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류하는 태릉골프장 재개발
표류하는 태릉골프장 재개발
  • 김상현
  • 승인 2022.09.12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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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릉 공공주택지구 사업이 결정된 지 2년이 지난 지금까지 지지부진한 가운데, ‘실패한 재개발 사업’중 하나로 기록되지는 않을지 우려가 커지고 있다.

 

태릉 공공주택 지구사업

 

한 걸음 진전했다 싶더니 멈추고, 또 한 걸음 힘겹게 내딛는다 싶더니 또 멈춘다. 바로 태릉골프장을 공공주택공급지로 삼겠다는 ‘서울 태릉 공공주택지구’ 사업의 현황이다. 

문재인 정부가 2020년 8월에 발표한 일명 ‘8.4 부동산 대책’의 하나로 시작된 태릉 공공주택지구 사업이 결정된 지 2년이 지난 지금까지 지지부진한 가운데, ‘실패한 재개발 사업’중 하나로 기록되지는 않을지 우려가 커지고 있다.

2020년 8월, 태릉골프장 부지에 1만호 규모의 주택을 공급하겠다는 계획으로 태릉 공공주택지구 사업은 야심 차게 돛을 올렸다. 하지만 돛을 올리기 무섭게 ‘표류’가 시작되었다. 무엇보다 반발 여론이 대단히 거셌기 때문이다. 지역주민 사이에서도 반발 여론이 우세했고, 당시 야당이었던 미래통합당(현 국민의 힘)은 물론 당시 여당이던 더불어민주당 소속 정치인 중에서도 반대하는 사람이 여럿 있었다. 

게다가 반대 여론이 그저 ‘님비’ 현상인 것도 아니었다. 교통 문제, 환경 파괴, 문화재 보호 등 뚜렷한 명분을 등에 업은 반대였다. 결국, 정부에서도 한발 물러서 처음 계획 발표 후 1년이 지난 2021년 8월, 본래의 1만 가구 규모에서 대폭 축소된 6,800세대 규모로 사업을 진행하기로 확정했다.

 

거센 반발 여론

 

그로부터 1년이 지난 현재, ‘사업 확정’이라는 표현이 무색하게 태릉 공공주택지구 사업은 여전히 표류하고 있다. 지역주민의 반발부터가 여전하다. 처음 사업이 발표되었을 때부터 반대 명분으로 내세운 태릉과 강릉 세계문화유산 지정 취소 가능성, 그리고 환경 문제와 교통 문제 등을 여전히 반대 명분으로 삼고 있다. 지역주민의 반발을 달래기 위한 움직임도 지지부진하다. 계획대로라면 올해 상반기 안에 사업 지구 지정이 이루어져야 했지만, 지방선거 등으로 미뤄졌고, 주민 설명회나 공청회 등의 절차도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본래는 6월 17일 1차 공청회가 열릴 예정이었지만 무산되었고, 2차 공청회는 7월 11일 예정대로 열렸다. 하지만 2차 공청회 역시 사업에 반대하는 측의 성토장이 되었다. 사업에 반대하는 측에서 환경 파괴 논란 및 문화재 보호의 필요성 등을 지적하느라 공청회 시간을 다 쓰는 바람에 교통 문제를 다룬 발표는 당일 진행되지도 못했고, 추후 공청회를 추가로 열어 달라고 요구할 만큼 반발 여론이 극심하다.

지자체에서도 반대 목소리가 계속 흘러나오고 있다. 특히 박환희 서울시의원(국민의 힘)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문화재 보호, 교통 체증 등 문제가 많기 때문에 추진해서는 안 되는 사업”, “여론 조사, 교통 관련 조사도 다시 착수하고 서울시 정책간담회도 개최하는 등 서울시의 모든 역량을 집중해 태릉CC 개발 계획을 중지시킬 것”이라며 적극적으로 반대 의사를 표명하는가 하면, 서울 11대 시의회의 첫 번째 주민청원으로 ‘노원구 공릉동 서울 태릉골프장 일대 공공주택지구 지정 반대에 관한 청원’을 접수하는 등 사실상 태릉 공공주택지구 사업을 반대하는 측의 선봉에 섰다.

 

국토부와 LH의 입장

 

국토교통부와 한국주택도시공사(LH)는 사업을 이어 나간다는 방침이다. 지역 주민 성토의 장이 된 2차 공청회에서도 심완용 국토부 사무관은 “주민들이 우려하는 점과 고민을 충분히 이해한다”, “주민들과 전문가들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 공청회를 열었기 때문에 이를 검토하고 반영하는 방향으로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최나리 LH 부장도 “문화재청과 충분한 협의를 거쳐서 태릉CC 사업을 추진하겠다”고 밝히는 등, 사업에 대한 의지는 여전한 상황이다.

 

표류 중인 태릉   공공주택지구사업의 미래

 

하지만 태릉 공공주택지구 사업의 미래는 불투명하다. 2년의 세월이 지나도록 무엇하나 제대로 진행된 게 없기 때문이다. 심지어 태릉골프장 부지의 주택 수를 기존 계획보다 3,000가구 넘게 축소하는 대신, 수락산역 역세권 도심복합사업, 노원구 내 도시재생사업 등을 통해 총 3,100가구의 대체물량을 확보할 계획이었는데 이마저 지지부진하다. 또 원희룡 국토부 장관이 “주민 호응도가 떨어지는 사업은 덜어내겠다”는 입장을 밝히는 등 현 정부에서 태릉골프장 사업처럼 지역주민의 반발이 극심한 사업은 더욱 축소하거나, 취소할 의사가 있다는 예측마저 나오고 있다.

부동산 시장의 침체도 걸림돌이다. 2년 전만 해도 주택 공급 부족으로 부동산 가격이 날로 상승하며 공급 확대 목소리가 높았지만, 지금은 부동산 시장이 침체기에 접어들었는데 굳이 태릉골프장 부지를 수천 가구에 달하는 주택 지구로 재개발할 필요가 있느냐는 것이다. 사업을 취소하는 건 쉽지 않겠지만, 좀 더 신중하게 진행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 이유다.

표류 중인 서울 태릉 공공주택지구사업은 어떻게 흘러갈까. 지금으로서는 예측도 쉽지 않다. 현 정부의 견해는 아직 뚜렷하지 않지만, 어쨌든 사업을 이어 나가겠다는 기조는 아직 유지되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사업 당사자인 지역주민 측은 사업 발표 초기부터 지금까지 환경 파괴, 문화재 보호, 교통 문제 등을 명분 삼아 꾸준히 사업을 반대하고 있다. 거기에다 부동산 시장이 침체한 지금 6,000가구가 넘는 규모의 재개발 사업을 지역 사회에서 제대로 소화할 수 있을지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발표 후 2년째 삽조차 뜨지 못하고 표류 중인 서울 태릉 공공주택지구사업. 과연 한국 골프 역사에도 의미가 큰 태릉골프장은 계획대로 수천 가구의 새로운 주택이 들어서는 주택 지구로 무사히 재개발될까. 혹은 ‘좌초한 재개발 사업’의 역사에 또 한 페이지가 추가될까. 지금으로선 어느쪽도 장담하기 어려워 보인다.

 

 

GJ 김상현 이미지 GettyImag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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