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피해 심각한 서울 관악구 예산으로 ‘골프대회’ 개최될 뻔 했다
태풍피해 심각한 서울 관악구 예산으로 ‘골프대회’ 개최될 뻔 했다
  • 나도혜
  • 승인 2022.09.28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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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에 대한 대중들의 관심이 급증하면서 차마 웃어넘길 수 없는 해프닝이 발생했다. 올여름 전국을 강타했던 태풍으로 인해 가장 큰 피해를 입은 지역인 서울시 관악구청장배 골프대회가 개최될 뻔 했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국민들은 분노를 감추지 못했다. 수해로 인해 생계에 위협을 느끼는 주민들이 많은 상황에서 피해 복구에 집중해야 할 관악구가 ‘수재민과 함께하는’ 골프대회를 개최하려고 했다는 사실은 우리 모두에게 충격으로 다가왔다.

해당 대회가 개최될뻔 했었던 상황은 무엇인지, 사건의 진상은 물론 이에 대한 국민들의 여론을 낱낱이 파헤쳐보도록 하자.

 

수재민을 위한 골프대회에 정작 수재민은 없었다

 

문제의 행사가 화제가 된 것은 홍보 포스터가 거리 곳곳에 붙으면서였다. 논란이 일었던 대회의 공식 명칭은 ‘수재민과 함께하는 관악구청장배 골프대회’로 주최 및 후원처에 관악구, 관악구 체육회, 서울시 골프협회, 관악구 골프협회 등이 이름을 올렸다.

수해로 인한 복구조차 되지 않은 상황에서 불과 얼마전까지만 해도 부유층의 전유물로 인식되어 왔던 골프대회에 혈세까지 투입해 개최한다는 소식을 접한 국민들은 분노에 휩싸일 수 밖에 없었다.

또한 ‘수재민을 위한’이라는 명칭과 달리 실제로 해당 대회의 참가 대상에 수재민은 포함되어 있지 않았다. 해당 골프대회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관악구에 거주지를 둔 주민’이거나 ‘관악구 소재지에서 사업장을 운영하고 있는 사람’이 대상이 됐으며, 참가를 원하는 사람은 모두 26만원의 참가비를 내고 선착순으로 참여하는 것으로 소개됐다.

수해로 인해 주거지나 운영하던 매장 등 삶의 터전을 잃은 수재민들이 26만원이라는 참가비를 내고 시간을 들여 해당 대회에 참여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이었다. 실제로 해당 대회에 참가 신청서를 낸 참가자들 가운데 수해로 인한 피해를 본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 이때문에 ‘수재민을 위한’ 행사라고 하지만 되려 피해를 입은 주민들을 조롱하는 대회가 아니냐는 의견이 여러 SNS를 통해 확산됐다.

 

수재민에게 위로금을 전달하려는 취지였다는 관악구 골프협회 측의 공식입장

 

논란이 이어지자 해당 대회를 주관하는 당사자인 관악구 골프협회가 공식적으로 입장을 발표했다. 대회를 통해 모인 사람들을 대상으로 위로금을 모아 수해를 입은 주민들에게 위로금을 전달하려는 취지였다며, 이 과정에서 오해의 소지가 다분한 ‘수재민이 함께하는’ 이라는 표현을 사용한 것에 대한 사과의 말을 전했다.

관악구청 측 역시 “골프대회 등 각종 대회와 관련된 후원은 구민들을 대상으로 한 생활체육 활성화를 목적으로 보조금을 지원하는 것”이라며 문제가 됐던 ‘관악구청장배’라는 표현은 그저 관례적인 것이라고 해명했다. 또한 해당 문구가 논란이 될 수 있는 여지가 있다고 판단하며 이미 주최측인 관악구 골프협회 측에 대회 취소를 요청했다는 의견을 밝혔지만 뒤늦은 해명에 불과했다.

당초 대회가 끝나면 수재민들을 대상으로 성금을 기부할 예정이었지만 이 역시 5백만원에 불과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수해 피해를 입은 당사자들은 물론 해당 소식을 접한 모든 국민들이 분노와 안타까움을 느껴야 했다.

 

그 누구도 예상치 못했던 자연재해로 모든 생활을 멈출 수는 없는 문제다?!

 

물론 자연재해는 인간이 컨트롤 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기 때문에 수해로 인해 피해를 입은 사람들이 생사를 위협받고 있는 상황에서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일상생활을 소화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이번 여름에 계속해서 반복된 집중호우와 초대형태풍 힌남노 등의 영향으로 인해 가장 큰 피해를 입은 곳 중 하나가 서울 관악구였던만큼 행사 진행에 좀 더 신중을 기했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경솔하게 일을 진행한 주최측과 이를 허가해준 관악구 모두 이번 논란에 대한 책임을 피할 수 없는 상황이다.

수해와 무관하게 예정되어 있던 행사라고 하더라도 이처럼 피해가 심각한 상황에서는 대회의 규모를 축소하거나 취소하는 것이 일반적임에도 불구하고 ‘수재민을 위한’이라는 타이틀을 버젓이 붙이고 국민의 혈세를 투입하면서 골프관련 행사를 진행했다는 것은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역대급 수해가 휩쓸고 간 상처가 아물지 않은 자리

 

올 여름은 기상변화로 인해 유독 폭우가 내리는 날이 많았고, 태풍의 규모 역시 압도적이었다. 게다가 더위가 어느정도 물러난 계절임에도 엄청난 위력을 가진 슈퍼 태풍이 출현하면서 서울 관악구를 포함한 수도권 지역에 피해가 상당했다.

수많은 사람들이 부상 또는 사망하는 사건이 이어졌으며, 자동차와 주택, 영업장 등이 침수되는 갑작스런 자연재해 앞에서 우리는 모두 무력감을 느끼는 것 말고는 달리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

이에 정부는 이번 수해로 인해 직격탄을 입은 중소기업의 경영 정상화를 목적으로 특별만기연장을 시행한다고 밝혔다. 중소벤처기업부와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측의 발표에 따르면 특별재난지역에 해당하는 기업에 한해서 기존 대출건에 대한 특별만기연장을 시행해준다는 것이 이번 대책의 주요 내용이다.

해당 지역에는 서울 관악구 역시 포함되어 있으며 최대 1년간 원금 상환 연장이 가능하다는 실용적인 대책이 마련되어 있어 자영업자들에게 큰 힘이 되는 정책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번 관악구청장배 골프대회 논란을 바탕으로 골프관련 업계는 물론 정부와 지자체 모두 좀 더 신중한 일처리를 통해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는 국민들의 마음을 헤아려줄 수 있는 존재로 자리매김 할 수 있기를 진심으로 기대해본다.

 

 

GJ 나도혜 이미지 GettyImag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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