

카골족 논란을 해프닝으로만 볼 수 없는 이유

 

무엇보다 눈여겨볼 점은 물증이 부족함에도 대부분이 ‘카골족’이 실제 존재한다고 여긴다는 점이다. 이유는 분명하다. 이미 상식은 물론 법규까지 어기며 골프 연습을 하는 사람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로 해변이나 공원 등 상식적으로 골프 연습을 하면 안 되는 장소에서 골프를 연습하는 ‘민폐 골퍼’는 결코 드물지 않다. 상식적으로 골프를 치면 안 되는 백사장이나 해변, 농가 주변에서 골프를 치는 사람이 있고, 수시로 뉴스에 보도되니 카골족 또한 ‘일어날 만한 일’로 여겨지는 셈이다.

즉, 카골족 논란은 단순히 카골족이 실제 존재하냐, 또 존재한다면 얼마나 있느냐고 따지는 데서 그쳐선 안 될 문제다. 물론 카골족이 실존한다 해도 아직은 극소수일 것이다. 또 매너를 잘 지키고 상식적인 골퍼가 매너 안 지키고 상식을 벗어난 행동을 하는 골퍼보다 훨씬 많을 것이다. 그럼에도 카골족 이야기가 논란이 되고 언론에 보도되며, 이를 비난하는 사람이 나오는 이유는 분명하다. 그만큼 매너와 상식에 어긋난 행위를 하는 골퍼가 적지 않으며, 이에 진저리치는 사람이 많기 때문이다. 이것이 카골족 논란을 그저 해프닝으로 넘길 수 없는 이유다.

언제부터인가 ‘골프 민폐’는 드물지 않은 이야기가 되었다. 특히 골프장 밖에서의 민폐 행위들이 문제가 되고 있다. 남들이 다니는 길에서 골프 연습을 하는 사람, 다른 사람이 공이나 클럽에 맞을 우려가 있는 공공장소에서 골프 연습을 하는 사람들은 분명 존재하며, 그저 보는 사람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수준을 넘어 법을 어긴 사건이나 큰 논란이 되어 언론에 보도되는 일도 적지 않다. 이 때문에 설령 사실이라도 극소수에 불과할 카골족이 언론에 보도되고, 논란이 커진 게 카골족 논란의 핵심이다.

분명 카골족 논란은 한때의 해프닝에 불과한 사건일지 모른다. 하지만 이를 통해 한국 사회에 ‘민폐 골퍼’가 많다는 인식이 뿌리 깊게 박혔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어디에서든 ‘매너와 상식’을 지키는 것이 골퍼의 기본임을 다시 한번 기억할 때다.

 

 

GJ 김태연 이미지 GettyImag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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