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계 성차별 논란
골프계 성차별 논란
  • 김상현
  • 승인 2022.09.22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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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외를 막론하고 성차별 문제가 완전히 해결되지 않은 가운데 골프계에서도 성차별 논란, 나아가 명백한 성차별 사건이 이어지고 있다.

 

국내외를 막론하고 성차별 문제가 완전히 해결되지 않았다는 건 분명한 사실이다. 명백히 성차별이 아닌 문제에 억지로 성차별 운운하는 건 지양해야겠지만, 분명 존재하는 성차별에 방관하는 것도 바람직하진 않다.

그렇다면 골프계는 어떨까? 과거에 비해 성차별이 사라졌으니 성차별에 대한 언급도 가능한 피하는 게 바람직할까? 안타깝게도 그렇진 않은 것 같다. 골프계에도 성차별 논란, 나아가 명백한 성차별 사건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상한 정회원 자격

 

최근 인권위 차별시정위원회는 국내의 두 골프클럽에서 성차별을 저지르고 있다는 판단하에 이를 고치라고 권고했다. 문제가 된 건 두 클럽의 정회원 자격이었다. 두 클럽에 정회원으로 가입하면 평일과 주말 상관없이 골프장을 이용할 수 있고, 예약이나 비용에서도 혜택을 받을 수 있었다. 그런데 정회원 자격요건을 ‘만 35살 이상의 내·외국인 남자’로 한정한 게 문제가 되었다. 여성이 정회원이 되려면 정회원인 회원이 사망한 후 상속을 받는 방법뿐이었고, 이외에는 평일 회원·가족 회원으로만 가입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회원과 평일 및 가족 회원 간에 차이가 존재하지만, 일정 연령 이상의 남자만 정회원이 될 수 있다’, ‘외국인 남자는 정회원이 될 수 있지만, 내국인 여자는 정회원이 될 수 없다’. 8~90년대라면 모를까, 지금은 성차별 논란이 나올 수밖에 없는 규정이 아닐 수 없다.

 

여성 골프 인구의 증가

 

이러한 인권위의 문제 제기에 클럽 운영사는 처음 클럽을 개장했을 때의 사회적 분위기에 맞춰 가입 요건을 정했고 지금도 그 요건을 따르고 있다는 점. 그리고 여성은 가족 회원으로 입회할 수 있고 평일 회원이 될 수도 있다는 취지로 반론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인권위는 과거의 기준에 맞춰 만든 자격요건을 지금까지 유지하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다고 보았다. 특히 과거보다 여성 골프 인구는 나날이 증가하고 있다는 점을 언급하며 ‘2017 한국골프지표’에서 2017년 한 해 골프 참여인구 중 남성은 54.6%(347만명), 여성은 45.4%(289만명)로 집계한 통계를 근거로 삼았다.

이를 고려하면 문제의 규정은 여성에 대한 성차별이라는 게 인권위의 결론이었고, 해당 클럽에 정회원 가입 시 여성을 배제하지 말 것을 권고했다. 이는 골프계에 성차별 문제, 혹은 논란이 현재 진행형이라는 것을 보여준 상징적 사건이 되어 언론에도 크게 보도되었다.

 

남아있는 구조적 성차별

 

잊을 만하면 성차별 논란이 불거지고 있지만, 사실 골프계의 성차별 문제도 과거보다는 크게 나아졌다. 무엇보다 노골적으로 성차별 언동을 하거나, 대놓고 성차별 규정 등을 만들면 개인이든 단체든 ‘폭격’을 맞는 분위기가 형성되었다.

1970년대부터 PGA에서 활동한 베테랑이며, 골프 분석가 및 PGA 투어 라디오 방송 진행자로 활동해 온 마크 리에 사건이 좋은 예다. 그는 올해 2월 라디오 방송 도중 여자 골프와 여자 농구를 싸잡아 폄하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는 발언을 하여 큰 논란을 일으켰고, 결국 프로그램에서 하차당했다. 이제 골프계에서도 노골적인 성차별은 설 자리가 없는 셈이다.

문제는 구조적인 성차별, 혹은 은근한 성차별은 아직 남아있다는 점이다. 그 때문에 골프계의 성차별 논란은 국내외를 막론하고 현재 진행형이다.

최근 국내 골프계는 필드에서 흔히 쓰이는 ‘머리를 올리다’는 표현이 논란이 되었다. 이 표현의 사전적 의미 중 ‘어린 기생이 정식 기생이 되다’는 뜻이 있었고, 따라서 필드에서 이런 말을 쓰는 것도 성차별이라는 논란이었다.

해외에서도 골프 성차별 논란은 끊이지 않는다. 대표적인 논란으로 대회 상금 논란을 꼽을 수 있다. 국내에서는 남자 골프보다 여자 골프가 더 인기 있고, 상위 랭커의 상금도 여성 선수가 더 많이 받는 편이다. 하지만 PGA와 LPGA를 비교하면 상황이 달라진다. PGA는 총상금 1,000만달러가 넘는 대회를 여럿 보유하고 있지만, LPGA에서는 US 여자 오픈 하나다. 그나마도 1,000만달러의 벽을 넘은 건 올해가 처음이었다. 여자 골퍼가 남자 골퍼보다 푸대접을 받는다는 성차별 논란이 일어난 이유다.

 

성차별 논란의 해법

 

하지만 위의 사례들이 성차별에 속한다고 단언하기는 어렵다. ‘머리를 올리다’는 표현이 논란이 되었을 때 ‘해당 표현에 기생을 떠올리거나 성차별 의도를 담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라는 반론이 나왔다. 남녀 골프대회의 상금 차이 논란 역시 ‘남자 골프가 더 인기가 있으니 돈을 더 많이 받는다’는 자본주의 논리에 따른 반론이 존재한다. 나아가 골프대회의 상금 차이 논란에는 ‘남자보다 더 돈을 많이 받는 여자 선수’가 많은 국내 골프계라는 반증까지 있으니 더더욱 성차별이라 단언하기 어렵다.

종합해 보면 골프계의 성차별 문제는 하나의 시각, 혹은 한 가지 방법만으로는 풀기 어려운 사안이라 할 수 있다. ‘제도적 차별’이나 ‘노골적인 성차별 언동’처럼 누가 봐도 잘못된 문제는 해당 제도를 고치고, 문제를 일으킨 당사자를 처벌하고 재발을 방지하면 바로잡을 수 있다. 하지만 언어 표현이나 금전적 문제처럼 논란이 큰 사안이라면 성차별인지 결론짓고, 해결 방법을 찾는 데 더욱 심사숙고할 필요가 있다. 무조건 성차별이라고 주장하거나 반대로 성차별이 아니라고 섣불리 낙인을 찍는 건 성차별을 묵인하거나 반대로 ‘성차별 몰이’를 일으킬 수 있다.

성차별이 분명한 사안은 빨리 타파하고 성차별임이 분명치 않은 사안은 더 신중히 접근하고 해결책을 찾는 것. 이것이 아직 남아있는 골프계의 성차별을 없애는 올바른 접근법이 아닐까.

 

 

GJ 김상현 이미지 GettyImag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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